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를 졸업하고도 적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저자는 문득 제주로 떠났다.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지내며 무료한 생활을 보내던 그에게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다. 희끄무레한 털빛의 길고양이에게 ‘히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돌보며, 저자에게도 마음 붙일 곳이 생겼다.
1년을 고민하다 히끄의 입양을 결심한 저자는 여성이지만 ‘아부지’가 되기로 선포한다. “엄마라는 이름은 너무 소중하니까 히끄를 낳아 준 고양이 엄마에게 양보하겠다”는 마음으로. 집 없던 고양이와 꿈 없던 청년이 서로에게 든든한 가족이 되는 순간, 따스한 기적이 시작된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인생에 찾아온 후 생긴 놀라운 변화들
이 책에는 과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망부터 쳤던 저자가, 히끄를 가족으로 맞이한 후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히끄네 집》 출간 후 어느덧 5년, 저자는 민박 주인이자 농부, 작가로 바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직접 수확한 유기농 당근으로 반려동물 간식 업체와 함께 ‘히끄네 텃밭’ 이름을 건 간식을 출시하고, 고양이 용품 제작에 참여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제주 농가와 도시 소비자를 잇는 온라인 농산물 마켓 ‘히끄네 농장’을 열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일이지만 히끄에게 든든한 ‘아부지’가 되고 싶어 도전했고, 좌충우돌하면서도 차근차근 성과를 이뤄냈다. 이 모든 변화는 히끄가 있어 가능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삶의 경험이 넓어지면서 저자는 사회인으로서나 반려인으로서도 성장해간다. 서툴지만 진심으로 가꾼 텃밭이 튼실한 결실을 돌려줄 때, 저자는 농작물을 키우며 느낀 수고로움과 보람이 고양이를 키울 때와 다름없음을 깨닫는다.
내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면서 다른 생명의 현실에도 눈떴다. 동네 길고양이, 방치되어 병에 걸린 시골 개, 집을 잃어버린 떠돌이 개에게까지 마음을 주고 기부에도 앞장서게 된 것이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살며 한층 성숙해진 삶의 발자취가 행간에 담백하게 녹아난다. 저자는 《히끄네 집》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인세 일부를 (사)제주동물친구들에 기부할 예정이다.
성묘 입양의 기쁨을 전파하는 책
저자는 히끄와의 일상 이야기를 꾸준히 전하면서, 이미 다 큰 고양이와 만나 가족이 되었어도 행복한 반려생활을 이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히끄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고, 성묘 입양의 경험에 대해 꾸준히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티 없이 뽀얗고 동글동글 탐스러운 몸집의 히끄지만, 한때 마르고 아픈 모습으로 길거리를 배회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아부지가 발견해주지 않았다면, 히끄는 다른 길고양이들처럼 고작 몇 년을 살다 소리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우주 대스타’ 히끄에게 배우는 행복의 비결
이제 히끄는 아부지를 만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대기업과 CF 광고를 찍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0만 명에 달하지만 히끄의 소원은 소박하다. 아침저녁으로 고봉밥을 먹고 물고기 장난감으로 신나게 노는 것, 그리고 아부지가 언제나 곁에 있어 주는 것. 이 단순한 일상만으로도 히끄는 더없이 행복해한다. 히끄와 아부지의 제주 일기를 읽다 보면 깨닫게 된다. 행복한 삶은 거창한 게 아니라, 이렇게 하루하루의 소소한 행복이 쌓여 만들어진다는 걸.
161장의 풍성한 사진에 담은 제주 시골 마을의 일상
5년 만에 출간된 후속작인 만큼, 저자가 포착한 히끄의 일상도 더욱 다채로운 사진으로 남았다. 히끄를 찾아온 길고양이 친구들과 함께한 재미난 일상, 엄숙함부터 귀여움까지 모든 것을 갖춘 히끄의 천변만화하는 표정을 포착한 사진을 보노라면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 원고 사이사이 등장하는 화보와 재치 있는 해시태그 역시 놓칠 수 없는 읽을거리다. ‘우주 대스타’ 히끄를 아는 사람들에겐 특별한 선물이 되고, 히끄를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성묘 입양의 특별한 행복을 전파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