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만 버거운 듯한 세상,
꼭꼭 숨겨뒀던 감정이 고개를 들기 시작할 때

모두가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 같고, 아무도 나와 같은 고민 따위는 하지 않는 것 같아 한없이 작아질 때가 있다. 학교나 직장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된 듯한 기분에 괜히 움츠러들거나 SNS 속에서 행복한 삶을 엿보기라도 하면 내게 문제가 있어서 나만 이렇게 불행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곤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이런 기분은 종종 마음속 깊이 자리한 부정적인 감정 위에 조금씩 쌓여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의연하게 넘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빨려들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주인공 데비가 그렇다. 언제나 괜찮은 척하며 애써 외면해왔던 우울과 불안을 처음 마주한 데비는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진 듯 한없이 가라앉다가 마침내 깊고 어두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엉킨 마음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지금껏 받아들이지 못했던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전작들에서 위트 있고 따뜻한 감성으로 내성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공감해주었던 데비 텅이 이번 작품에선 조용히 무너진 모든 사람을 위한 묵직한 위로를 전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평균에 맞추기 위해 고유한 ‘나’를 잃는 것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러한 세상의 무게에 짓눌려 숨죽여 울고 있는 나를 안아주는 법을 잊은 우리에게 선물 같은 책이 되어줄 것이다.

“한 걸음만 물러나면 알게 된다. 삶은 끝나지 않았음을”
어둠 속에서 길 잃은 나를 구하는 법

우리는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내던져진 듯 막막한 상황은 수도 없이 찾아오지만, 그저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성장 과정의 일부라고 말할 뿐 누구도 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는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특히 정신 건강 문제를 마음의 강도쯤으로 여기는 사회에서는 내 상태를 털어놓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 책은 언젠가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기보다는 무너지는 것이 외면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해주고, 어떤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대체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우울증을 앓았던 자신의 실제 경험을 담아 어떻게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고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당시의 감정선에 따라 그 과정을 세세히 보여주며 극복에 도움이 되었던 생각이나 말들을 풀어놓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이야기 속 데비처럼 용기 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가까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사랑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며 혼자만의 힘으로 버거운 시간을 견뎌내고 있을 많은 사람에게 어떤 모습이든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다정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