한국인은 한국축구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한국축구 정말 짜증나게 못한다.” 골드컵 성적이 부진하자 네티즌들의 비난은 격해졌다. 다급해지기는 한국의 축구 전문가들도 마찬가지. 몰랐나? 이 책의 저자는 냉정하게 말한다. “아마 한국은 잘해야 1무 2패 정도 할 것이다.” 그리고 16강 진출한다고 떠들고 다닌 언론에게 다그친다. “어렵다는 것은 기자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사실 한국축구는 우리 한국민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수준이 한참 낮다는 것이다. 세계 40-50위권도 잘 봐준 것이라고 말할 정도이니. 전 세계의 축구축제, 월드컵이 2002년 한국땅에서 열린다. 홈그라운드의 이점 운운하며 16강 진출의 꿈에만 부풀기에는 월드컵이 바로 코앞에 닥쳤다. 한국축구,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알고 보자.
한국식 축구,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현직 동아일보 스포츠기자가 쓴 이 책은 한국축구의 근본적인 문제를 박진감 있게 짚어 나간다. 한국선수는 왜 결정적인 순간에 잘 넘어지는지, 왜 항상 골문 앞에서 허둥거리는지, 왜 똥볼만 차는지 모두가 답답해하는 한국축구의 문제를 이렇게 진단한다. 전술 없고 생각 없는 축구, 그리고 깡과 체력으로 밀어붙이는 축구. 그리고 한국식 축구가 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히딩크와 한국추구의 충돌점에서 도출해낸다. 어릴 때부터 오직 안전하게 이기는 법만을 배워온 한국축구는 경기 전 감독이 지시한 것만을 고집하는 로봇축구다. 그러니 축구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히딩크식 훈련의 더딘 효과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러나 축구는 ‘생각의 속도’가 승패를 결정한다. 그리고 경기장 안에서 생각의 속도는 선수 개개인의 순간적인 판단력에 좌우된다. 선수가 경기를 읽지 못하면 질 수밖에 없다.
한국축구에서 한국을 본다.
이 책은 단지 축구보고서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축구와 한국이 만나는 지점, 한국축구가 보여주는 한국의 모습을 찾는다. 똑같은 룰을 가지고 소통하는 스포츠, 축구에도 국경이 있다. 축구는 다만 공 차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는 일본축구와 다르고, 프랑스축구는 독일축구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한국식 축구와 히딩크식 축구가 충돌을 일으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라마다 축구가 다른 이유는 각 나라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축구의 특성을 통해 그 나라의 특성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나라의 장단점과 현재의 수준,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도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2002 월드컵 국민필독서 : 이 책으로 한국축구의 현실과 토대를 먼저 보자
힘만 앞세우는 뻣뻣한 경기, 때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줄 모르는 선수, 로봇처럼 운동만 할 줄 아는 선수를 만드는 한국의 스포츠 문화, 세계에서 점잖기로 1, 2위를 다투는 고요한 관중문화. 이 책을 통해 한국축구의 현실과 토대를 먼저 보자. 과연 한국은 자신이 설정한 16강의 목표를 확신하고 있는가? 그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실적인 계획과 전략 없이, 발등에 불 떨어지자 한국식 축구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모습에서 한국축구(한국)의 근본적인 문제가 보인다. 월드컵은 기회다. 이제 월드컵에서 한국을 다시 보자. 이 기회에 축구뿐만 아니라 우리에 대한 반성과 희망이 하나로 모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