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글쟁이’가 공유하는 글쓰기의 원리
원문을 첨삭해 대안을 제시하는 첨삭은 강력한 글쓰기 교수법이다. 이 교수법으로 글의 구성과 전개를 설명하려면 원문과 대안을 좌우 마주보기로 편집해야 한다. 그런 편집을 독자가 손쉽게 활용하도록 하는 제본이 사철(絲綴)이다. 이 책은 사철로 제본하되 양장본 대신 반양장본을 택했다.
이 책은 내용으로도 기존 글쓰기 책과 차별점이 여럿 있다. 첫째, 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글쓰기에 적용할 핵심 원리를 제시한다. 둘째, 글의 구성과 전개를 강조하고 예를 들어 설명한다. 셋째, 글쓰기를 둘러싼 기존 오해를 바로잡는다. 예컨대 ‘단문 위주로 쓰라’ ‘접속사 없이 문단과 문단, 문장과 문장이 호응하도록 하라’ 등이다. 넷째, 정확한 글을 쓰기 위한 정확한 사고를 안내한다. 다섯째, 문해력 못지 않게 중요한 수해력(數解力)을 다뤘다.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이 책에 대한 출판사 서평을 다음과 같이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다. 인터뷰이, 즉 인터뷰 대상은 이 책의 저자로서 직접 이 책을 발행한 백우진 저술가ᆞ번역자 겸 사개모개 출판사 발행인.
- 책의 만듦새가 독특하다.
“접착제로 책의 낱장을 붙이는 ‘무선제책’ 대신 실로 엮어 제본하는 이른바 ‘사철(絲綴) 방식을 택했다.”
- 그런 방식은 대개 양장도서, 즉 하드커버 책에나 활용되지 않나?
“책 등을 실로 엮어 제본하면서 두꺼운 판지를 표지로 쓴 책을 양장도서라고 한다. 이 책은 실로 엮으면서 두꺼운 판지를 쓰지 않았다. 이런 방식을 ‘반양장’이라고 부른다. 양장 대신 반양장을 택한 것은 양장의 경우 독자가 덜 친숙하게, 표지 재질 그대로 ‘딱딱하게’ 여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다.”
- 반양장, 알겠다. 내 책꽂이를 살펴보니 이런 책이 매우 드물다. 특히 반양장으로 제작하면서 책을 감싸는 표지를 추가했다. 또 속표지의 색 배합은 겉표지와 반대이어서 눈길을 끈다.
“사람들이 만져보고 싶은 책, 쓰다듬어보고 몇 페이지 읽어본 뒤 소장하고픈 책을 제공하고 싶었다. 사람에 따라 취향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내 눈과 내 손에는 최고의 ‘물건’으로 제작하려고 노력했다. 겉표지를 벗겨내 책 등을 살펴보고 만져보기도 권한다. 제본의 달인이 공정 책임을 맡아 야무지게 실로 엮었다. 이런 정도의 물성이라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리라고 기대한다.”
- 노력을 인정한다. 만듦새의 수준도 상당히 높게 평가한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사철 제본을 택한 것은 이 책의 괜찮은 편집 방식을 드러내기에 적합한 제본 방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특징이자 강점은 ‘첨삭’이다. 그래서 책 제목도 ‘첨삭 글쓰기’다. 특히 40여 페이지에 걸쳐, 독자가 비교하기 쉽도록, ‘원문’과 ‘대안’을 각각 왼쪽 페이지와 오른쪽 페이지에 배치해 편집했다. 그러면서 원문과 대안의 필요한 대목에 첨삭을 설명하는 메모를 붙였다. 이런 편집 방식을 어떻게 하면 독자가 손쉽게 활용할까 궁리한 끝에 사철 제본을 결정하게 되었다. 좌우 비교 페이지는 찬찬히 읽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사철은 독서대에 책의 페이지를 고정하지 않아도 책이 펼쳐진 상태로 있기 때문에, 책을 펼쳐놓고 좌우 페이지를 비교하기에 편리하다. 모쪼록 좌우 비교 페이지를 펼쳐놓고 그 내용을 충분히 터득하시기 바란다.”
