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범죄학의 다양한 논의들이 어떠한 맥락에서 등장하였고, 어떠한 정책적 고려로 이어졌는지 하나의 틀 속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단순암기를 목적으로 한 기존 교과서의 기술방식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맥락-이론-정책으로 이어지는 ‘범죄학 루프’를 따라 범죄학의 주요내용을 친절하게 풀어낸다. 깊이와 흥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스토리텔링 범죄학이 범죄학 교과서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기대한다.
범죄이론과 정책이 의미하고 의도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맥락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범죄학의 핵심은 지극히 당연해 보이지만 종종 간과되어왔습니다. 저자는 다년간의 범죄학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가설검증-정책-효과성검증-맥락의 순환고리인 ‘범죄학 루프’ 개념과 마치 마주 앉아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듯한 스토리텔링을 접목하여 범죄학의 핵심을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범죄학자들이 생각하는 범죄학, 과학적 검증을 동력 삼아 계속 진화하는 범죄학을 접하실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필자의 신념은 우리가 사회와 연관된 공부를 할 때 그것이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고 학습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실제 현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책이 목표로 하는 독자층의 특성과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해서, 그들에 적합하게 책의 체계를 잡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우선순위에 따라 기술하며, 적절한 사례 연습을 통해 이해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이 책은 개론서이자 수험서로서 범죄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집중력을 유지하면서도 재미있게 범죄학의 핵심을 깨우치도록 설계되었다. 그런 취지에서 별도의 강의 없이도 책을 읽는 것만으로 내용이 잘 이해되게끔 최선을 다했다. 물론 내용을 이해한 후 현실 적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책을 집필하는 입장에서는 목표와 자세가 명확해야 하는바,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전략을 구사했다.
[책의 구성 및 집필 전략]
1. 분권
이 책은 제1장 제2절에서 범죄학의 연구영역을 설명하면서, 범죄학이 활동하는 기본 영역을 ‘범죄 현상 탐구’, ‘범죄 원인 규명’, ‘범죄 대책 강구’로 구분한다. 범죄 현상은 다시 범죄 ‘개념’과 ‘유형’, ‘발생실태(횡적 현황 & 종적 추세)’로 구분하는바, 범죄 개념과 실태는 ‘일반론(기초)’에 해당하고, 범죄 유형은 ‘유형론’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범죄 유형을 일반론(기초)에 포함시키지 않고 따로 유형론으로 구분하는 이유는 개별 범죄(예, 살인, 성범죄, 보이스피싱, 화이트칼라범죄 등)를 단순히 정의하고 묘사하는 게 아니라 원인과 대책을 함께 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두 권으로 구분하여 1권은 범죄학 기초와 이론에 집중하고 2권은 범죄유형과 대책을 다뤘다.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1권이 기본서의 역할을 하고 2권은 심화서 또는 해설서처럼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즉, 기초, 이론, 유형, 대책 등 모든 범주의 내용을 병렬적으로 구성하는 것보다는, 기초와 이론에 집중해서 범죄학의 토대를 구축한 다음 구체적인 범죄의 특성과 대책으로 확장해가는 전략이 더욱 유효해 보인다. 실제 필자가 미국의 대학원 과정에서 경험한 바로는 범죄학 개론 수업은 주로 기초와 이론편을 다루고 유형 및 대책은 범죄학 심화과정 또는 별도의 과목명을 정하여(예, 여성범죄론, 국제범죄론, 사이버범죄론, 지역사회경찰론, 범죄예방론 등)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독자들도 1권을 먼저 학습해서 범죄학의 기본 토대를 다진 다음 2권에서 현실문제에 적용하는 연습을 해보기 권한다. 참고로, 범죄학 루프에서 설명했듯, 이론과 대책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1권에서 이론 설명을 하면서 관련 정책도 간단히 언급되는바, 이를 통해 1권과 2권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집필했다. 참고로 2권의 ‘유형론’과 대책론의 일부(‘사후대응’)에 대한 집필은 필자보다 훨씬 전문가이신 분들이 함께 참여하니 기대해도 좋다.
