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기원에 관한 지식과 통섭의 향연
〈〈호기심 많은 로맨틱 과학자의 독서 기행 - 거의 모든 것의 기원을 찾아서 - 〉〉
저자는 삼성전자에 입사해서 64k DRAM을 만든 공학자 중 한 사람이다. 64k DRAM의 제조는 국가로서는 한국이 세계 세 번째였고 이를 토대로 이제는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국이 되었다. 저자는 로맨틱 과학자라는 애칭을 즐겨 쓰는데 이는 낭만적이라는 감상적이고 감미로운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 중세의 암흑시대를 극복하고자 그리스·로마 문화를 지향하며 인간성 해방을 추구했던 인문주의, 르네상스의 정신을 함축한 의미로 쓴 것으로 기독교 가문의 3세로서 성경에 대한 무조건적 신앙에서 벗어나 과학의 성과를 수용하는 개혁적 신학을 모색하는 저자의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우주는 어떻게 창조됐을까? 생명은, 사람은 어떻게 창조됐을까? 우주의 끝은 있을까? 물질의 궁극적 본질은 무엇일까? 영혼은 있을까? 등등 미지의 영역에 대한 의문에 골몰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지식과 과학 추구의 원동력은 당연 호기심이다. 스스로 호기심인 많은 과학자라고 말하는 저자는 소년 시절부터 호기심을 좇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게다가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초등 시절과 중학 시절의 일부를 해외에서 보내게 됐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영어 원서를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서강대 전자학과, KAIST를 거쳐 미국 메릴랜드 대학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자의 호기심과 탁월한 영어 실력으로 현대 과학과 인문학이 도달한 성과를 대중적으로 저술한 삼사백 권의 원서를 읽게 됐고 이를 정리하여 이 책을 쓰게 됐다.
책은 창조론으로 출발한다. 성서의 창조론에서 허블이 별을 관찰하다 발견한 빅뱅론으로, 다시 양자역학과 빅뱅론, 창조과학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가 사는 태양계에 관해 얘기한다. 물리적 창조는 생명의 창조로 이어지고 유전자와 진화론으로 발전한다. 진화론에서 저자는 원숭이가 진화해서 인간이 태어났다는 속설을 진단하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속설에 관해서도 진화론적 견해를 알려준다. 이어서 인간의 삶의 터전인 대륙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구의 지형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지형은 어떻게 기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탐구하고 생명의 근원인 세포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세포가 페일리의 시계공 논리처럼 얼마나 정밀하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연구결과를 알려준다. 다시 저자는 사람과 문화의 탄생을 다룬다. 나무에서 내려온 유인원은 어떻게 사람이 되었고 사람의 생각과 언어는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전통문화와 종교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문명과 예술과 정치체제는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탐색한다. 더 나아가 빈부격차, 전쟁, 종교적 근본주의부터 한국의 교육, 정치, 재벌, 통일 문제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연구했던 주제에 대해 저자의 견해를 허심탄회하게 토로한다.
독자는 저자의 탐구를 따라가다 보면 최신 지식의 습득은 물론 어느새 학문 간 통섭(concilience)의 한 복판에서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진화론, 뇌과학이 한데 어우러지고 언어학, 인류학, 사회학, 사학 등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학문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나드는 것에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식과 교양을 추구하는 특히 학문의 통섭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