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부류로 나누어진 일본인
패전으로 대일본제국은 메이지 이후 획득해 온 점령지를 모두 상실했다. 광대한 제국을 구축하고 ‘1등 국민’을 자부하던 일본인은 하루아침에 겨우 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4등 국민’으로 전락했다.
전후 일본인에게 ‘8월 15일’이 가진 의미는 매우 컸다. 그것은 패전이라는 충격도 그렇지만 오히려 긴 고통의 전쟁 시대가 겨우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긍정적 의미가 강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당시 서민이나 위정자들의 일기를 보면 알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패전기념일’이 아니라 ‘종전기념일’이라고 전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현재에 이른 일본인의 의식을 상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8월 15일을 대일본제국의 역사와 단절하고, ‘4개의 섬나라’ 일본인과는 별개로 식민지, 점령지의 일본인은 전혀 다른 8월 15일을 맞이했다. 그들에게는 신시대의 도래가 아니라 대일본제국의 ‘청산’이라는 형태로 구시대가 지속되고 있었다.
이것은 전후 일본인 사이에 전후의 출발 시점부터 넘기 어려운 깊고 어두운 틈새가 존재하고 있던 것을 말해준다. 패전 시에 식민지나 점령지에 있던 일본인에게는 국내 일본인과 다르게 그들이 인양될 때까지는 아시아와의 관계는 농밀한 것으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인양 과정 속에서 일찍이 국공내전이나 미·소 대립에 휘말려진 것으로 전후 국제정치의 가혹한 현실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인 사이의 의식 갭은 전후 부흥 속에 매몰되어 인양문제는 관련자의 체험담이라는 형태로만 전해지게 된다. 그렇지만 전후에 인양자문제가 일반 일본인의 마음 깊은 곳에 침전하고 사회에 매몰되어 간 것은 처음부터 왜 인양자가 발생했는가를 깊게 생각하는 기회를 박탈했고, 대부분의 일본인이 전전 일본은 식민지를 갖는 대일본제국이었다는 것을 망각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식민지체험의 기억을 상실에 의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역사 인식을 둘러싼 알력의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일본과 동아시아의 관계는 전전과 전후를 단절한 형태로 취할 것이 아니며 식민지, 점령지라는 요소를 빼고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해외인양은 일본인의 미·소 냉전 구조하의 동아시아관을 포함한 전후의식의 형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 나아가 세계사적으로 보면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영국이나 프랑스에서의 서구 식민지 종주국의 탈식민화와 비교하여 일본과 동아시아의 특이성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후(前後)’ 잊힌 사람들을 연구하다
잔류일본인의 유용, 송환이나 일계 자산의 접수, 중국 동북의 전후 처리를 둘러싼 미·중·소 관계 등 해외인양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는 제2차 세계대전사 또는 냉전사의 틀 속에서 위치 짓는 것이고 해외를 포함하면 많은 연구업적이 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일본인의 인양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양문제는 근래가 되어 개별적인 실증연구를 중심으로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또한 인양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양자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에서는 인양문제 및 인양자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전체상을 제시하여 해외인양 그 자체를 역사로서 위치 짓는 연구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재 상황을 인지하면서 본서에서는 두 가지 과제를 설정했다. 우선 첫 번째 과제는 패전 후의 잔류일본인의 인양문제를 해명하는 것이다. 이 과제는 국내외의 1차 자료를 근거에 두고 인양 실시를 둘러싼 국내정치과정과 국제정치 요인의 과제는 인양자의 수기 또는 인터뷰 조사 등 여러 자료를 통해 전후 일본 사회와 인양자와의 관계, 인양을 둘러싼 역사 인식과 전쟁희생자관에서 해명을 시도한다.
이상의 두 가지 과제에 대한 해명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해외인양의 전용, 그리고 일본의 탈식민지화의 특질을 밝히고자 한다.
제8장 중에 제1장은 국제관계 시점에서 해외인양의 전체상을 밝혀낸다. 그것을 받아서 제2장부터 제4장까지는 국제관계 시점에서 각 지역의 실태와 전후에의 영향을 밝혀낸다. 여기까지는 첫번째 과제였던 인양문제를 다루는 것이 된다. 제5장은 마찬가지로 현지에서의 상황을 고찰하는데 동시에 국내에서 시작된 인양자원호의 움직임도 밝혀낸다. 말하자면 제1의 과제에서 제2의 과제로의 전환을 다루는 것이 된다. 그리고 제6장과 제7장은 전후 일본 사회에서의 인양 체험의 의미를 역사편찬과 위령위령의 시점에서 검증하고 두 번째 과제인 인양자문제에 접근을 시도한다. 이러한 검증을 통해 해외인양 연구해외인양 연구의 하나의 도달점을 제시한다. 그리고 종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유라시아대륙의 양단에서 발생한 대규모적인 민족 강제이동, 그리고 대전 후 세계규모에서의 탈식민지화, 더 나아가서는 동아시아에서의 국민국가 재편을 시야에 넣는 것으로 해외인양문제를 통해 세계사 속에서 일본제국주의 붕괴 역사를 자리매김하는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