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함께 꿈꾸는 모두의 지속가능한 미래
‘그림책 민주시민교육’
불확실성 시대의 나침반이 될 민주시민교육
불과 수년 만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앞당긴 엄청난 사회변화 속에서 바야흐로 우리는 대전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지금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최근 뜨거운 이슈몰이 중인 ChatGPT 등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은 감탄 이면에, 조만간 인간의 설 자리마저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섬뜩함마저 안겨준다. 또한 팬데믹 기간 내 부쩍 심화된 양극화 속에서 초기술 시대의 혜택이 소수의 특권층에만 집중되거나, 반대로 소외되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인간’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한쪽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함께 힘을 모아 모두를 위한 최선의 문제해결에 이르는 집단지성을 발휘하려면 감수성을 키우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공존과 연대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강한 세상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능력자라도 오롯이 개인의 힘만으로 쏟아지는 무수한 난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없다. 시민의식에 기반한 민주적 문제해결력이야말로 예측불가능한 위기들을 현명하게 헤쳐 나가는 지혜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민주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
미국 교사 출신 시민운동가 찰스 퀴글리Charles N. Quigley)는 “시민교육이란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정부를 감시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정치에 참여하는 기술과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다문화 시대에는 시민교육을 통해 “정치적 관용, 다양성에 대한 공감, 상호이해와 다양한 문화와 사회에 대한 존경심 등을 고양시켜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시민은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만들어질 뿐이다.”라는 말로 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 말하는 민주시민교육은 특정 이념에 얽매인 사상교육이 아니다. 그림책이라는 친근한 마중물을 통해 학생들이 평소 생각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인권, 자유, 평화, 환경, 미디어 리터러시, 윤리적 소비 등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주제들을 아우르며, 이런 것들이 얼마나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나아가 학생들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데 기여하는 성숙한 시민으로서 필요한 역량과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키워가도록 돕고자 한다. 미래사회의 주축으로 글로벌 리더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잠재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민주시민, 나아가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차근차근 키워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주시민교육,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함께 읽고 공감하며 질문과 생각을 나누며 키워가는 민주적 문제해결력
다만 앞으로의 시민교육은 그럴듯하게 포장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한층 더 일상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학생들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주제나 문제들을 통해 공감을 높이고, 작은 문제라도 직접 해결해보는 경험을 쌓아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시민으로서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림책’을 매개로 교실에서 일상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시민의식과 민주적 문제해결력을 키워가는 생생한 배움의 현장이 담겨 있다. 특히 그림책은 우리 학생들이 자신과 상관없는 타인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기꺼이 뭔가 해줄 수 있는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또는 동물)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생각해보고, 또 자신의 생각을 친구들과 토론하며 나누는 동안 생각은 더 깊어지고 배움도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며 관심 있는 분야는 자발적으로 더 깊이 탐구하는 동안 학생들의 내면에는 스스로 깨닫는 퍼실리테이션이 역동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는 비단 시민의식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배움에 임하는 긍정적인 자세를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책은 훌륭한 배움의 매개물이다.
인권, 자유, 미디어 리터러시, 환경, 민주주의와 선거 등
민주시민교육의 핵심 주제를 폭넓게 아우르는 그림책 수업
이 책은 12개 장에 걸쳐 민주시민교육의 핵심 주제와 관련된 다채로운 그림책과 함께 학생들의 시민의식과 민주적 문제해결 역량을 키워가는 역동적인 수업이 전개된다. 각 주제별로 6~8차 내외로 실시한 그림책 수업 사례들을 담겨 있으며, 독자의 교실 상황에 맞게 부분적으로도 선별하여 적용해볼 수도 있도록 구성하였다.
그림책과 함께 민주시민의 자질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함께 키워가다!
이 책에 담긴 그림책 수업사례에서 아우르고 있는 민주시민교육 주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허하게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학생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통합교육으로서의 인권 수업, 일상에서 누리는 자유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으며 모두 함께 누리는 자유를 꿈꾸는 자유 수업,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대에 다시금 평등의 의미를 성찰하며 불평등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는 평등 수업, 내 마음 그리고 내 주변의 평화로움에서 시작해 세계로 평화 에너지를 전파해가는 평화 수업, 서로 다름의 존중과 공존 속에서 세상을 한층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다양성의 힘을 깨달아가는 다양성 수업, 누구든 언제고 약자가 될 수 있기에 누군가의 작은 아픔도 외면하지 않고, 모두 친구가 되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적 소수자 수업, 자신들만의 이익 수호를 위한 실력행사에 매몰된 집단이기주의가 아닌 타인의 자유와 권리도 기꺼이 존중하는 옳은 연대를 생각해보는 연대 수업,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작은 실천이라도 옮겨야 함을 깨닫게 하고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격려하는 사회참여 수업, 우리 모두의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해 오늘 당장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환경 수업, 3단계 비경쟁토론을 통해 과잉생산과 과잉소비의 부작용을 성찰하고 윤리적 소비자로 한걸음 성장하는 윤리적 소비 수업,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비판적 정보수용 능력과 올바른 정보생산 능력을 골고루 모두 갖춘 디지털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나와 내 공동체를 위한 목소리를 기꺼이 낼 수 있는 용기를 북돋는 민주주의와 선거 수업이다.
각각의 주제 안에서 모든 수업은 일방적인 개념 전달보다는 그림책을 배움의 매개물로 학생들의 삶과 주제를 연결시킴으로써 학생 스스로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사회적 감수성을 깨우고, 뭔가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은 건전한 사회비판 능력을 기르고,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의사결정 방법 등을 경험적으로 깨닫고, 또 작은 행동이라도 자연스럽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비단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뿐만 아니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등을 함께 키워가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들이 추구하는 민주시민교육이자, 그림책 수업이 가진 특별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