‘박람강기’를 바탕으로 한 ‘용감한’ 책
추천사에서 이용재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작가는 “이 책은 용감하다”고 평했다. 서경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요즘 시대의 인용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저자의 박람강기(博覽强記) 덕분”이라고 평했다. 원문의 시기를 보면 멀리 ‘제갈량의 출사표’에서 가까이로는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로부터 인용되었다. 분야도 소설 〈목걸이〉에서 《임꺽정》, 《화학산책》,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까지 폭이 넓다.
- 좌우 마주보기 편집된 페이지 이외에서도 원문의 대안을 많이 제시했다. 첨삭이 글쓰기를 가르치는 데 그렇게 효과적인 방법인가?
“그렇다. 첨삭과 반대로 글쓰기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좋은 글의 원리와 유형,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있겠다. 그러나 모범 제시 방식은 효과가 약하다.
되돌아보라.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와 학원에서 좋은 글을 읽고 배우고 그에 대해 시험을 쳤다. 그러나 막상 써본 글은 우리가 오랫동안 읽어온 좋은 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왜 그럴까. 자신도 모르는 채 저지르는 실수가 많아서다.
이를 일반화하면, ‘모범 글 하나에 수십 가지의 ‘오답’이 나타난다‘가 된다. 달리 표현하면 ‘잘 쓴 글은 엇비슷하지만, 못 쓴 글은 그 양상이 제각각이다’가 된다.
잘 쓴 글은 문단이라는 형식을 내용에 알맞게 갖추고 있다. 구성이 탄탄하고 내용이 원활하게 전개된다. 문장과 문장의 배치와 관계가 적절하다. 수필이나 칼럼은 어필하는 기법을 적절히 구사한다.
못 쓴 글의 유형은 잘 쓴 글에 비해 훨씬 많다. 한 문단에 한 가지 내용을 담는 대신 여러 내용을 여러 문단에 혼합해 배치함으로써 독해를 방해하는 글이 자주 보인다. 앞에서 쓴 내용과 비슷한 서술을 추가하는 중언부언 논문이 있는가 하면, 전개가 우왕좌왕하는 갈지자 보고서가 있다. 역접에 역접을 거듭해 독자를 어지럽게 하는 글도 있다.
독자의 눈길을 끄는 인트로를 서두에 앉히는 대신 상투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한 수필과 칼럼이 많다. 마무리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글, 마무리의 내용과 형식 모두 없는 글도 간혹 보인다.
그래서 글쓰기 훈련에는 좋은 글을 본받는 방식보다 원문과 대안을 제시받고 왜 그렇게 수정됐는지 배우는 쪽이 더 효과적이다. 첨삭으로 익힌 세부 지침은 확실히 따를 수 있다.”
베스트셀러 《일하는 문장들》의 ‘확장판’
백우진 저자는 업무용 글쓰기 분야 베스트셀러 《일하는 문장들》(2017)을 썼다. 이 책의 판매 부수는 최근 2만 부를 넘어섰다. 글쓰기 전반으로 범위를 넓히면 《일하는 문장들》보다 훨씬 많이 팔린 책이 여러 종 있지만, 업무용 글쓰기로 분야를 좁히면 《일하는 문장들》은 최상위에 랭크된다. 그는 에세이와 칼럼을 쓰는 데 도움이 될 책으로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2017)도 썼다.
- 이 책이 당신이 전에 쓴 글쓰기 책과 어떻게 다른가.
“우선 《일하는 문장들》보다 영역을 확장했다. 《일하는 문장들》은 보고서를 써야 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잡았다. 《첨석 글쓰기》는 그보다 대상이 넓다. 보고서 외에 수필, 자기소개서, 칼럼, 기사, 보도자료, 논문을 작성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와 비교하면, 전달력을 높였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도 원문과 대안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그러나 원문이 여러 페이지에 배치된 다음 설명에 이어 대안이 또 여러 페이지에 편집되었다. 이로 인해 독자가 원문과 대안을 비교하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그에 비해 《첨삭 글쓰기》는 원문과 대안을 한눈에 비교하기 쉽도록 편집되고 제본되었다.”
- 만병통치약은 없다.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글에 유용한 지침을 책 한 권에 담을수 있나?
