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세계가 요구하는 제3의 신관을 구축하다
길희성은 신의 계시에 일방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전통적 그리스도교의 초자연주의적인 신관을 과감하게 해체하고 재해석한다. 그가 제안하는 신관은 신과 세계, 신과 인간, 무한과 유한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면서도, 거리와 단절이 아닌 화해와 일치를 가능하게 한다. 신이 세계를 감싸면서 초월하는 ‘포월적’ 초월, 그는 이러한 신관과 세계관을 ‘자연적 초자연주의’라고 부른다. 신과 세계를 구별하되 분리하지는 않는 존재론, 하느님 안에서 만물을 경험하고 하느님을 만나게 하는 신관, 일상사에서 성스러움과 신비를 발견하는 영성 그리고 진리와 선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우리의 모든 활동 속에서 신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신앙이다.
종교의 울타리를 허물고 학문의 경계를 종합하는 보편적 영성
이 책은 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인 신관 문제뿐만 아니라 타 종교의 가르침과 동 ㆍ 서양의 오랜 형이상학적 사상을 현대적 안목에서 해석한다. 우선 서양 사상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학과 철학의 대립 구도를 고찰한다. 그리고 불교의 여래장, 불성, 힌두교의 아트만 등 동양 사상의 영적 본성 개념을 다루며, 현대 세계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처한 위기의 근본 원인을 파헤친다. 이를 통해 형이상학의 포기, 그 배후에 있는 근대 과학적 사고와 세계관에서 그리스도교 신관의 주요한 문제들이 발생했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저자는 형이상학적 일원론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현대 문명이 당면한 정신적 ㆍ 영적 빈곤을 타개하는 밑받침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더 나아가 일원론적 형이상학의 전통을 과감하게 현대의 진화론적 사고와 연계시키고, 근대 우주물리학계의 동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합리적 신관을 구축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