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공부, 학원……. 으으으, 하지만 지금 나한테 가장 심각한 건 동생 스트레스야!”
얼떨결에 언니가 된 여덟 살 아이의 싱숭생숭 복잡한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야기
동생이 생긴 아이들의 마음은 복잡하고 쓸쓸합니다. 장난감을 나누어야 하고, 간식을 양보해야 하고, 익숙해진 것들을 내줘야 하지요. 무엇보다 자신만을 향했던 부모님의 관심이 한순간 사라진 듯한 기분에 억울하고 서럽기까지 합니다. 자신의 것을 모두 빼앗겼다고 느끼는 아이에게는 동생이 그저 경쟁자로만 여겨진다고 해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에게 화살을 돌려 괴롭히고 화풀이하고 심지어 동생의 행동을 따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부모님의 관심을 다시 자신에게 돌릴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요.
《엄마 사용 설명서》, 《용서의 자격》, 《1학년 1반 여왕님》 등 독자 연령을 넘나들며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봐 온 작가 ‘이토 미쿠’의 새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책의 주인공은 언니가 되면서 ‘동생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덟 살 여자아이 나코입니다. 막내로서 당연하게 누려온 모두의 관심과 보살핌을 어느 날 갑자기 굴러들어온 가나에게 몽땅 빼앗긴 나코. 과연 눈엣가시처럼 얄미운 남의 집 아이와의 불편한 한집 생활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나코, 가나를 잘 돌봐 줄 거지? 언니니까.”
왜 다들 나한테만 뭐라고 해요? 나도 언니는 처음인데!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엄마가 나코와 오빠에게 갑작스러운 말을 꺼냈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엄마 친구의 딸인 가나가 집에 와서 잠시 머물 거라고요. 가나는 나코보다 두 살 어린 여자아이인데, 유일한 가족인 엄마가 수술을 받게 되면서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해졌거든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저보다 어린 동생하고는 놀아본 적 없던 나코는 동생의 존재가 어색하면서도 ‘언니’라는 말이 설레고 기뻤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날이 갈수록 나코의 마음은 점점 비뚤어졌습니다. 아빠는 가나에게만 새 그림책을 사 주고, 엄마도 가나 숟가락에만 생선 가시를 발라 올려 주었거든요. 심지어 오빠마저 가나가 뭘 해도 요란하게 칭찬하면서 상냥하게 굴었어요. 나코한테는 맨날 심술부리며 심부름만 시켰으면서 말이에요. 나코가 아무리 ‘나는?’, ‘내 거는?’ 하고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뿐이었습니다. ‘나코는 언니잖니.’
언니는 칭찬받으면 안 돼? 언니는 동생에게 모두 양보해야만 해? 결국 쌓였던 섭섭함이 터지고 만 나코는 마음속으로 단단히 결심합니다. 남의 집 아이인 가나만 감싸고 예뻐하는 집은 나가 버리기로, 그리고 자기도 남의 집 아이가 되겠다고!
‘너는 너대로 소중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야.’
밀려나 혼자가 된 것만 같은 아이들을 다독이는 따뜻한 말 한마디
모두가 자기만을 바라보는 일에 익숙했던 아이는 동생이 생기는 순간 엄청난 상실감을 경험합니다. 전문가들이 ‘왕이 폐위된 상태’에 비유하기도 하는 아이들의 감정 상태는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고 해요.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공포와 불안을 느낀다고요.
작가는 그런 아이들의 마음 변화를 아주 조밀하게 따라갑니다. 처음에 나코는 동생이 생긴 게 싫지 않았어요. 어떻게 놀아줄지 고민도 하고 자기를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으니까요. 그런 나코의 마음이 삐딱해진 건 ‘언니’라는 이유로 아무도 자기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안 순간부터였어요. 그러다가 오빠가 동생이 집에 없다는 것을 알고 공원으로 찾으러 오자 쌓였던 서운함을 단번에 풀어 버립니다.
아이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몸은 작아도 그 안에 품은 생각과 마음은 어른들 못지않게 복잡하고 섬세하지요. 하지만 아직은 감정을 배워가는 시기라서 자신의 마음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먼저 아이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기분을 살펴줘야 하지요.
《나, 언니 안 할래!》에는 ‘나코’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혹은 겪을 예정인 아이들을 다독이는 따뜻함이 담뿍 담겨 있습니다. 동생이 밉게 느껴지는 마음이 이상한 게 아니라고, 그건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그리고 너는 동생과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의미에서 아주 소중한 아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