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무겁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경단녀 엄마에서 서평가, 대학생, 주식투자자, 유치원 영어강사, 작가가 되기까지
인생의 반전을 가져온 책읽기
“엉덩이가 무겁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저자의 말이다. 서점에 나와 있는 자기계발서들을 보면 비즈니스로 성공한 성공담이나 자기계발이 매우 중요하다는 뻔한 말, 둘 중의 하나다. 이 책은 좀 특이하다. 띄지에 적힌 문장이 그렇다. ‘슈퍼리치를 꿈꾼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자기계발을 한다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슈퍼리치를 꿈꾼다면 읽지 말라’는 이야기는 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책에 들어가는 광고문구란 늘 자극적이고 과장된 말로 독자들을 유혹하지만 책은 궁금증을 풀기에 충분했다. 경단녀 엄마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경단녀 엄마들은 아이들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어야 하고, 허락된 시간에만 일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단녀 엄마들이 원하는 건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원하는 것이다.
경력단절과 여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일까?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여성들에게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주머니의 삶은 달랐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서평가로, 대학생으로, 주식투자자로, 유아원 영어강사로, 작가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10살과 4살 아이를 키우던 평범했던 아주머니. 그녀는 주로 읽고 쓰고 살면서 그 이름들을 다 얻었다. 이 모든 것은 책 덕분이었다. 아이 키우는 시간이 단절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는 귀하고 귀하다.
아이 둘을 둔 엄마이자 ‘돈행녀’인 저자는 삶의 인사이트를 주는 저자의 경험담과 함께 쉽게 구할 수 없는 저자만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돈행녀 되는 법’을 제시한다. 그녀는 돈을 좇지 말라고 주문한다. 꿈과 열정을 좇으라고 한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든지 엉덩이가 무겁게 꾸준히 하라고 조언한다.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이나 크게 성공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이 책은 큰 쓸모가 없다. 이 책은 천천히 꾸준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찾고 인생을 즐겁게 꾸려나가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둘째를 낳고 뭔가 하고 싶고, 하지 않고는 우울과 슬픔의 무기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책을 붙들고 그 터널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는 주장엔 귀가 솔깃해진다. 답답하고 무료하고 슬프고 억울한 마음이 들면 약 대신 책을 찾아 읽었던 것이 우울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새벽에 우는 둘째를 업고 해드랜턴으로 불을 밝히며 책을 읽고 나면 분명 조금씩 나아졌고, 오늘 한 권을 읽어 내면 어제보다 괜찮아졌다는 것이다. 하루에 1권을 읽기도 했다. 어떤 달에는 20권을 넘게 읽기도 했다. 읽기만 하기에는 아쉬운 책들은 책의 제목과 지은이를 적고 좋은 구절을 적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간단한 느낌도 썼다.
매일의 힘은 놀랍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밥솥 사용법도 몰랐지만 엄마가 되고 매일 아이들 밥을 차려줘야 하니 밥솥에 밥하는 건 발로도 할 수 있는 경지가 되었다. 계란 프라이도 여우 해먹었지만 지금은 계란말이가 계한 프라이만큼 쉬워졌다. 그렇게 기계치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던 저자가 주변에서 SNS 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친구가 생길 정도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꾸준함의 결과다.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고 감화시킬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되려면 자신만의 색을 찾아, ☺자신이 어떤 분야의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지 정할 것 ☺게시물 올리기에 급급하지 말 것 ☺의미 없는 좋아요와 입에 발린 댓글은 달지 말 것 ☺작은 협찬이라고 무시하지 말 것 ☺진심 없는 리뷰는 하지 말 것…. 등을 마음에 새겨두고 엉덩이가 무겁게 성실하게 꾸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 덕분에 주식투자자도 됐다. 저자는 주식은 아줌마가 하기에, 전업주부가 하기에 제일 좋은 부업이라고 말하며 절대로 단타하지 말라고 한다. 주식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돈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 버는 것이니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떼이거나 억울하게 사기당하지 않아야 하며, 주식을 투기하듯 해서 돈을 잃지 말라는 말이다. 주식서 100권을 읽고 주식투자에 관한 책까지 저술한 저자는 1년에 10%가 목표라고 생각하며 주식을 산다고 한다. 10% 수익만 보고 판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으로 주식장을 대하기 때문에 욕심 부리지 않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10%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10% 수익률 투자법’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밥은 안 먹어도 책은 읽어야 살았다. 책이 밥이었고 살 길이었다. 이렇게 읽다 보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하는데 저자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경단녀였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은 저자를 작가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서평을 시작하고 인플루언서가 되고 대학생이 되었다. 주식투자자가 되고 유아 영어강사가 되더니 작가까지 되었다. 그 모든 것이 책 덕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독 중의 최고 중독은 ‘쓰기’다”라는 말이 그럴듯하다.
결론은 기적의 돈 버는 법이란 없다는 것이다. 큰돈을 벌지도 못했고 대단한 성공도 못한 저자는 지금 행복하다. 경단녀는 아무것도 못할 거라고 미리 좌절했더라면 알지 못했을 행복이다. 재주가 좋고 능력이 있어서 할 수 있었던 일은 아니다. 꾸준히 했고 매일했고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루어졌던 일이다. 그게 이 책을 쓴 저자의 답이다. 경단녀는 못한다고, 경단녀는 어렵다고, 경단녀는 안 된다는 사람들의 말에 주눅 들지 말자. 저자도 했는데 나는 저자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자. 친구 같은 작가 주머니의 글로 매뉴얼을 만들어보자. 바로 오늘부터 천천히 변해가는 삶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