2. ‘숲과 나무’로 체계화
둘째, ‘숲과 나무’ 형식을 빌어 전체적인 틀을 먼저 잡고 구체적인 내용은 순서대로 하나씩 설명했다. 사실 범죄학 개론서가 차별성을 갖기는 쉽지 않은바, 이 책이 추구하는 전략은 기존의 내용들을 어떻게 체계화해서 가독성을 높이고 흥미를 끌어낼까에 있다. 예컨대, 〈표 III-1〉은 범죄학의 발달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며 범죄학 이론의 숲 역할을 한다. 이 표는 범죄학 루프에서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맥락, 이론, 정책을 모두 개괄하고 있어 범죄학의 핵심 요소들을 독자들에게 계속 노출시킨다. 독자들은 반복적으로 소개되는 핵심 요소들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개별 이론과 정책들이 범죄학이라는 거대한 숲의 어느 부분에 위치하는지 파악하면 된다. 또한, 내용이 너무 많아 정리가 필요한 장 말미에는 가급적 작은 숲을 제시하여(예, 〈표 VI-2〉, 〈표 VII-2〉, 〈표 VIII-2〉) 이 책의 중요한 내용 모두가 위계적 질서를 갖추도록 구성했다.
3. ‘공차법’ 강조
셋째, ‘공차법’을 적극 활용하여 학습의 효과를 높이고자 했다. 앞서 예시한 대로 고전주의와 합리적선택 관점은 범죄를 인간의 합리적 선택으로 간주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등장 당시 정책적으로 의도했던 바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었음을 주의해야 한다. 다른 예를 들면, 대부분의 교재는 사회구조이론들과 사회과정이론들을 실증주의와 구분해서 논하고 있지만, 실증주의 개념을 잘 이해하면 모두 실증주의의 범주에 포함됨을 알 수 있다(〈표 III-1〉 참고). 주지하듯, 이러한 공차법은 모든 학습의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이다. 사실, 어떤 개념이나 이론을 명확히 이해한다는 것은 유사해 보이는 개념과 이론들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분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항상 공차법을 강조하는데, 범죄학처럼 사회현상을 다루는 학문일수록 알쏭달쏭한 경우가 많아 공차법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런 취지에서 이 책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보이는 내용들에 대해 최대한 연관성을 찾으려 노력했고, 아울러 유사한 맥락에서 설명되고 있지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최대한 규명하려 노력했다. 참고로, 필자의 생각에는 이 책의 기본 틀인 범죄학 루프 개념과 위에서 제시한 두 번째 전략(‘숲과 나무’)을 충실히 이행하면 어느 정도는 매우 자연스럽게 공차법이 달성된다고 본다. 따라서 독자들이 범죄학 루프와 위계적 체계화를 잘 이해한다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공통점과 차이점 외에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여지가 꽤 있을 것이다.
[참고 노트]
이 책은 개론서이자 수험서로서의 목표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다양한 참고 노트를 활용하고 있다.
■본문 옆 주석
주석을 본문의 바로 옆에 달았는데, 기준은 단락이다. 이 방식은 필자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으로서,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했다. ① 독자들이 책을 읽다가 의문이 생기는 경우 여기저기 찾아보지 않고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② 중요한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고, 책의 내용 중 서로 관련된 부분의 위치(장, 절, 페이지 등)를 알림으로써 집중력을 유지한 채 책의 전체 내용이 파노라마처럼 기억되도록 돕고자 했다. ③ 주요 학자들의 알파벳 성명과 국적, 출생·사망 연도를 표시하여 그들이 활동했던 장소와 시대를 짐작케 하고, 간혹 성(last name)이 똑같은 경우(예, William Julius Wilson은 진보적 사회학자 vs. James Q. Wilson은 보수적 범죄학자이자 행정가) 서로를 구분할 수 있게 했다. ④ 중요하거나 헷갈리는 용어들을 수시로 정리하여 내용 이해를 돕고자 했다.
■스토리 박스(보충설명)
본문은 쉽게 읽힐 수 있도록 간결하게 작성하는 대신, 중요한 내용에 대한 해설이 필요한 경우나 시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스토리 박스를 만들었다. 정성을 많이 들였으니 그냥 넘어가지 말고 꼭 정독해 주기 바란다.
■요점 정리
각 절의 말미에 본문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여 다음 파트로 넘어가기 전에 기억을 상기시키고자 했다.
■필자 비평
다른 저술에 기술되어 있거나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항 중 독자들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필자의 주관을 담아 비판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