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사회는 양극화 심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결혼에도 양극화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나는 하위 10%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쓰며 나날이 나아졌으니 이제는 화목한 부부 상위 10%로 격상되었다고 자평한다.
매일 남편을 미워하고, 흉보면서 하위 10%로 살 때는 결혼은 해도, 안 해도 후회라는 생각을 했다. 상위 10%로 살고 있다고 자신하는 지금은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결혼은 필수다. 그렇다고 자신의 눈을 대폭 낮춰 혼기 차면 ‘아무나’하고 결혼하라는 건 아니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가슴 콩닥콩닥 뛰는 사람 만났다고 ‘섣불리’ 결혼하는 것도 경계한다. 결혼은 필수지만, 충분히 준비하고, 사전에 공부하고, 배우자에게 상응하는 ‘좋은 사람’이 된 후에 결혼을 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는 내 배우자만 바뀌면 부부관계가 갑자기 확 좋아질 거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그런데, 내 배우자도 똑같은 생각을 하며 산다. 중요한 건, 나는 문제가 없기에 바꿀 필요가 없다는 착각 속에 산다는 거다.
책 한 권을 쓸 만큼 속속들이 내 결혼생활을 해부했지만, 여전히 우리 부부에게 숙제는 남아 있다. 일부는 내가 풀어야 할 숙제고, 일부는 내 남편이 직접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남편의 과제까지 내가 끙끙거리고 받아들일 생각도 없고, 나까지 머리 아파한다고 남편의 인생숙제가 원만하게 잘 풀린다는 보장도 없기에, 나는 오늘도 아내로서 내 역할에만 충실해보자고 결심한다.
특수성이 모여서 보편성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한 개인의 진솔하고 속 깊은 이야기도 얼마든지 일반적인 스토리로 격상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투명한 플라나리아처럼 내 삶을 꽤나 드러냈지만 나를 노출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 이야기가 부부관계로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닿아, 그들의 내일이 오늘보다 한 뼘 더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