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멀리 사는 지구인,
우주비행사의 특별한 임무와 친근한 일상
우주비행사는 우주에서 무슨 일을 할까? 2005년 미국의 우주왕복선(스페이스 셔틀), 2009년 러시아의 소유스, 그리고 2020년 민간기업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까지 탑승해 유인 우주 비행의 역사를 몸소 경험한 산증인 노구치 소이치의 바쁜 하루를 들여다보자. 기상은 평일 아침 6시. 분 단위로 짜인 과학 실험을 해내고, 우주정거장 점검도 하고, 지상에서 주는 미션도 수행한다. 무중력으로 인한 근력 저하를 막기 위해 하루 150분 운동도 필수다. 또 실험 모듈에서 식물도 키우고, 남는 시간엔 유튜브에 우주 활동 영상도 업로드한다. 우주선처럼 폐쇄적인 공간에 오래 있다 보면 패닉에 빠질 수 있으므로 명상 시간도 필요하다. 말하자면 우주비행사는 우리와 물리법칙이 다른 환경에서 일하는 만능 직장인이자 멘탈 관리의 일인자다. SF영화에서 보던 우주선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더불어 우주비행사가 어려운 임무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까지, 《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는 현실적인 우주 체류 리포트인 동시에 지구의 삶이 어려울 때 펼쳐볼 지침서가 되어준다.
비범한 영웅과 보통의 인간 사이,
지금껏 몰랐던 ‘사람’ 우주비행사의 발견
“장갑에 상처가 난 것 같다.” 우주선 밖 우주 공간에서 임무를 하던 중 노구치는 동료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장갑에 깊은 상처가 나면 우주복 안의 공기가 새고, 산소가 부족해져 목숨도 위험해진다. 우주에 세 번째 체류하는 그에게도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렇듯 인류의 미래를 위한다는 소명으로 미션에 임하는 베테랑 우주비행사에게도 고충은 여전히 존재한다. 고된 훈련, 과로하기 쉬운 환경, 우주선의 폐쇄적 공간,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두려움, 인간관계, 귀환 후 재활 기간이 따로 필요할 정도의 후유증, 은퇴 후 걱정 등 완벽한 줄로만 알았던 우주비행사의 삶이 한층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책 속에는 실제로 2022년 6월 현역 우주비행사에서 은퇴한 저자가 은퇴 전 ‘당사자 연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성찰했던 과정이 담겼다. 이처럼 ‘우주 덕후’마저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사람’ 우주비행사의 이야기가 책 곳곳에 녹아 있다.
한 사람의 세계가 우주와 맞닿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의 힘을 믿고 싶어진다
《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의 본문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 중 만화 《우주형제》의 에피소드에 나와 더 유명해진 ‘우주 개미’ 스토리가 있다. 이야기는 ‘1차원 개미’에서 시작한다. 길을 지나가던 1차원 개미들 앞에 돌멩이가 떨어졌다. 그러자 개미들은 돌멩이 옆으로 돌아서 전진했다. 이들은 ‘2차원 개미’가 되었다. 그다음엔 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모두 말렸지만 극히 일부 개미가 벽을 올라 넘어섰다. ‘3차원 개미’의 등장이었다. 어떤 문제에 부딪혀도 우주에 가기 위해 새로운 답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빗댄 이야기다. 《우주형제》의 주인공처럼 우주를 위해 달려온 저자는 말한다. “우주를 향한 도전은 사람들의 마음을 미래로 향하게 하고,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내일로 이어간다.”
두 번째 비행 후 찾아온 번아웃을 극복하고 50대의 나이에 다시 우주로 향한 노구치 소이치를 보며 우리는 한 사람의 세계와 무한한 우주가 맞닿는 지점을 보게 된다. 인류는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왜 우주로 향할까? 어쩌면 우리에게는 알 수 없는 영역을 탐사하며 자신의 내면을 찾으려는 본능이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우주에서 깨닫고 또 지구에 전하고 싶었던 것은 우주비행사의 생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앞을 바라볼 희망을 얻는 과정이었다. 이 책을 통해 우주비행사의 세계와 가까워진다면, 우주비행사가 미지의 세상에 내딛는 발걸음만큼 우리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의 힘 또한 믿고 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