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도 문화를 창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
지역 소멸 시대를 걱정하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정부는 2021년 전국 226개 시군구 중 89곳(39.4%)을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인구감소 추세를 막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소멸 현상이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지역이 MZ세대와 로컬 크리에이터가 호응하는 로컬 브랜드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로컬 브랜드 리뷰 2023〉은 로컬이 강한 도시와 동네 사례를 통해 로컬 브랜드 생태계를 지역소멸 해법으로 제시한다.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가 엄선한
전국의 로컬이 강한 13개 지역과 14개 동네
전국의 골목길 현장에서 연구하는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는 로컬 크리에이터 활동이 활발한 지역 13곳을 선정했다. 이 지역이 가진 공통적인 자산으로, 첫째, 중심지 문화, 둘째, 청년인구의 밀집, 셋째, 세월이 깃든 건축물, 넷째, 풍부한 로컬 크리에이터를 꼽았다.
13개 지역을 하나씩 읽다 보면 한국 로컬의 과거와 미래가 엿보인다. 일, 주거, 놀이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직주락센터’로 13개 지역 중 가장 많은 로컬 브랜드를 배출한 ‘서울 마포구’, 한국 로컬의 발상지이자 창조 산업단지인 홍대 앞 ‘서교동’, 홍대 권의 신도심으로 제로 웨이스트, 비건 문화를 앞세워 핫플이 된 ‘망원동’이 있다. 대학가를 기반으로 다시 르네상스를 맞이할 ‘서울 서대문구’, 탄탄한 동네 문화를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연희동’과 힙한 문화중심지가 된 ‘서울 성동구’, 동네 전체가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하는 ‘성수동’이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모이는 지역은 서울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포 카페거리를 시작으로 콘텐츠 중심의 골목상권으로 발전한 ‘부산진구’와 ‘전포동’, 변방에서 로컬 문화 진원지가 된 ‘부산 영도구’와 ‘봉래동’, 건강한 청년문화에 외식 창업 문화가 더해져 창조도시로 진화하는 ‘대구 중구 동성로’가 있다.
중심지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가
로컬 브랜드와 로컬 크리에이터를 만나 다시 중심이 된다.
한때 지역의 중심으로 기능했던 중심지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들은 다시 로컬 브랜드 생태계의 중심이 되고 있다. 커피 도시에서 수제 맥주, 감자, 순두부, 한과 콘텐츠 타운으로 확장되고 있는 ‘강원 강릉시’, 조선시대의 중심지 문화를 바탕으로 지역 청년 로컬 브랜드 중심지가 되는 ‘경기 수원시’와 ‘행궁동’이 있다. 신라의 천년 수도로 불교 콘텐츠 브랜드를 만드는 ‘경북 경주시’와 지역의 0리단길 열풍을 선도하는 ‘황남동(황리단길)’이 있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가 로컬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전북 전주시’와 전주 원도심 상권화를 견인하는 ‘풍남동(한옥마을)도 주목해야 한다.
단체여행을 도시여행 문화로 전환하는 제주도에는 지역의 성공적 창업 생태계 모델을 제시하는 ‘삼도2동(탑동)’이 있고, 기독교와 근대문화 자원에 뉴 어바니즘을 연결해 매력적인 도시문화를 만드는 광주 ‘양림동’이 있다. 이처럼 중심지 문화가 강한 전국의 도시와 동네가 로컬 브랜드 생태계를 기반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소멸 위기의 농촌 마을과 다르게 인구가 늘어나는
귀농·귀촌 1번지,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
홍성군 홍동마을은 ‘위대한 평민’을 길러내는 1958년 개교한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홍성에서 로컬 유기농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배출한다. 풀무원, 한살림의 창업에 영감을 주든 등 다른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유기농, 협동조합, 대안학교 등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을 개척하는 홍동마을이 한국의 농촌 마을이 따라야 할 대표적 창조 커뮤니티 모델로 손색이 없다.
창업가라면 눈여겨봐야 할
2023 뉴 로컬 브랜드 100
최신 창업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새롭게 뜨고 있는 뉴 로컬 브랜드 100을 둘러보자. 〈로컬브랜드리뷰 2023〉은 작년에 이어 2023년에 한국에서 주목해야 하는 100개의 로컬 브랜드 선별했다. 2022년에는 로컬 비즈니스의 1차 산업인 F&B분야의 로컬 브랜드의 활약이 돋보였다면, 올해는 로컬 브랜드가 전 산업 분야로 확장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특정 분야의 로컬 산업이 지역에 집약되는 현상도 돋보인다. 강원도의 농산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인 ‘감자아일랜드’ ’감자유원지’ ’깨 로스터리 옥희 방앗간’ ‘송림도향’ ’선미한과’와 자연문화의 중심지, 제주를 모티브로 한 친환경 브랜드 ‘그린블리스’ ‘데일리스티치’ ’희녹’, 서핑 브랜드 ‘배러댄서프’,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르머’ ’제로포인트트레일’ ’하이커하우스보보, ‘환상숲 곶자왈공원’등이 있다. F&B 분야도 2단계로 도약하고 있는데 단순히 원물을 가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차에 로컬 푸드를 접목시킨 블렌딩티 ‘우연못’ ‘큐앤리브즈’가 있고, ‘부자진’ ’댄싱사이더’ ‘석장리 미더리’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처럼 진, 사이더, 미더리,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가 탄생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지역 소멸 위기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글로컬의 시대, 지역성 회복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시기에 우리는 더 이상 해외사례가 아닌 이 책에서 소개하는 국내 사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바로 로컬 브랜드 생태계로 살아나는 로컬이 강한 도시와 동네 13곳을 주목해야 한다. 이 책에서 지역의 미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