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지금 꼬리 밞았어.”
-소외와 외로움으로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버린 동생
중학교 일 학년인 주인공 다카시는 스스로 어른인 척 세상을 늘 시니컬하게만 바라보는 아이다. 어릴 적부터 병치레가 잦았던 동생 때문에 자신은 늘 엄마로부터 소외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실을 애써 모른 척하며 자신에게만 몰두한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사고로 엄마가 돌아가시자 동생은 그 충격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채 지내지만 아빠는 아빠대로, 다카시 역시 다카시 대로 서로에게 무관심하며 가족 아닌 가족으로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카시의 눈에 동생 도키오의 수상한 모습이 목격된다.
“형, 밟았다고!”
동생은 등만 보인 채 내 말을 싹 무시하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뭘 밟았다고?”
가스레인지를 켜고 소고기 토마토 스튜를 데우면서 물었다.
“꼬리라고, 꼬리.”
“그러니까 무슨 꼬리?”
그라탱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스위치를 돌렸다.
“포치 꼬리지, 무슨 꼬리겠어.”
동생은 여전히 이쪽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본문 8쪽
다카시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 동생이 오로지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포치’라는 이름의 용과 함께 목욕도 하고 같은 방에서 잠들고, 학교에도 같이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포치’를 통해 동생이 죽은 엄마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그런 동생의 모습에 다카시는 당혹스럽지만, 한편 그동안 외면해 왔던 동생에 대해 처음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용과 함께하는 깡통 차기
-관심과 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게 한다.
동생의 이상한 행동을 애써 외면한 채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다카시의 마음은 동생에게로 향한다. 난생 처음으로 동생과 함께 여행을 가게 되는데 도키오는 포치와 함께 가고 싶다는 제안을 한다. 다카시는 차마 동생에게 포치는 없다며 환상에 불과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지만 왠지 도키오에 맞춰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급기야 다카시는 여행지에서 동생 도키오, 그리고 보이지 않은 포치와 함께 이상한 깡통놀이를 하게 되고, 밥을 같이 먹으면서 그동안 몰랐던 동생의 마음과 포치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기에 이른다.
“깡통 차기하고 싶어.”
“여기서?”
“응. 여기서 셋이.”
“셋? 누가 더 있다고 셋이야?”
“당연히 나랑 형이랑 포치지.”
당연히? 당연히라고?
“깡통 차기, 어떻게 하는지 포치도 알아?”
“알지, 포치?”
그렇게 말하면서, 동생은 벌판 한 모퉁이로 시선을 돌렸다.- 본문 47쪽
엄마 데려가지 마!
-진정한 위로의 공동체, 가족
학교로부터 도키오가 문제가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아버지는 마침내 동생의 상태를 알게 되고, 도키오를 정신병원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다카시는 항의하지만 집에는 도키오를 돌봐 줄 어른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결국 아버지의 결정에 따른다. 하지만 도키오는 용과 함께 집에서 지내겠다며 고집을 부리고 마침내 병원에 가기로 한 날 아침 집을 나가 버린다.
도키오를 찾아 온 동네를 찾아 헤매던 다카시는 문득 용이 있을 만한 곳을 떠올리게 되고 곧바로 아파트 옥상에서 도키오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 순간, 다카시는 오직 동생에게서만 들었던 포치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때, 나에게도 보였다.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는 초록색 비늘이.
칼날 같은 발톱과 은색 뿔, 길쭉한 목과 그보다 긴 꼬리…….
도키오가 얘기해 준 그대로였다. 그런 용이 소중한 보물을 지키는 고대의 거대한 용처럼 그 녀석을 감싸고 있었다. -본문 96쪽
14층 높이의 옥상에서 도키오가 포치의 등에 올라타려고 하는 순간 다카시는 자신도 모르게 엄마를 향해 외친다.
“부탁할게. 데려가지 마. 우리는 도키오가 있어야 한다고.”
나는 계속 외쳤다.
“부탁이야. 데려가지 마, 엄마…….” -본문 103쪽
결국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두고, 도키오를 위해 마당이 넓은 교외로 이사를 간다. 물론 용도 함께.
가족애라는 주제를 감동과 재미로 담아 낸 명작
-잊혀져 가는 가족의 의미 되찾기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점점 고도화될수록 사회 구성원 개인은 점점 더 고립화되고 소외된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승자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간다. 작품 속 아버지 역시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일에만 몰두하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물론 아이들의 정신이 병들어 가는 걸 모른 채 쓸쓸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용과 함께》는 가족이 붕괴되고 그 가치를 잃었을 때 가족 구성원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위로와 보상, 사랑의 대상이 사라진 가족 그건 곧바로 정신적 공황과 함께 비극으로 연결된다. 다행히 더 늦기 전에 무엇이 가족을 구원할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를 깨닫고 용기 있게 전진해 간 주인공 다카시에게 박수를 보낸다. 모쪼록 이 작품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성장의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이 작품을 다시금 세상에 내놓게 되어 더없이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