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이 지속되는 한 미생물ㆍ바이러스와 인간,
감염병과 숙주의 ‘술레잡기’는 끝나지 않는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미생물과 인간의 끊임없는 싸움을 ‘붉은 여왕 가설(Red Queen’s Hypothesis)’이라 부른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충고한다.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려면 계속 달릴 수밖에 없단다.
(It takes all the running you can do, to keep in the same place.)’
주위의 풍경도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에 끊임없이 발을 놀려야 겨우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숙주가 아무리 뛰어난 방어 태세를 구축해도 감염병의 마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붉은 여왕’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병원체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숙주가 되는 생물은 방어 수단을 진화시킨다. 그러면 병원체는 방어 수단을 무너뜨리고 감염시킬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숙주는 한층 새로운 방어 수단을 진화시키고, 생명이 지속되는 한 이 술래잡기는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미생물ㆍ바이러스와 인간, 감염병과 숙주의 관계를 야구에서의 ‘투수와 타자의 관계’에 빗대어 설명한다. 투수, 즉 병원체는 타자, 즉 숙주의 약점을 찾아내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공을 던짐으로써 타자가 공을 치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반면 타자는 끊임없이 궁리하고, 노력하고, 약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투구법에 대응함으로써 투수가 던지는 공을 치려고 노력하는 메커니즘이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항생물질을 투여하면 대다수 세균은 사멸하지만 내성을 획득한 세균이 살아남아 다시 번식하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세균은 숙주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항생물질을 무력화하는 효소를 만들어내 자신의 유전자 구조를 바꿈으로써 (숙주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미생물과 인간의 ‘술래잡기’는 과연 누구에게 더 유리하며, 둘 중 누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을까? 압도적으로 미생물이다! 이는 인간과 미생물의 세대 교체 시간과 변이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인간의 세대 교체는 약 30년이 걸리는 데 반해 대장균은 조건만 맞으면 20분에 한 번 분열할 수 있다. 즉, 미생물ㆍ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는 인간의 그것의 50만~100만 배에 달한다. 인류 역사는 고작 20만 년 남짓인 데 반해 미생물ㆍ바이러스는 40억 년을 살아남은 최강자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알 수 있듯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는 인간이 아니라 ‘미생물’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이치와 원리를 푸른곰팡이에서 발견된 대표 항생물질인 페니실린의 사례를 살펴보면 좀 더 실감이 난다. 1940년대에 페니실린이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을 때 그 극적인 약효로 인해 ‘마법의 탄환’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20세기 최대 발명 중 하나로 칭송받기까지 했다. 게다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페니실린은 다양한 항생물질 발견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페니실린이 맥을 못 추는 내성균이 출현했다. 그 내성균은 ‘마법의 탄환’ 페니실린이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방탄조끼’를 갖춰 입고 나타났다.
어떻게 내성균은 그토록 빠른 시일 내에 퍼져나갈 수 있었을까? ‘수평전이’ 덕분이다. 비내성균이 다른 균에게서 유전자를 수용하는 ‘수평전이’ 덕에 인류가 부단한 연구와 노력, 실험 끝에 새로운 특효약을 내놓아도 이에 질세라 내성균이 출현하는 것이다.
▣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는 인간이 아니라 ‘미생물’이다
- 인류와 미생물ㆍ바이러스, 감염병과의 대결보다는 타협과 공존을 모색하는 책
2020년 초에 발병해 3년 가까이 전 세계를 휩쓸었던 감염병 코로나19는 모든 분야에서 인류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향후 인류 역사의 진행 방향을 크게 바꿔놓았다. 말하자면 미생물ㆍ바이러스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으며, 인류 역사의 물줄기마저 혁명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책 『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의 저자에 따르면, “앞으로도 미생물ㆍ바이러스는 10년에 한 번은 모습을 바꾸어 재유행하며 인류의 운명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바이러스는 지구 생명 활동의 근원 부분에 존재해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저자는 미생물ㆍ바이러스와 인류의 관계를 적대적인 대결 관점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대결 못지않게 타협이 필요한 존재이며, 한발 더 나아가 미생물ㆍ바이러스가 없다면 인류의 존립도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바이러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물 진화와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기에 바이러스 없이는 우리 인류도, 다른 생물의 종 보존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저자의 주장대로, 인류와 감염병, 인류와 미생물ㆍ바이러스의 대결 및 타협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우리 인류가 미생물ㆍ바이러스, 감염병과의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 선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일본 아마존 20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 캄캄한 터널 속 같은 코로나19 시대에 일본 아마존 종합 베스트 상위권에 올라
폭발적 판매 증가를 보이며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의사ㆍ변호사ㆍ메디컬 전문가들에게
‘등대’ 역할을 한 책
일본에서 2013년에 맨 처음 출간되고, 2018년에 리뉴얼 출간된 이 책은 수많은 미생물ㆍ바이러스, 감염병 관련 책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여러 해 동안 독자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아왔다. 그러던 중 2020년 연초부터 전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지구적 대유행, 즉 팬데믹 상황으로 확산하면서 이후 3년 가까이 인류는 그야말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암담한 상황을 맞이했다. 이 책은 코로나 발생 초기, 그리고 팬데믹 상황에서 수십 수백 종의 미생물ㆍ바이러스, 감염병 관련 도서들 중 그야말로 군계일학의 존재감을 뽐낸 바 있다. 실제로 이 책은 20주 연속 일본 아마존 종합 베스트 상위권에 올라 폭발적 판매 증가를 보였으며,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의사ㆍ간호사ㆍ메디컬 전문가들에게 ‘등대’ 역할을 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비록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으나 끊임없이 감염병의 위협이 도사리며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냉엄한 현실에서 이 책이 국내 독자들과 의사ㆍ간호사ㆍ메디컬 전문가들에게 나름대로 ‘등대’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