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역사의 장소, 기억의 공간’에서는 전남대 KOR 컨소시엄과 국립아시아 문화 전당이 함께 주최한 좌담회 〈경계를 넘는 언어와 의식, ‘재일(在日)의 삶’을 넘는 김시종의 시세계〉와, 전남대학교 BK21 FOUR 지역어문학 기반 창의융합 미래인재 양성 교육연구단이 개최한 좌담회〈역사와 기억〉을 채록한 성과를 담았다. 〈경계를 넘는 언어와 의식〉은
재일조선인 작가 김시종의 시의식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역사와 기억〉에서는 5·18 문학에 나타난 재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2장 ‘시간과 언어, 말과 문학의 교차점들’에서는 한국 문학 연구에서오랜 시간 고민해 온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문학의 시간 의식, 문학의 정치성, 문학이라는 외연과 경계에 대해 논의한다. 말과 언어는 시간과 사건을 다루어 왔는데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의 여지가 많다. 말해진 것과 말하지 못한 것들, 그 사이의 간극은 결코 메워지지 않는 간극이며 그 간극 속에서야말로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린다.
3장 ‘재현의 층위들, 기억의 역학’에서는 소설과 희곡, 영화 시나리오 등 다양한 예술적 재현의 형식과 역사의 관계를 논의한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기억은 다른 기억과 충돌하고 교섭하며 끊임없이 그 모습을 바꾼다. 기술과 미디어, 정치적 역학, 인식 구조의 변화는 기억을 끊임없이 새롭게 볼 수 있는 지평을 마련하고 있다. 보이는 것이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도 있듯이 기억은 이중성을 불가피하게 내포하고 있으므로 기억의 주체는 매개된 기억을 경유하여 대상을 끊임없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보고, 다시 읽고, 다시 쓰는 것만이 역사가 끊임없이 질문하 는 것에 대해 응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4장 ‘기억의 공동체와 글쓰기’에서는 광주의 역사에 대해 다룬 문학과 영화, 광주의 역사를 직접 살아 낸 사람들의 구술을 바탕으로 기억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글쓰기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1980년 5·18과 1970년대 방직 공장 여성 노동자를 다룬 작품과 채록된 구술 자료가주된 분석 대상이 될 것이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이가 대상을 기억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5·18의 2세대, 3세대로서 젊은 연구자들이 5·18을 지나간 역사가 아닌 진행태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점이 필요하다. 광주의 사람들의 목소리, 경험 서사와 같은 오토-픽션뿐만 아니라 국가폭력이라는 공통점으로 연대할 수 있는 탈지역, 탈국경의 서사와도 적극적으로 만날 필요가 있다. 거기로 가닿을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접하고 여기의 나를 끊임없이 재구성하면서 기억의 공동체는 물리적 시간적 한계를 넘어 확대되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