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오락실이라 불리던 ‘게임센터’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분명 게임이라는 중요한 서브컬쳐의 역사 속 한 단계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플스(플레이스테이션의 줄임말)’나 ‘스위치’ 같이 일반인들도 게임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시대인 지금, 컨슈머 게임기를 거쳐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이 사실 상의 대세가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 보면, 동전 하나를 넣어서 즐기는 게임센터의 아케이드 게임은 흘러간 역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오래된 옛날에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쾌감을 쫓던 때를 상징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어져온 모든 게임이 추구하는 기본 요소인 ‘돈으로 사는 원초적 쾌감’에 대한 추억은 꼭 그 시대를 겪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지금에도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동전으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대표한 오락실 게임의 역사를 탐구한다
본 서적은 일본의 오락실 게임 전문 잡지였던 게메스트의 편집장이었던 저자의 체험과 시선을 따라서, 일본 오락실 게임의 역사를 따라가 반추한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의 오락실은 일본의 오락실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상당 부분의 역사를 공유한다. 동시대에 국가의 차이와 환경적 차이로 한국과 일본의 게임 역사 전체에서 오락실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서로 다르지만, 오락실 게이머들 간에 공감대가 형성 가능하던 때가 분명히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락실이 불량청소년의 상징처럼 나쁜 취급을 받던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던 때가 공통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유명한 스트리트 파이터Ⅱ가 오락실에 등장하고 싹쓸이급 인기를 모은 뒤 대전격투게임의 전세계적 대유행 이후로 오락실에서 상대를 찾아 해매던 것도, 슈팅 게임의 고득점에 몰두하는 슈터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이다. 이후 소위 팀배틀 같은 것의 유행으로 일본의 오락실 게임 대회에 한국인이 나가서 수상하고 하는 것도 오락실 시대부터 이어져온 역사이며, 현재에도 대전격투 게임 이외에 RTS 등 여러 게임 장르들에서도 게임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으로 이어지는 역사가 되어왔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의 배경이 되는 오락실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오락실 게이머의 시선으로, 동전을 넣어서 실력과 투자한 금액 만큼의 쾌감을 얻을 수 있던 오락실 시대를 정리해 놓은 게임문화 회고록이며 대중문화 역사서에 가까운 서적인 것이다.
막연한 레트로가 아니라 고전 클래식 게임인 오락실 게임 이야기
오락실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도 한편으로는 오락실은 청소년 범죄의 소굴이고 아이들을 타락시키는 불량한 장소 취급이었던 때가 있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후 스타크래프트 같은 인기 게임이 국민적 유행을 타며 PC방으로 순화된 ‘게임방’의 시대에서조차도 또한 뉴스 방송에서 실험이랍시고 PC방의 전원을 내려버리는 식의 황당한 대접을 받았던 역사는 반복되었고, 아직도 도박이나 불법 게임 부류 등을 통해 게임에 대한 나쁜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오락실 게임이 호황을 누리던 1980~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부모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게임이 일상화되어 연령과 성별을 관통하는 21세기의 놀이 문화가 되어 있는 지금, 세대 차이로 무작정 배척이나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않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고 부모 시대의 놀이문화를 함께 즐겨보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추억의 오락실 게임은 막연한 레트로 유행이 아니라, 버젓한 ‘대중문화’인 게임 역사 속에 고전 게임으로 다시금 평가 받으며 연구 및 플레이될 가치가 있음을 이 책은 과거의 오락실 역사를 통해 다시 한번 정리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대중음악에서 흘러간 곡들이 다시 뜨는 ‘레트로’의 유행이 돌아오는 정도인 것 정도가 아니라, 현대 게임에도 이어지는 쏘고 피하고 움직이며 노는 액션 게임들의 공식을 마련한 ‘클래식’ 게임들인 오락실 게임의 흐름과 가치를 다시 살펴볼 기회가 되는 것이다.
오락실 게임에 추억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
오락실과 오락실 게임은, 한국에서는 이제 실물을 보기 힘든 과거 20세기의 유물 취급에 가깝다. 유투브나 각종 인터넷 방송 등에서는 게임을 다루는 사람들이 레트로 유행의 일부로 오락실 게임의 이야기를 좀 하는 경우가 있지만, 정작 리얼타임 오락실 게이머의 시점에서 다루어진 책이나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 책은 오락실 게임의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야기하면서, 21세기 들어서는 전국 온라인 대전이 행해지고 있는 현대 일본의 오락실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진다. 극장이나 쇼핑센터 한 구석에 코인 노래방 기기와 함께 에뮬 기기가 놓여있는 한국의 오락실 취급과 확연히 달라진 부분인데, 이 책은 어디서 이런 차이가 나온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설령 오락실 게임에 대한 추억이 없는 세대라고 하더라도, 과거 20세기에는 분명히 게임업계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오락실이란 장소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은 한번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 국민의 70%가 게임을 하고 있는 2022년의 시점에서, 이 책은 막연히 오락실 게임이 비디오게임의 근원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오래된 ‘유행’이자 ‘대중문화’였음을 다시 되새기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막연히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추억 만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대중들 사이에서 이어져갈 게임이란 문화에 대한 기록이자 역사로 다시 되새겨질 것이란 의미를 상기시키는, 고전 오락실 게임들에 대한 헌사에 가까운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