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어린이 사상 하루 4명꼴
"민식이법" 1000일, 어린이 교통사고는 제자리
권리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같아서 일상에서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아동의 권리는 너무나 당연해서 무감각하게 지나치거나 무엇이 아동의 권리인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 아동이 미래 인류의 삶을 창조할 주역이라는 점에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아동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동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미래의 주역으로 인공지능과 복제 인간의 공존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에 지구 곳곳에서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충격적 뉴스가 연일 들려온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인 세이브 더 칠드런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두고 낸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매일 어린이 4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가깝게는 우리나라에서 일명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 지 1000일을 넘겼지만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는 여전하다. 아동의 권리를 되새겨야 할 때다. 이미 국내에 아동의 권리를 다룬 그림책이 다수 출간되었음에도 책연어린이에서 이를 또 출간하는 이유다.
어린이의 당당한 외침, “나에겐 권리가 있어요!”
스스로 권리를 외치며 성장하는 아이들
일상생활에서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실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누가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당연히 어른들이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실현해야 한다고 한다. 아동은 아직 미숙한 존재이므로.
《나에겐 권리가 있어요》는 이러한 태도에 문제를 던진다. 아동을 보호받아야만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목소리로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외칠 수 있는 평등한 사람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깨친 권리에 대한 자각은 나를 비롯해 타인과의 공존, 더 나아가 미래 세계 창조의 출발점이 된다.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을 위한 그림책《나에겐 권리가 있어요》
《나에겐 권리가 있어요》는 1989년 유엔이 채택한 아동권리협약을 모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1년에 이 협약에 가입했고, 지금은 전 세계 196개 나라에서 가입했다. 《나에겐 권리가 있어요》는 아동의 권리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아동의 권리가 일상에서 충실하게 존중받기 위해 아동의 목소리로 아동의 권리를 외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가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중 15개 조항을 선택하고 작가의 의도가 집약된 마지막 조항 1개를 더해 총 16개 조항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아동의 권리를 한마디로 집약한다. “나는요. 사랑받을 권리가 있어요.” 세세하게 아동의 권리를 규정한다고 해도 그 모든 아동의 권리는 “사랑받을 권리”로 스며든다.
작가의 의도는 면지에도 드러난다. 면지에는 세계 각국의 아이들이 자국의 언어로 쓴 문장이 가득하다. 그 문장에는 아이들이 깨달은 나의 권리가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제목과 면지를 통해 왜 아동의 목소리를 빌려 아동의 권리를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를 분명히 한다.
아동의 권리는 일상의 생생한 경험 속에서
아동에게 체화되는 것
《나에겐 권리가 있어요》는 성찰과 성장의 그림책이다. 작가가 아동의 목소리와 글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서 빛을 발한다. 아동의 권리는 단지 추상적 지식이나 알아두면 좋을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아동의 권리는 자존감이 충만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편견 없는 아동으로의 성장 동력이고 그들이 창조할 미래의 원동력이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한다면, 단지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그림책이 아니라, 발견과 성찰, 자각의 의미가 드러나는, 인간에 대한 철학을 담은 그림책이다. 아동의 권리가 갖는 힘은 바로 이것이다.
그림책에서 다루지 않은 권리를 찾아보고, 우리 주변에 아동의 권리에 해당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선생님이나 부모님, 친구와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도 훌륭한 교육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나와 타인, 그리고 세계에 대한 성찰과 책임을 느끼는 존재로의 성장이 목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상에서 아동의 권리를 주제로 한 대화는 아동의 권리를 더욱 생생하게 빛나게 한다. 아동의 권리는 일상의 생생한 경험 속에서 아동에게 체화되는 것이다.
아동권리협약이 중요한 이유는 아동을 보호가 필요한 미성숙한 존재로 보지 않고 권리를 가진 평등한 사람으로 본다는 것이다. 모든 어린이에게 권리가 있음을 어떤 어른도 잊지 않도록, 어린이도 일찍부터 이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이 책을 꼭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