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 6차 보고서, “1.5도가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2021년 8월 9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에 지구 표면 온도는 1850~1900년 평균보다 1.09도 상승했다. 이는 이전 5차 보고서에서 관측됐던 2003~2012년까지의 상승 폭인 0.78도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까지 높아졌다.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막아내지 못하면 모든 육상 생태계 다양성은 14%, 열대 산호초는 최대 90%가 사라진다고 전망하고 있다. 195개 나라가 온난화 완화를 위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채택,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자발적으로 정해 실천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한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공개한 ‘2022년 글로벌 기후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올해 기온은 산업화 직전과 비교해 1.15도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파리협약 목표치는 이미 달성하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런 현실을 두고 “1.5도가 중환자실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파리협약 이행을 점검하기 위해 2022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도 “기후변화가 초래한 오늘의 기후위기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가고 있다”며 “지옥행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 같다”고 경고했다. ‘1.5도’는 지속 가능한 지구 생태계를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한계 수치다. 기온이 그 이상 오르면 연쇄 상승 작용을 일으켜 지구온난화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IPCC 6차 보고서는 가장 낙관적인 예측조차도 지구 기온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설명하고 있다. 가장 낙관적인 첫 번째 시나리오는 인류의 탄소 감축 노력으로 탄소 배출이 제로가 되는 탄소 중립을 2050년에 달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21세기 말인 2081에서 2100년쯤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에서 1.8도 오르는 것으로 나와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부터는 탄소 배출 감축 없이 현 상태가 유지되거나 화석 연료를 더 많이 쓰는 상황인데,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다섯 번째 시나리오일 때 21세기 말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3.3~5.7도까지 오르는 매우 비관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땅과 바다의 동식물 약 절반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오늘의 지구는 의심의 여지 없이 기후 비상사태이다. 이번 IPCC 6차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관측한 극도로 높은 고온은 인간의 영향이 아니고는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가 혁신적인 탄소 중립을 실현하지 않으면 지구 온도는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며 탄소 배출 저감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상 기후나, 해수면 상승, 빙하 유실을 온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기회의 시간이 전보다 빨리 사라지고 있을 뿐 아직 늦지 않았다. 전 세계가 힘을 모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유지하면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해야만 한다. 2001년에 발표된 IPCC 3차 보고서의 경고대로 행동했더라면 인류는 전년 대비 4% 정도만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됐지만, 이제는 매년 15% 넘게 줄여야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됐다. 8년 뒤 발표될 IPCC 7차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