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서는 한국에서 번역 출판되기 전에 이미 2020년의 제9회 파주 북어워드에서 기획상을 수상하였다. 그 수상 이유를 보면 다음과 같다.
‘시리즈 중국의 역사(シリーズ中国の歴史)’(전 5권), 이와나미신서(岩波新書) 시리즈의 집필자인 와타나베 신이치로(渡辺信一郎), 마루하시 미쓰히로(丸橋充拓), 후루마쓰 다카시(古松崇志), 단조 히로시(檀上寛) 그리고 오카모토 다카시(岡本隆司)는 모두 교토 대학 출신이다. 교토 대학의 동양 사학은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번 시리즈는 그 전통에 더해서, 새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최신의 학문성과도 충분히 포함하면서, 실로 재미있게 완성한 시리즈다.
이 작은 시리즈는 포괄적이고 설명적인 통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천을 좇으면서도 대담하게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로부터 ‘중국’이라는 단위가 어떻게 성립했는지를 살펴가면서 중국의 다원적인 역동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중국사 연구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전례 없는 도전적인 기획이다.
중국은 어떻게 해서 중국이 되었을까?
역사의 세 가지 층차
이 책에 의하면 역사를 서술하는 데 세 가지 층차가 있다고 한다. 첫째, 정치사처럼 10년·50년을 단위로 하여 변화해 가는 층차가 있다. 둘째, 500년·1000년의 단위로 관찰하지 않으면 변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의식주 및 그 생산의 층차, 환언하자면 사회의 생활권의 층차가 있다. 1000년 단위는 파악하기 어려운 장기간에 걸친 변화이다. 셋째, 정치 과정과 생활권의 중간에는 100년 단위로 변화해 가는 정치 및 사회의 조직·제도의 층차가 있다. 역사는 이 세 가지 층차의 상호 작용을 통해 변화한다. ‘새 중국사’ 시리즈 제1권은 그중에서 기초가 되는 사회 생활권과 정치·사회의 조직을 중심으로 서술을 전개한다. 다시 말해 시간적·공간적인 변화의 모습 속에서 중국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이리두 문화와 하왕조
1959년에 하남성의 이리두 유적이 발굴되었는데, 이로써 기원전 1800년경부터 1500년경까지 뒷날 중국의 중원이 되는 지역에 이리두 문화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이 이리두 문화로부터 청동기 문명이 시작되었다. 또 이리두 유적에서는 1만 제곱미터 규모의 궁전터도 발굴되었으며, 그 뜰에는 1000명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리두 문화를 형성했던 사람들은 스스로를 하(夏) 또는 하인(夏人)으로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이리두 문화 유형에 속하는 하남성 서부는 후세의 문헌에서 ‘유하지거(有夏之居)’라고 불렸다. 이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이리두 문화는 하왕조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최근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의 학자 중에서도 이리두 문화에 근거해 하왕조의 실재를 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균전제, 조용조제, 부병제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
중국의 당나라가 균전제, 조용조제, 부병제를 시행하였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국 사학계의 통설로 되어왔다. 이 책은 이러한 통설을 당대(唐代)의 사료에 입각해 재검토한다. 예컨대 당대(唐代) 사료에는 균전제라는 용어도 조용조제라는 용어도 나오지 않는다. 저자에 의하면 당나라의 균전 조용조제라는 용어는 북송 사마광의 『자치통감』에 최초로 나온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균전제와 조용조제에 대한 이해를 수정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또 구양수(歐陽脩)가 집필한 『당서(唐書)』 ‘병지(兵志)’ 간행 이래로 약 1000년 동안 당나라의 군제는 부병제뿐이며 부병이 위사·방인·행군 등 모든 군역을 담당했던 것으로 오해되어 왔지만, 이제는 과거 약 1000년 동안 계속되었던 오해로부터 해방되어야 할 때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