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에서 가장 위험한 모녀의 폭발적 케미스트리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인류의 미래와 위대한 아이디어의 향연’
-데니스 E. 타일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주인공 사야는 은하 네트워크 사회에서 초위험 종족으로 분류된 마지막 인류이다. 사야는 은하계에서 가장 위험한 외계인인 세냐 더 위도우에게 입양되어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자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야가 인간임을 눈치챈 외계인 옵서버는 그를 인류가 사는 행성으로 데려다주겠다고 선언한다. 사야는 그 말에 속아 정체 모를 현상금 사냥꾼에게 납치된다. 결국, 사야는 엄마의 도움으로 자신을 납치한 현상금 사냥꾼으로부터 탈출하게 되고, 파멸 직전 자신의 행성을 떠나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소설 속 네트워크는 “은하계 역사상 가장 거대한 집적 지성”이며 “수백만 종족 사이의 소통을 가능케 하고 많은 잠재적 분쟁을 막아온” 시스템이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모든 종족은 지성 지수에 따라 계급을 부여받는다. 주인공 사야는 인간이기에 차별받으며 하등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반면 흡사 사마귀의 모습을 한 어머니, 세냐 더 위도우는 외계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러한 네트워크 사회는 운석 충돌로 인해 파괴될 위기에 처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외계인들은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시종일관 심각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야는 굴하지 않고 생존 의지를 불태우며 ‘인간’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인간 존재 자체가 위협인 네트워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외계인이라고 불리는 세냐는 사야가 인간임을 알면서도 그녀를 입양한다. 은하계를 배경으로 한 이종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가 어디에서도 읽어본 적이 없는 모녀 서사일 것이다. 세냐는 절대로 사야가 인간임을 드러내기 원치 않지만, 사야는 언제고 자신이 인간이라고 선언할 날만을 기다린다.
사야가 인간이라는 진실은 독자는 알고 있지만, 네트워크 사회의 외계 지성체들은 모르는 진실이다. 독자는 이 진실이 언제 밝혀질까 전전긍긍하면서도 이 “최강 외계인” 엄마와 “최후의 인간” 딸의 유쾌한 ‘케미’에 집중하게 된다. 이 책의 독자는 외계인 엄마와 인간 딸 사이의 비밀스러운 진실을 공유받고 ‘읽기’의 방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계에 침범한다. 결국, 인간임을 들킨 시점에 이르렀을 때 어머니 세냐와 딸 사야의 신념과 가치가 충돌하며 산산이 부서진다. 세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딸 사야이며, 딸 사야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세냐는 모든 이에게 한없이 강한 존재이지만, 자신의 딸에게라면 한없이 무른 엄마이자 외계인이다. 짐짓 심각해 보이지만, 이들이 겪는 고충은 사실 사랑스럽게도 느껴진다. 인간 딸을 외계인식 교육법을 통해 교육하고 또 어느 순간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습득하는 딸의 모습이 통상적인 사랑의 모양 같아서이다. 물론 세냐는 인간 딸이 뿜어내는 끈적한 침이나 눈물, 수북한 머리털을 보면 징그럽다고 느끼지만, 그것쯤은 문제되지 않는다. 물론 사랑하기 때문이다.
비인간 사회 속 소수자 ‘인간’이 펼치는 유쾌하고 전복적인 서사
‘모든 은하계를 아우르는 지능 대 초지능의 장대한 SF’
-피터 클라인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잭 조던이 그리는 비인간 사회는 그 자체로 장대한 스케일의 은유이자 유쾌한 사고 실험의 장이다. 외계 사회 속 유일한 인간의 생존기를 담은 『라스트 휴먼』은 과감하게 인간중심사회를 초월한 외계 네트워크 사회를 직조하면서 범주화되기를 거부한다. 이 네트워크 사회는 모든 이들이 지능을 통해 분류되는 첨단 사회이자, 여전히 작금의 사회와 닮아있는 사회라는 점에서 현실과 미래의 영역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672페이지나 되는 이 책은 만만치 않지만, 온갖 지성체가 등장해 주인공의 지적 능력을 시험한다는 점에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소설은 그 자체로 지능과 초지능 간 투쟁의 장이 된다. 또 흥미롭게 따라 읽다가도 이 모든 것이 최상위 외계인들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문득 허무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기를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도대체 이 마지막 인류는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가? 한낱 인간의 희망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런 힘을 내게끔 한단 말인가?
결국, 소설 내내 주인공은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다. 이러한 투쟁의 장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의 관점에서 봤을 때 다양한 비존재가 출몰하는 외계 사회에서 사야가 투쟁하는 행위는 유쾌한 미러링의 서사로 읽힌다. 비인간 사회에서 인간은 철저한 소수자이다. 이러한 전복적인 서사는 독자를 아주 새로운 위치에 놓이게 한다.
새로움은 잭 조던 유니버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각기 다른 외계인들은 새로운 동시에 현실의 인간과 닮아있다. 익숙한 듯 낯선 인물을 직조해낼 수 있는 것은 잭 조던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더불어 적확한 묘사에 기인한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고, 그 세계를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은 험난하다. 하지만 잭 조던은 그 일을 해낸다.
규정된 성조차 존재하지 않는 외계 사회, 마지막 인류는 여성이다
액션과 미스터리로 가득 찬 은하계의 비인간적 관점이 돋보이는 소설
-데이비드 브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잭 조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작가 본인의 첨예한 사회적 문제의식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소설 속 세계관에서도 잘 드러나는 바이다. 소설 속 외계 사회에서는 자신이 직접 인칭대명사를 지정한다. 이는 지정 성별이 따로 없다는 뜻이다. 주인공 ‘사야’의 도우미 지성체는 자신의 이름을 ‘에이스’로 정하면서 자신의 인칭대명사도 고민한다. 그리고 대답한다. “그, 예전부터 생각해 봤는데, 난 분명 ‘그’인 것 같아.” 이 네트워크 사회는 지정된 성별조차 없다. 대신 지성을 통해 계급을 나누고 외계인들을 철저하게 나누어 관리한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인간 종족, 사야는 지성을 나눌 수도 없는 위험 개체로 분류되어 신분을 숨긴 채 산다.
이 소설에서는 최후의 인간이 여성이라는 것 빼고는 어떠한 사회적 시선도 내비치지 않는다. 재생산에 대한 함의도 없으며 남성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통상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사와는 다르다. 그리고 외계 지성체들의 싸움은 물리적 힘이 아닌 철저한 지능 대 초지능 간의 싸움으로 이루어진다. 『라스트 휴먼』이 불편하지 않은 미러링 서사라는 특징도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한 존재로서 인정받기 위한 혈투에 마지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사회가 주지하는 보편성을 은하계라는 소설적 배경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비틀어 낸다.
잭 조던의 외계 사회는 현실 사회의 지배 논리를 닮아있다. 물론 외계 사회의 지배 논리는 ‘돈’이 아닌 ‘지능’에 의해 움직인다. 그러한 세계에서 한없이 완고할 것 같은 외계 질서를 전복시키는 인물은 외계 사회 속 타자, 즉 ‘인간’이다. 규정된 성조차 존재하지 않는 외계인들이 만들어낸 네트워크 사회는 종과 젠더에 대한 폭넓은 사고 실험과도 같다. 잭 조던은 소설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인간이 우주에 홀로 나동그라졌을 때조차 인간중심적 사고는 유효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