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즐거울지만 생각하면 되는 여행
『세계 방방곡곡 여행 일기』에 담겨 있는 모든 여행의 목적은 같다. 아름다운 것과 만나고 즐거움만 생각하고 떠났다는 것. 학교 단체여행으로 떠난 이탈리아에서 당시 사랑에 빠져 있던 마스다 미리는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고백받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으로 여행 내내 들떴던 에피소드와 샹젤리제 거리 레스토랑에서 불어를 읽을 줄 몰라 당황하며 대충 메뉴판을 가리켜 주문하고는 어떤 음식이 나올지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기억, 누가 봐도 관광객 대상의 가게였지만 오픈 테라스 자리에 앉아 친구와 희희낙락 맛있게 먹었던 파에야의 추억, 취재 차 머문 발리섬의 가정집에서 만난 푸투와 마디와 보낸 귀중한 시간이 지금도 소중한 보물처럼 여겨진다고 이야기한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경험한 갖가지 일들과 여러 사람을 만나 맺은 따뜻하고 애틋한 인연을 추억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소중함을 전해준다.
여러 에세이에서 밝혔듯 여행은 이제 인생의 일부라고 말하는 마스다 미리. 지금까지 다녀온 모든 여행을 담고 있는 이 책의 끝을 제일 처음 떠났던 이탈리아 일기로 마무리한다. 그날그날 일만 생각하며 지내는 게 참 좋았던 열여덟 살의 피렌체 여행. 가능하다면 언젠가 다시 방문해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즐거울지’만 생각하면 되는 여행을 또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특별 부록
타이완에서 ‘어른의 자유여행’을 이루다
“배가 고플 겨를이 없다. 이것이 2박 3일 타이완 여행의 감상이다. 먹고 싶은 음식이 하여간 많아서 배부른 게 조금 가시면 먹고 조금 가시면 또 먹고, 이제 가시지 않아도 먹겠다! 이런 식이었다.”_「p.104_타이완」
사흘간의 짧은 여행. 배가 고픈 채로 타이베이에 뛰어들고 싶었으니까 기내식은 먹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는 전부터 눈여겨보던 타이완의 아침 식사와 디저트까지 두루 섭렵하며 알찬 여행 일정을 소화한다. 저녁은 국물 요리로 정했다. 외국에서, 그것도 처음 가는 가게에서 만나기로 한 일행을 못 만날까봐 걱정했지만 5시 30분 약속한 시간에 모두 도착했다. 훠궈 3인분과 기본 반찬 세 가지, 맥주 한 병까지 배부르게 먹고는 이어서 디저트를 먹으러 갔다.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예전부터 먹고 싶었던 경단 ‘탕위엔’을 건너뛸 순 없다.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전부 다 다른 여자 셋이니까 저녁 먹을 때만 모이기로 정한 타이완 여행. 모두 도쿄에서 관광하러 왔으나 낮에는 따로 움직인다. 왕복 비행기와 호텔도 따로따로. 저녁만 같이 먹는 어른의 자유여행을 만끽하고 산뜻하게 타이완을 떠난다.
“아무튼 샀다. 먹고 싶었던 파인애플 파이. 행복해라. 인생이 주는 소소한 보상 같다. 울던 아이가 사탕을 받고 기분을 푸는 것 같은 단순한 기쁨이다. 이번 여행을 오기 전에 잘 안 풀리는 일이 좀 있어서 대체 왜 이러나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생각 자체를 그만두자, 그렇잖아, 지금 파인애플 파이를 샀는걸! 뭐, 이런 기분이었다.”_「p.110_타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