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그 과정을 머금고 있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의 실천이 도처에 전파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이 책이 시작되었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시작된 민주주의 실험이 하나의 사례로 고립된 섬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마중물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 유범상(「에필로그_민주주의 실험실에서 시작된 새로운 희망」)
『우리는 선배시민의 길을 만든다』에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노인과 사회복지사 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선배시민 철학 교육을 받는 도중에 ‘웬 좌파 교육이냐’며 의자를 뻥 차고 일어서 나가려 하고, 선배시민 사업을 또 다른 일로만 여기며 불평을 쏟아낸다. 어쩌다 젊은 사람들이 오면 ‘젊은 놈이 왜 여기 오는 거야?’ 하는 분위기가 강하던 노인복지관 또한 낯익다.
그래서 이들이 내디딘 실천의 발걸음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선배시민이 실천하기 어려운, 소수만을 위한 철학이나 운동이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거창하고 멋진 실천이 아니더라도 ‘그래, 시도해보자!’, ‘두려울 게 뭐가 있어? 우리가 선배시민인데!’ 하는 마음으로 주변의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선배시민들의 모습이 반갑다. 학습동아리 토론에서 입을 떼는 것도 어렵던 사회복지사가 선배시민 대학 강사가 되는 과정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들이 변모해가는 과정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공동체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아름답다. 우리는 ‘인생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도 있네!’ 하며 감탄하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 존재였던 것이다. ‘친절한 복지서비스 전달자’에서 멈추지 않고 중개자, 옹호자, 사례관리자. 교육자, 상담가로 거듭나고자 끊임없이 질문하고 노력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서 우리 공동체의 희망을 본다. 오랜 시간 앞만 보며 달려와 지치고 힘들었을 뿐, 사회복지와 조직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넘쳐나는 직원들을 발견하고 함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노인복지관의 모습에 힘을 얻는다.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 선배시민이 어떻게 이상에서 일상이 되었는지를 한 노인복지관의 실천 과정을 전하는 이 책, 『우리는 선배시민의 길을 만든다』을 통해 오롯이 만날 수 있다.
선배시민을 처음 만났을 때에는 노인을 위한 사업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 노인을 변화시키고, 노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고만 했죠.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니 선배시민 철학 자체가 시민권이라는 보편적인 내용이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어요.
- 신명희(「5장_케어센터에서 커뮤니티센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