“시를 제외한 모든 글, 즉 수필, 자기소개서, 칼럼, 기사, 보도자료, 보고서, 논문은 모두 기본을 갖춰야 한다. 그 기본으로는 문단과 아우트라인, 문단의 구조, 전개, 문장, 문장과 문장의 관계 등을 꼽을 수 있다. 문단과 아우트라인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아우트라인은 글의 설계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문단 단위 글쓰기. 간단한 지침인 듯하다. 결코 그렇지 않다. 문단 단위로 구성하려면 ‘일반’과 ‘개별’ 사이의 사고가 정확하고 원활하게 가동되어야 한다. 일반과 개별은 ‘범주’와 ‘사례’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한 문단이라는 범주에 어떤 사례가 알맞은지 생각하면서 문장을 작성해야 문단 단위 가지런한 글이 된다. 글쓰기는 문장과 문단 측면에서만 생각해도, 문장을 쓰면서 그 문장의 상위 범주를 판단해야 하는 중층적인 작업이고, 그래서 만만치 않다.
글을 문단 단위로 써야 문단의 핵심을 추려서 모아놓을 때 아우트라인이 된다. 짜임새 있는 아우트라인과 그에 따른 문단 단위 서술. 수학으로 치면 사칙연산 정도로 단순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글은 위 측면에서 취약한 사례가 많다.
이런 기본에 더해 불특정 다수에게 어필해야 하는 글, 예를 들어 수필과 자기소개서, 칼럼 등에는 인트로가 필요하다. 독자와 처음 만나는 도입부를 적절하게 앉혀야 한다. 문단이 아우트라인의 구성 요소인 것처럼, 인트로는 이야기의 재배치 속에서 선택된다. 이야기의 재배치에는 ‘플롯’이라는 용어가 활용된다. 이 책은 기존 스토리텔링 책들보다 인트로와 플롯의 관계를 정확하게 적절한 사례를 들어 제시한다. 어필하는 글은 마무리(아우트로)도 중요하다. 이 책은 아우트로 기법도 다룬다.”
- 부제의 둘째 줄에서도 ‘수필, 자소서, 보고서, 논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소서 쓰는 방법은 본문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자소서도 수필처럼 어필해야 하는 글이다. 그런 글의 차별 포인트는 인트로와 아우트로다. 인트로와 아우트로 기법을 적절하게 구사하면 훌륭한 자소서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알맞은 인트로를 뽑는 데 활용한 기법이 ‘앵글 잡기’이다. 1장 4절 ‘앵글 잡고, 사실은 그에 따라 취사선택’을 읽어보시라. 이 절의 저자 소개가 자소서 작성에 확실한 참고가 될 것이다.
첨언하면, 인트로 기법은 기사와 보도자료 작성의 핵심이기도 하다. 저널리즘 분야에서는 인트로 대신 리드(lead)라는 용어를 쓴다. 둘은 동일한 역할을 한다. 인트로를 알면 리드도 잘 구사할 수 있다.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보도자료는 기사와 동일한 형식의 글이다.”
- 많은 기존 도서에 이 책을 추가하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자평하나.
“기존에 없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 신간을 내야 한다는 조언을 접한 적이 있다. 이 책에 그런 내용이 다수 있다. 몇 가지만 꼽으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글의 구성과 전개를 강조하고 예를 들어 설명한다. 둘째, 글쓰기를 둘러싼 기존 오해를 바로잡는다. 예컨대 ‘단문 위주로 쓰라’ ‘접속사 없이 문단과 문단, 문장과 문장이 호응하도록 하라’ 등이다. 셋째, 정확한 글을 쓰기 위한 정확한 사고를 안내한다. 넷째, 문해력 못지 않게 중요한 수해력(數解力)을 다뤘다.”
저자는 왜 자신을 ‘전방위 글쟁이’라고 칭하나? 그는 일간지에서 시작해 주간매체와 월간매체의 긴 기사를 작성하면서 글의 구성과 전개를 궁리하게 되었다. 재정경제부 공무원과 증권사 편집위원으로도 일하면서 기사 이외의 글을 쓰고 편집했다. 저술ᆞ번역 분야가 경제와 주식시장, 인공지능, 가상현실, 우리말, 마라톤 등을 아우른다.
이 책에는 전방위 글쟁이가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한 글쓰기 원리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