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의 비정상성에 대한 혐오 담론
혐오하는 동시에 혐오당하는, 상처 입은 몸
이 책에서 노화, 질병, 장애라는 주제는 ‘상처 입은 몸’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이 들고 아프고 다친 몸이 공통적으로 갖는 뚜렷한 양상은 취약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암묵적으로 때로는 노골적으로 건강하고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신체를 희망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비정상적인 신체를 밀어내고 거부한다. 젊고 건강하고 온전한 몸을 당연시하는 사회에 상처 입은 비정상적인 몸의 자리는 없다. 인간은 누구나 약해질 수 있지만 취약한 존재를 혐오하고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고 바깥으로 밀어낸다. 이 책에서 혐오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문제다. 인간의 보편적 현상인 노화는 그런 의미에서 익숙함을 잃고 낯섦을 받아들여야 하는 계기가 된다.
늙고 아프고 다친 몸에 대한 혐오는 안으로부터 촉발된다. 노인, 질병, 장애에 대한 혐오는 기본적으로 이상적인 자아를 위협하는 것을 거부하는 감정인 것이다. 외부의 낯선 형질이 자신을 오염시킬 수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가 혐오 감정이라면 이상적인 자아를 앗아가는 내부의 타자성에 대한 혐오는 자기혐오인 셈이다. 결국 혐오는 본능적인 자기 보호를 포함한 분리 불가능한 자기혐오를 그 뿌리로 한다.
이 책은 총 3부, 12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제1부 ‘노인 혐오’에서는 노인과 소수자성, 노화와 시간성, 노년의 재현과 치매, 죽음 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제2부 ‘질병 혐오’에서는 전염병의 혐오 정동과 서사, 한센병과 격리, 20세기 초 부랑자와 빈자 혐오 문제를 고찰한다. 마지막 제3부 ‘장애 혐오’는 장애 혐오의 재현, 정신질환자의 범죄, 포스트휴먼과 장애 혐오 문제를 논의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혐오 문제만큼이나 상처 입은 몸이 겪는 현실 역시 갈등과 모순이 뒤섞여 있다. 노화, 질병, 장애라는 주제가 지닌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 차이를 통로 삼아 접속을 시도한다. 문학, 철학, 사회학, 역사학, 범죄 심리학, 과학기술학, 문화학 등을 바탕으로 혐오의 다양성, 관계성을 횡단해 사유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