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 위에서 찍기 시작한 내가 주인공인 로드 무비 한 편
일상에 지쳐 있던 30대 중반 사직서를 낸 저자는 ‘일단 떠나 보자’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가슴속에 고이고이 간직했던 자신이 주인공인 로드 무비를 직접 찍어 보기로 결심한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떠났던 여행인 데다 ‘배낭여행은 처음이라’ 어디가 좋다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섰고, 아무나 따라갔던 탓에 약 탄 음식을 먹고 신용카드를 분실하기도 했고 심지어 노상강도를 만나기도 했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규칙을 만들며 혼자 하는 여행도 점점 익숙해졌고, 노하우가 생기면서 여행은 저자에게 더 이상 쉼이 아닌 일상이 되어간다.
지금은 ‘윤식당’으로 유명해진 길리섬에서 보낸 일주일, 서로 존재조차 몰랐던 이들이 몽니쟁이로 뭉쳤던 안나푸르나 라운딩, TV 다큐멘터리로만 접했던 갠지스강의 화장터 장면, 남아공에서 시작해 에티오피아, 수단을 거쳐 이집트로 이어진 아프리카 대륙 종단, 이젠 갈 수조차 없는 눈물 나게 아름다운 시리아까지.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세계 곳곳에서 저자가 경험했던 즐거움, 행복, 감동이 책 속에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어디를 향할지도 모르고, 장르도 출연진도 정해지지 않은 채 시작되었던 이 영화는 1330일 동안 31개국 138개 도시를 거친 희로애락이 담긴 영화 한 편으로 마무리되었다.
발 닿는 대로 무작정 돌아다닌 1330일의 여정
이 책에는 기존의 여행 소개서나 에세이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계획 없이 홀로 배낭 하나 메고 발 닿는 대로 돌아다닌 31개국의 여정 중 특별히 기억에 남은 40가지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Part 1은 여행의 초창기였던 동남아시아부터 인도, 파키스탄을 거쳐 이란에서 예기치 않게 팔이 부러져 수술한 이후 의료 수준을 갖춘 곳을 찾아 머무르게 되었던 영국 런던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Part 2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부터 케냐까지 홀로 아프리카를 여행하다가 케냐 나이로비에서 동행을 만나게 되어 처음 계획했던 대로 아프리카를 종단하고 이집트에 이르는 여정을 이야기한다.
Part 3은 요르단에서 시작하여 시리아를 거쳐 따스한 이야드네 식구들을 만났던 레바논을 지나고, 다시 시리아 곳곳을 여행한 후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에서 접한 기기묘묘한 풍광까지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록에는 완벽한 여행 준비라는 의미보다는 저자가 여행 선배로서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알아두면 쓸모 있는 4가지 세계 여행 TIP을 실었다.
다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선물이 되길 바라며
생각 없이 떠난 여행에서 남들은 쉽게 엄두조차 낼 수 없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상을 돌아다니며 얻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남은 것은? 저자는 이 모든 걸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고, 그래야만 남은 인생을 제대로 꾸려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귀국 후 여행사에 취직해서 바쁘게 일하는 사이 몇 년이 흘러버렸고 예전 일이라 전부 잊혔다고 애써 부정하면서 피하고 있었지만,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은 저자에겐 오랜 부채 같은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받았던 친절에 보답하듯 기한도 독촉장도 없지만 잊지 않고 꼭 갚아야 하는. 저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뜻밖에 생긴 여유를 이용해서 마침내 여행을 마친 지 10년 만에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으로 따뜻함, 즐거움, 다소의 낭패감, 감동, 설렘을 한껏 느끼고 나서 새롭게 충전하고, 다시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자신만의 여행을 꿈꿀 수 있기를, 어쩌다 1330일 동안 세계 여행을 했던 시간이 저자의 인생에서 최고의 선물이었듯이 어쩌다 집어 든 이 책이 독자에게도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여행처럼 ‘자유’와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낯선 길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사람들과 만난 이야기를 담은 『잠시, 다녀왔습니다』가 자유로운 배낭여행자의 여정을 간접 체험하고, 스스로 배낭을 꾸려 길을 나서게끔 의욕을 북돋워 줄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