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직한 삶’ 이야기
아이가 바라본 마을 사람들 모두는 바다로부터 온 일들로 연결되어 있다. 배 기술자가 만든 배에 돛 기술자가 만든 돛을 달고 어부들은 안전하게 바다에 나간다. 어부가 그물 기술자가 만든 그물로 물고기를 한가득 잡고 돌아오면 스코틀랜드에서 온 일꾼들이 싱싱한 물고기를 소금에 절이고 통 기술자가 만든 통에 차곡차곡 절인 생선을 담는다. 아이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의지하며 살아가지만, 빵 굽는 일을 하는 아빠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따뜻하고 안전한 실내에서 일하는 제빵사는 거친 파도도 두려워하지 않고 바다로 나가는 용감한 어부에 비해 작게만 느껴진다. 아이는 이러한 마음을 숨긴 채 아빠에게 바다에 나가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지만, 아이의 마음을 읽은 아빠는 빵 굽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작가 폴라 화이트는 아이 아빠의 입을 통해 아무리 작아 보일지라도 모든 일은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직업을 대할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하여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배우지만 속으로는 마치 제빵사보다 어부가 더 용감하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아이처럼 어떤 일이 우월한지 쉽게 비교하곤 한다. 그러고는 미래를 계획할 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 존경받는 직업을 우선순위에 두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직업은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사회인이 되면 일을 통해 한평생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한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일이란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는 과정임을 분명히 알려 주고, 올바른 기준에 따라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어야 한다. 이 책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 아빠처럼 남들의 시선 그리고 바닷가 사람은 당연히 바다와 관계된 일을 할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그 일이 자신에게 만족감과 기쁨을 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며, 중요하지 않은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은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과거로 떠나는 진귀한 여행
이 이야기 속 배경이 되는 바닷가 마을은 한때 영국 서퍽주의 동해안에 있었던 작가의 고향이다. 100년이 넘도록 어업으로 번성하던 마을이었지만, 큰 해일과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사라져 버렸다. 폴라 화이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시간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회색, 파란색, 노란색 등 최소한의 색을 사용하며 부드러운 연필 선과 펜 선으로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분주한 선착장 그리고 아늑한 마을 풍경을 따뜻하게 표현해 어린이들에게는 낯선 옛날 어촌 마을 사람들의 삶이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작가는 권말에 실제 바닷가 마을에서 제빵사로 일했던 할아버지의 코코넛 번 레시피를 가정용에 맞게 수정하여 수록해 그 당시 스코틀랜드 일꾼들이 먹었던 코코넛 번을 맛볼 수 있게 했다. 아이와 함께 코코넛 번을 만들어 먹으며 진귀한 과거로의 여행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