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간호학·윤리학 전공자부터 일반 독자까지
국내 생명의료윤리 입문의 교과서가 된 굴지의 스테디셀러
《생명의료윤리》는 체세포 복제 송아지의 탄생, 뇌사자 장기이식의 합헌 결정, 보조생식기술의 비약적 발달 등의 변화로 생명에 관한 한국 사회의 인식과 논의가 급변하던 1990년대 후반에 처음 출간되었다. 이 책을 엮은 구영모 교수는 초판 출간 당시 생명윤리 분야에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주제들을 다루며 생명의료윤리라는 생소한 논의를 국내 독자들에게 앞장서서 소개했다. 당시 생명윤리와 의료윤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졌으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분야의 국내서는 거의 없던 상황에서 이 책은 관련 분야의 전공자뿐 아니라 해당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 또한 친숙하게 읽을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개론서로 자리 잡았다.
이후 《생명의료윤리》는 2004년 제2판, 2010년 제3판의 개정을 거치며 우리 사회와 생명의료윤리 분야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논의들을 독자들에게 꾸준히 전달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이 책은 1999년 초판 출간 이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생명의료윤리 논의의 다양한 주제를 개괄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탄탄한 입문서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2023년 전면 개정된 제4판은 임신중절, 안락사와 같은 이 분야의 전통적인 주제들의 축적된 논의를 빠짐없이 다루는 한편 유전상담, 건강정보와 같이 사회 변화와 발맞춘 새로운 주제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임신중절, 장기이식, 안락사, 동물실험, 유전상담, 건강정보 빅데이터…
각 분야 전문가가 집필한 생명의료윤리의 정수
이 책은 철학자, 여성학자 등 연구자뿐만 아니라 의사, 수의사, 유전상담사, 변호사 등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집필하여 현재의 의료 현장을 적실히 반영하는 전문성 있는 논의를 제공한다. 또한 임신중절, 장기이식, 안락사, 동물실험, 유전상담, 건강정보 빅데이터 등 현재 생명의료윤리 분야의 굵직한 주제들을 열한 개의 장을 통해 두루 다룬다.
1장 ‘생명의료윤리란 무엇인가’(구영모)는 구체적인 이슈들을 다루기에 앞서 생명의료윤리가 학문적 뿌리를 내리고 있는 윤리학에 관해, 그리고 그 윤리학과의 관계 속에서 생명의료윤리가 무엇인지에 관해 이론적으로 개괄한다.
2장 ‘인간의 생명은 언제 시작되는가’(피터 싱어)는 서구 사회 내 임신중절권의 역사와 그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소개하며 임신중절 찬반 논쟁의 주요 프레임인 생명권·선택권 담론을 분석적으로 살핀다. 또 임신중절 논쟁의 주된 논점, 즉 ‘태아 생명의 시작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가’에 답하는 중세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논의를 소개하며 임신중절 논의를 실증적·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집요한 지적 여정을 보여준다.
3장 ‘보조생식기술 시대의 임신중지 논쟁’(김선혜)은 보조생식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존의 생명권·선택권 담론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임신중지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음을 살펴본다. 체외수정에 따른 선택적 유산, 배아 선별과 착상 전 유전자 검사, 대리모를 통한 임신·출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임신중지 문제를 다루며 이에 얽힌 윤리적 쟁점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에 생명권과 선택권을 넘어서는 새로운 재생산 윤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4장 ‘보조생식기술을 통한 비혼모 출산이 드러내는 한국 사회의 쟁점들’(윤지영)은 근년에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보조생식기술을 통한 비혼모 출산 이슈를 여성의 재생산 권리의 측면에서 다루며 이에 관한 국내외 법적·의료적 현실을 검토한다. 또 이를 둘러싼 국내의 사회적 논의와 더불어 우리 사회에 가지는 풍부한 의의를 짚어주고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변화의 방향들을 제시한다.
5장 ‘장기이식의 윤리적 쟁점 모아 보기’(최은경)는 장기이식에 관한 윤리적 쟁점들과 그 각각에 얽힌 개념, 역사, 논의들을 빠짐없이 설명해준다. 사망한 사람에게 장기를 기증받을 때 쟁점이 되는 사망 선고의 기준과 사망시점 결정, 장기 취득 동의의 유효성 문제, 살아 있는 사람에게 장기를 얻을 때 쟁점이 되는 동의의 이타성·자발성과 장기 매매 가능성의 문제, 그리고 기증받은 장기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식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또 장기이식에 관한 국내외 법률을 검토하며 앞으로 풀어가야 할 윤리적 문제들을 짚어준다.
6장 ‘안락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구영모)는 안락사의 개념과 국내외의 역사적 사례를 소개하고 장애 유아에 대한 비자발적 안락사, 미끄러운 경사길 논증 등 안락사에 관한 복잡한 찬반 논의를 상세히 풀어준다. 이에 더해 안락사와 ‘존엄사’ 용어에 관한 논의와 안락사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호스피스의 역사와 개념에 관해서도 간략히 다룬다.
7장 ‘〈연명의료결정법〉 자세히 보기’(김명희)는 국내에서는 호스피스로 많이 알려진 연명의료의 개념을 설명한 뒤 현재 시행 중인 〈연명의료결정법〉의 배경과 제정 과정, 법률의 주요 내용을 자세히 전해준다. 더불어 이 법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어내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8장 ‘임상시험의 윤리를 생각한다’(구영모)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 연구의 분류와 그에 속하는 임상시험의 개념을 설명하고, 임상시험과 관련된 국제 사회의 주요 규범들을 검토하며 임상시험 관련 윤리의 구체적인 가치들을 살핀다. 또 국내의 임상시험 관련 법률을 톺아보며 현재 한국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연구 윤리는 무엇인지 설명해준다.
9장 ‘윤리적인 동물실험은 어떻게 가능한가’(이병한)는 동물실험의 역사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험 사례를 살피며 윤리적인 동물실험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뒤이어 이를 위해 연구자들이 지켜야할 여러 원칙들을 소개하고, 관련 국내외 법률의 제정 과정과 내용 등을 설명하며, 동물실험 윤리를 위한 사회적 노력을 촉구한다.
10장 ‘유전상담이란 무엇인가’(최인희)는 아직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유전상담이라는 분야를 소개한다. 유전상담의 역사와 개념, 국내외의 제도를 살핀 후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유전상담의 사례를 소개하고, 그에 따른 윤리적 고려 사항들을 개괄적으로 보여준다.
11장 ‘빅데이터 시대, 건강정보 관련 법제의 현재와 미래’(이서형)는 개인의 의료 기록 등을 포함하는 건강정보의 빅데이터 처리 관련 법제에 관해 다룬다. 최근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 등 관련 규정들을 자세히 검토하여 문제점을 짚고, 바람직한 건강정보 처리를 위해 개선해야 할 지점들을 제언한다.
이러한 논의들은 생명을 둘러싼 윤리적 쟁점들에 간단명료한 답을 내려주지는 않지만, 그것을 사고할 수 있는 여러 관점과 논의거리, 생각의 씨앗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현대 사회에서 변화하고 있는 생명의 가치와 의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정립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