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기 위해 일생을 ‘글 쓰는 노동자’로 살아간 발자크가 쓴
‘빚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적인 지침서’
프랑스 문학의 가장 위대한 소설가, 문학적 사실주의의 창시자인 오노레 드 발자크. 90여 편의 작품을 통칭하는 〈인간희극(La Comédie Humaine)〉 중에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많이 있다. 헤이북스에서 ‘고전으로 오늘 읽기’ 시리즈의 첫 책으로 소개하는 이 책 〈빚 갚는 기술〉은 국내에 첫 소개하는 그의 작품이다.
발자크는 그의 문학적 명성에 못지않게 평생을 빚더미에 앉아 있던 작가로도 유명하다. 20대 후반부터 벌써 대작가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 그였지만, 자신이 운영하던 인쇄소가 파산하기도 했고 독창적인 취향의 일상을 유지하다 보니 빚을 많이 졌다. 늘어만 가는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거나 빚쟁이를 피해 잠시 잠적해 있기도 했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커피를 물 마시듯 들이켜서 잠을 쫓아가며 익명으로도, 가명으로도 원고를 써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받은 원고료는 지난 빚을 대체하고, 아직 쓰지도 않은 글을 보증으로 새로운 빚을 내는 굴레에 갇혀 일생을 빚에 허덕이는 ‘글 쓰는 노동자’로 살아갔다.
이 책은 그가 익명으로 출간한 책들 중 하나로서, 빚에 허덕이던 무명의 발자크가 ‘빚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적인 지침서’를 표방하여 쓴 아이러니한 책이다.
발자크 특유의 사회 풍자와 유머러스하고 통찰력 있는 비판,
그리고 아이러니한 묘사가 탁월한 작품
이 책의 주인공은 삼촌(앙페페 남작)이다. 삼촌은 재산으로 기적을 만들어내는 천부적 자질을 타고난 부류의 사람이다. 아주 젊어서부터 정식 수입이 한 푼 없어도 엄청난 수입이 있는 사람처럼 살면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거만한 편견, 우리 사회의 어마어마한 도덕적 결함의 우위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인간이 갈망하고 누릴 수 있는 모든 쾌락을 60년 평생 향유하고 나서, 평소 자신의 남다른 재능과 자질을 높이 평가해주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최후의 만찬을 하면서 멋들어지게 삶을 마감했다.
조카는 삼촌의 마지막 부탁(회고록)을 엄숙하게 수행한다. ‘갚지 않은 빚이 그 당사자들에게 오히려 번영’이라는 삼촌의 주장을 연구하여 ‘돈 한 푼 안 들이고 빚을 갚고 채권자를 만족시키는 기술’을 완성한다.
‘빚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적인 지침서’를 표방하는 이 책 〈빚 갚는 기술〉은 발자크 특유의 사회 풍자와 유머러스하고 통찰력 있는 비판 그리고 아이러니한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빚이라는 현실을 유머와 위트로 풀어낸 소설
헤이북스의 ‘고전으로 오늘 읽기’ 시리즈 첫 책
발자크는 자신의 방대한 작품들 속에서 다양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천재의 관찰력으로 묘사해낸다. 동시대 경제학자들의 글에서보다 발자크의 작품에서 노동자들의 모습을 더 많이 파악하게 된다는 엥겔스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그만큼 발자크는 당시대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썼다.
이 책 역시 19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자본주의의 적나라한 모든 요소들이 사회 도처에 퍼져가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200년 전 프랑스에 만연한 부와 재정적 성공에 대한 집착, 그로 인한 부채 문화와 채무자-채권자 간 대립과 갈등 등 경제사회적 문제의 시대상은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 책은 빚이라는 현실을 유머와 위트로 풀어낸 소설을 읽는 문학적 재미뿐 아니라 부채와 재정적 책임 문제, 윤리적 행동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어서 지금의 소비주의의 현대사회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헤이북스가 ‘고전으로 오늘 읽기’ 시리즈의 첫 책으로 이 책을 선정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