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론』으로 들어가다’라는 뜻을 가진 『입중론入中論』은 티베트 불학원에서 필수교재로 수학하는 오부 논서 중의 하나로, 특히 지혜와 공덕 면에서 매우 중요한 논서로 평가받고 있다. 달라이라마 존자도 이 논을 중시하여 늘 곁에 두고 매일 독송한다고 알려져 있고, 불학원에서 수학하는 학승들도 필수적으로 이 논의 게송을 암기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티베트불교에서 이 논서가 중관사상의 핵심을 이해하는 데 극히 중요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정식으로 이 책이 일반에 소개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입중론』의 원문 전체뿐 아니라 이에 대한 해설까지 포함된 책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로써 한국불자들이 티베트불교에 중요하게 전승되어 온 중관사상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하겠다.
『입중론』을 지은 월칭보살은 용수-제바-불호로 이어지는 중관사상을 계승하여 귀류논증의 학설로써 중관응성파의 이론을 정립한 대학자이자 고승이다.
이 책을 번역한 지엄 스님은 일찍이 오명불학원에서 『입중론』을 공부하면서 이 논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논서가 한국에 번역 소개되면 티베트 중관사상이 한국 불교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던 중에, 중국 근대 고승으로서 티베트 논서를 다수 번역한 법존법사의 『입중론강기』를 만나 이 책 속에 『중론』의 도리가 간략하게 잘 설해져 있음을 파악하고 번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2.
이 책에서 월칭보살은 모든 경전의 정수를 모아 용수보살의 『중론』을 수증의 이론으로 재구성하고, 대공성의 반야교의를 천명함과 아울러 상견常見과 단견短見에서 벗어나 현현顯現과 공성空性이 둘이 아님을 체득하고, 세속제世俗諦와 승의제勝義諦가 쌍운하여 구경의 과果로써 대원만을 증오證悟하는 도리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에 대해 좀 더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입중론』의 구성은 『화엄경華嚴經·십지품十地品』에 의거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이 논은 ‘공종정견空宗正见’과 ‘수행차제’의 “심오함”과 “광대함” 두 가지 가르침을 고르게 해석한 것이라 하고, 초지初地로부터 불지佛地에 이르기까지 차제에 의거해 배열했는데 매 지地마다 보살의 수행성취의 공덕을 서술했고, 이공二空의 이치는 반야바라밀에 입각해 널리 해석했다고 한다.
이어 『중론』은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답한다. 즉 반야를 배우는 것은 먼저 신심을 배양해야 하니, 청정한 신심을 갖추면 비록 4구 한 게송만을 듣고도 또한 무량한 공덕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신심을 내는 법은 항상 삼계 윤회가 굴러 쉬지 않고 터럭만한 즐거움도 탐착할 것이 없음을 관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세간에서 벗어나기를 구하고, 보리심을 발하며, 보살행을 수행하고, 무상불과 또한 마침내 성취하는 날이 있음을 알고 관해야 한다.
다음은 마땅히 원만한 사람 몸 얻기 어렵고, 불법은 듣기 어려우며, 오탁악세에 대승법을 듣는 것은 더욱 희유함을 사유하라고 한다. 또 『반야경』을 인용하면서, 반야를 배우는 것은 세세생생 행하여도 다함이 없다고 하였다. 세세생생 대반야가 있는 곳에 태어남을 얻고, 선지식의 반야법문 설하심을 만나 일체 반야를 배움이 점차 증가하는 인연을 구족하고, 선지식을 기꺼이 가까이하며, 정법을 즐겨 듣고 보살행을 즐겨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이 법을 듣는 자는 응당 희유심稀有心을 낼 것이며, 항상 삼업三業이 인과에 수순하는지를 관하고, 불법의 오계와 십선을 닦으면 곧 인천복보人天福報를 잃지 않을 것이며, 최소한 임종 시에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중근기의 사람이 이 공덕을 극락왕생에 회향하면 곧 정토왕생의 수승한 성취를 얻게 되고, 상근기는 세세생생에 불법을 만나 대보살께 섭수되고, 최후에 반드시 불타의 수기를 입어 성불하고 중생을 제도하게 된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복덕 일체가 원만한 최상근자는 금강승에 의지하여 현신으로 성불하게 되니, 이들이 수승한 중의 수승한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말세에 복덕이 원만한 근기를 얻기는 어렵기에 다만 출리심, 보리심으로써 “심심혜甚深慧”와 “광대행廣大行”을 여법하게 수행하고 세세생생 항상 대보살께 섭수되어 구경성불의 성취에 이르는 것이 『입중론』을 듣는 자에게 응당 있어야 하는 종취宗趣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마음으로써 『중론』을 배운다면 종카빠 대사, 월칭 논사의 공덕이 후세인의 수행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3.
대승불교의 핵심사상 중 하나는 공성·중도이며, 용수보살의 『중론』은 이를 설파한 대표적 논서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중론』에 대한 해석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논쟁과 갈등이 분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중론』을 철저하게 해설하고 규명한 이 논서의 등장은 용수보살의 『중론』의 구경밀의究竟密意를 밝게 드러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책으로서 이제 한국의 독자들도 『중론』에서 설한 불교의 핵심에 더욱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