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온몸으로 하는 언어
동작에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시선을 녹이다
음악이나 미술 같은 여타의 예술과 달리 동작으로 표현되는 춤은 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쉽지 않다. 최은희 무용가는 그간의 춤과 관련한 자신의 기록을 한데 모아 아카이빙하였다. 부산 창작춤의 기틀을 닦아온 최은희 무용가의 자료는 한국춤을 계승하는 무용가 한 사람의 자료를 넘어 한국, 그리고 부산이라는 지역의 춤에 관한 역사적 자료라 할 수 있다.
나는 무엇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 즉 삶의 불확실성을 춤을 통하여 밝히기 위해 우리 고유의 몸짓인 굿판, 탈판, 마당놀이판과 전통춤을 전수받아 춤 세계를 넘나들었습니다. 삶에 대한 철저한 해석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물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고, 그리고 순간순간의 느낌에 충실한 인간의 순수한 감성을 춤을 통해 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이것이 내가 추구한 춤의 목표였습니다. 콘서트장과 전시장, 서점과 음악상점을 자주 방문하여 고유한 나의 춤 세계와 만나기를 바라면서 항상 탐색하였습니다. _〈머리말〉 중에서
최은희 무용가는 춤을 ‘온몸으로 하는 언어’라고 말하며, 춤을 통해 자기 내면으로 파고든다. 그는 고 김천흥, 고 한영숙, 고 이매방, 고 김병섭(농악), 김매자 등의 무용가에게 여러 무용을 사사하였다. 이후 최은희는 자신이 익힌 전통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춤을 만들어나간다. 그에게 춤은 삶에 대한 감정의 표현이었기에 언제나 인간과 세계에 대한 해석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한 춤 속에 당대 사회의 인식을 드러내고, 역사의식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며 현실 참여 예술에 임한다.
최은희, 부산의 지역 무용을 계승하고 전하다
문화의 응집력을 구축하기에는 어느 도시보다도 배타적이지 않는 부산, 춤꾼들 역시 건강한 문화적 자긍심을 갖고 정열과 끼(?)가 충만되어 있어 구체적 전략의 문화예술행정과 토양만 형성된다면 부산 춤계의 위상과 전망은 무한대로 열려 있음을 확인한다. _267쪽
부산으로 이주하여 경성대학교 교수로 재임한 이후 최은희는 부산무용의 중요성과 우수성을 인지하고 그 가능성을 엿본다. 이에 학생들에게 부산의 무용을 전하고 이어가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며 함께 부산무용을 알아간다. 계속해서 새로운 부산무용의 장을 열어가며 후임 양성에 힘쓴 그는 경성대학교 퇴임과 함께 자신의 지난 춤 인생의 1부를 정리한다. 지금부터 다시 쌓아갈 2부는 또다시 그 자료를 더해가며 한국 창작춤의 역사를 다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