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식 박사는 6.25 전쟁 당시 교육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겠다는 일념(교육입국론)으로 피란지 부산에서 대학(신흥초급대)을 인수, 10여 년 만에 한 공간에서 교육의 전 과정(유치원-대학원)이 이뤄지는 일관교육체계를 구축해 주목을 받았다. 이어 1968년 6월 제2차 세계대학총장회(IAUP)를 한국에 유치,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해방 후 처음으로 한국의 진면목과 발전 모델을 전 세계에 알렸다.
국토재건시대에는 경희대 학생들을 주축으로 전국적으로 농촌계몽운동을 전개하면서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등 민간인으로서 국가재건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보릿고개 종식 후인 1960년대에는 사회운동의 시선을 나라 밖으로 돌려 5대양 6대주를 오가며 물질문명에 종속된 인간성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인류사회 재건과 문화세계 창조 운동에 진력했다.
냉전이 고조된 1970-80년대에는 ‘세계평화의 날(9월 21일)과 세계평화의 해(1986년)’ 제정을 유엔에 제안,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며, 분쟁지역을 찾아다니며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운동가로서의 행보를 이어가는 등 90 평생을 인류에 대한 사랑과 지구 보호에 헌신했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자기 증식에 따른 인간성 상실 및 소외 현상을 극복해 건강하고 모두 잘 사는 지구촌을 건설해 가는 밝은사회운동을 주도함으로써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서울대 법학과 재학 시절(1951년) 27세 나이에 『민주주의 자유론』(1948)을 펴냈으며, 부산 피란지에서 탈고한 『문화세계의 창조』(1951), 『인류사회의 재건』(1975), 『오토피아(Oughtopia)』(당위적인 사회, 1979) 등 정치, 문화, 과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57권의 책을 저술한 사상가이다,
이에 대해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은 조영식 박사를 “경희대를 세계가 주목하는 상아탑으로 우뚝 세우고 지구촌 건설, 밝은사회운동 등을 통해 한국의 근대화와 국제화를 앞당기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한 세기 앞선 현인이다”라고 평가했으며,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냉전 이후의 신평화 구축’ 제목의 강연에서 “세계평화의 날과 세계평화의 해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로운 세계는 없었을 것이다”라며 조 박사의 주도로 유엔에서 제정된 세계평화의 날과 평화의 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제임스 S. 셔털린 전 유엔사무총장실 행정실장은 “냉전시대의 막을 내리게 한 분”임을 천명했다.
최근 들어 최악의 폭염과 초대형 산불, 가뭄 등 기후 변동 조짐과 코로나 팬데믹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한 지정학적 갈등, 또 이로 인한 경제위기 심화, 이상기온 등 기후 변화, 생물종 다양성의 감소 등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들이다. 거기에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대만해협의 전운 고조 등 신냉전 시대를 맞아 전 세계 사회 경제는 물론 삶의 방식이 위협받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 책이 조영식 박사가 남긴 고귀한 유산들인 ‘전쟁 없는 평화’, ‘건강한 지구’, ‘성숙한 인류사회 재건’의 비전을 선포했던 그 사자후에 귀 기울이고, 다자협력 정신을 따라 배우는 교재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영식 박사가 일찍이 내다본 아시아 태평양 시대가 눈앞에 펼쳐져 있고, 하나로 연결된 지구촌 시대가 도래한 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전쟁과 각종 분쟁, 전염병, 기후 변동 등 다양한 위험 요인들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이때, 총체적인 지구적 위기를 완화하고 해소 노력을 기울여 나갈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을 이 책에서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