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의 초등학생들이 독서를 통해 철학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을 발간해 화제다. ‘초딩들의 독서여행’ 이라는 부제가 붙은 『넌 현타! 난 철타!』. 이 책은 전문 독서 강사로 활동하는 선생님의 지도 아래 세계 여러 나라의 옛 이야기책을 읽고 그 느낌과 자신의 생각을 옮겨놓은 것으로 독서일기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독서일기로 보기에는 참여한 4명의 초등학생들이 보여주는 사유가 깊다. 공동 저자인 소백산(오봉초 6년), 이수빈(황산초 6년), 장서윤(황산초 6년), 정루채(황산초 6년) 등은 옛 이야기 속에 담긴 지혜와 진리를 들여다보면서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초등학생으로서의 순수한 생각들을 그대로 옮겨놓는다. 그 속에는 어른들의 일방적인 생각들과는 다른 이해와 사유가 반짝인다.
독서길잡이 정수정 강사는 “백 년 전, 천 년 전 이야기가 현재의 우리들 세상과 닮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들이 살아갈 현재를 한 번쯤 통찰해본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 중 하나가 ‘문화 세계화’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를 사는 아이들은 세계화된 한국 사회를 살고있다. 이미 현대 한국 사회가 세계 문화의 공존 공간이 된 것이다.
세계 문화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의 생각 그릇을 키울 수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고민되는 지점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 그릇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독서를 이야기한다. 독서? 그렇다면 어떤 독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읽혀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꼬리의 끝에 ‘세계 옛이야기’라는 열매가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렇다. IT 기술의 발달과 미디어의 발달로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아이들에게 생각그릇을 키우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다양한 문화와 정서를 담은 책을 제대로 읽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 여행이 어려운 이 시기에 더욱 더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옛이야기’ 책 읽기를 시작하며 우리 아이들이 세계인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문화적 이해와 공감을 넘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세계 옛이야기’에 대해 읽고, 쓰고, 이야기 나누며 각자 자신과 친구들의 다양한 생각을 만날 수 있었다. 가끔은 친구들과 같은 생각을 했다고 동질감과 공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때로 다른 생각을 하며 서로의 생각의 차이점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아이들은 세계 옛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나라 옛이야기와 닮아있다는 것과 백 년 전, 천 년 전의 이야기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자신들의 삶에 아직도 유용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자라는 키만큼이나 옛이야기의 재미와 삶에 대한 통찰이 함께 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독서여행 길잡이로서 큰 기쁨의 시간이었다.
옛이야기는 어린이의 정신적 발육과 정서적 성장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정제된 옛이야기가 아이들의 사고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사고력 향상을 가져오는 것을 지켜보며 옛이야기의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정수정(글쓰기 전문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