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東晉, 317~420) 때 상거(常璩, 대략 291~361)가 편찬한 《화양국지(華陽國志)》는 현존하는 중국 최초의 지방지(地方誌)이다. 이 책은 신화의 시대에서 시작하여 동진 영화(永和) 3년(347)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사천(四川), 운남(雲南), 귀주(貴州), 감숙(甘肅), 섬서(陕西), 호북(湖北) 지역의 역사, 정치, 군사, 문화, 풍속, 인물 등 비교적 풍부한 중국 서남 지역의 고대 민족 사료를 보존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지역과 민족의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지리, 정치사, 경제사, 민족사를 연구하는 데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텍스트이다.
《화양국지》는 체제가 완비되고 자료가 풍부하며, 고증 또한 충실하여책이 편찬되자마자 세인(世人)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범엽(范曄, 398~445)의 《후한서(後漢書)》, 배송지(裴松之, 372~451) 주(注) 《삼국지(三國志)》는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인용했으며, 이후에도 최홍(崔鴻, 478~525)이 저술한 《십육국춘추(十六國春秋)》라든가 역도원(酈道元, 466~527)이 쓴 《수경주
(水經注)》, 남북조(南北朝) 양(梁, 502~557)나라 때 역사가 유소(劉昭)가 주(注) 한 《후한지(後漢志)》 등 중국 서남 지역 역사를 다룰 때마다 이 책을 인용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따라서 정사(正史) 위주의 역사 서술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정사에서 다루지 않는 지방의 역사를 돌아봄으로써 중국 역사 연구의 편향이 어느 정도 극복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