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은지는 할머니와 단둘이 가난하게 살다가, 몇 달 전 재혼한 아빠가 사는 서울로 전학한다. 새 학교에서 친구들을 빨리 사귀어 보려다가 시작하게 된 거짓말은 어느새 은지를 ‘제주 아일랜드 프린세스’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어쩌다 회장까지 된 은지는 어느덧 레인보우 멤버의 대장 보미의 질투의 대상이 되고, 그동안 했던 거짓말들이 들통나면서 왕따가 되고 만다. 하지만 은지는 이 상황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제주에 살 때 은지는 따돌리는 쪽이었고 이제는 거꾸로 따돌림당하는 신세가 된 것. 거짓말로 엉망이 된 상황을 되돌려 놓고 싶은 은지는 간절하게 백꼬선생을 불렀다. 백꼬선생은 은지가 헝클어 놓은 고민 실타래를 스스로 풀도록 어떻게 도울까?
‘뛰는’ 백꼬선생 위에 ‘나는’ 위은지
본 적 없는 독보적 캐릭터 백꼬선생은 능청스럽고 도도하고 까칠한 독특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번엔 자신보다 더욱 당돌한 5학년 위은지를 만났다. ‘백 번 산 고양이’ 대신 다른 그림책을 고르려는 은지의 행동에 백꼬선생은 잠시 놀라고, 깐깐하게 적힌 ‘위은지 집 사용 설명서’를 받아 들고 당황한다. 또 당당하게 의뢰인 침대를 차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여자아이 의뢰인을 만나 좀 더 세심하게 변한 백꼬선생. 사과도 하고 예의도 차린다. 물약이 바뀌는 실수를 하고, 순간 이동 착지 장소를 잘못 선정해 큰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무심한 척 챙겨 주는 백꼬선생의 따듯한 마음은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두 주인공의 티키타카가 마지막까지 신나게 이어진다.
일방적인 가해자나 피해자는 드물어
학교 폭력의 해결법을 알차게 다룬 이야기
1권보다 더 촘촘해진 구성과 이야기가 눈에 띄는 2권의 주제는 학교 폭력과 거짓말이다. 저자는 학교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한 인물 안에서 보여 준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일방적인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는 것은 드물고, 피해자이면서 가해자, 또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방관자인 수동적 가해자가 많기 때문이다.
주인공 은지는 새로운 가족, 새로운 학교라는 주변 환경의 변화가 주는 불안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은지는 얼른 친구들 무리에 들어 안정감을 찾고 싶었다. 저자는 남과 어울리고 싶어 자신을 속이고 감추는 일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비록 혼자일지라도 언젠가 영혼의 단짝을 만나게 될지 모르니, 그만큼 자기 자신한테 정직한 것이 중요하며, 거기에 자석처럼 좋은 친구를 끌어당기는 힘이 숨겨져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자신에게 정직하게 대하는 것, 거기에 마음을 다해 살아가라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