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에서 종말까지”
“창조에서 종말까지”는 창조론, 섭리론, 신정론, 계시론, 성령론, 교회론, 인간론, 구원론, 종말론 등 신학의 주요 주제들을 다섯 권에 담아낼 오부작 시리즈이다.
신학을 주제별 혹은 특정 분야별로 다룬 책은 무수히 많이 나와 있다. 전 주제를 다룬 책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이 책만큼 한 신학자가 모든 주제를 일관된 시각을 가지고, 또한 동시대와 대화하며 서술된 저작은 없었다. 그동안의 연구와 집필로 세계적 석학의 반열에 오른 김동건 교수가 펴내는 “창조에서 종말까지” 시리즈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참고하되, 새 창조를 향한 하나님의 거대역사(mega history)라는 통일된 관점 안에 신학의 모든 주제를 배치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신학의 주요 주제를 21세기의 시대정신 안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유사한 책들과 뚜렷이 대비될 뿐만 아니라 현재의 신학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린 심도 깊은 역작이라 할 수 있다.
『창조 섭리 타락 계시』
『창조 섭리 타락 계시」는 “창조에서 종말까지” 오부작의 첫 권이면서, 오부작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책에 수록된 네 가지 주제, 즉 창조, 섭리, 타락, 계시는 모두 창조론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저자는 이 주제들을 연결해서 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각 주제를 분리해서 볼 경우 전체를 보는 시각을 잃을 뿐만 아니라 각 주제가 가지고 있는 독특성까지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각각의 주제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제1부 창조
“성서의 창조론은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에게 의미가 있을까?”, “우주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현대인들이 성서의 창조론에 관심을 가질까?”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에게 창조론은 어떤 의미도 주지 못한 채 딱딱하게 굳은 교리로 남겨질 것이다. 우리는 창조를 통해 하나님이 왜 피조세계를 창조하셨는지, 하나님은 피조세계를 어떻게 인도하시는지를 알 수 있다. 창조는 태초에 일어난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하나님 나라의 완성이라는 종말, 곧 새 창조를 향해 나아간다. 창조를 통해 인간, 교회, 역사, 피조세계 그리고 하나님을 알 수 있기에 창조는 신학의 모든 주제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제1부 “창조”에서는 21세기 과학 시대의 창조론을 시작으로 성서에서의 창조론, 창조와 연관된 다양한 신학적 주제들을 고찰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창조신앙의 의미와 창조자에 대한 믿음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살핀다.
“우리 시대의 창조론은 인간역사의 범주와 자연우주의 범주를 조화롭게 봐야 한다. 자연우주적 지평을 놓치면, 창조론이 폐쇄적이 되며 창조질서에 들어 있는 자연우주적 차원을 상실한다. 반면 인간역사적 차원을 모호하게 하면, 구체적으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지 못하고, 역사 속에서 이루어야 할 책임적 과제를 다하지 못하게 된다.” -본문 277쪽에서
■ 제2부 섭리
섭리는 창조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지속되는 창조이다. 섭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세계를 보존하고 이끄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섭리 개념만으로는 오늘의 세상 안에서의 하나님의 활동을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은 섭리사상이 붕괴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모든 피조물은 지속되는 창조인 섭리 안에서 살고 있으며,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향한 도상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은 지금도 인간, 역사, 자연, 우주, 곧 피조세계 안에/함께/위에 계시다는 것이다.
제2부 “섭리”에서는 하나님이 어떻게 피조세계를 섭리하시는지, 우리는 어떻게 섭리에 참여할 수 있는지, 또한 하나님의 섭리를 우리 삶에서 어떻게 경험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섭리가 오용되고 이념화되는 것을 막는 유일한 길은 예수, 곧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다. 우리가 사회와 역사에서, 반생명의 행위를 만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다. 반-사랑, 반-화해, 반-평화, 반-자비의 행위도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며, 우리는 이에 맞서야 한다. 이것이 실천이며, 하나님의 섭리에 응답하는 것이다.” -본문 463쪽에서
■ 제3부 타락: 악과 신정론
신정론(神正論)은 문자적으로는 ‘하나님의 의’라는 뜻으로, 악의 존재에 맞선 신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를 의미한다. 악의 문제는 철학과 종교학에서도 관심 있게 다루었지만,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세상 통치와 연관해서 대단히 진지한 주제였다. 하나님이 다스리는 세계에서 악의 출현은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다. 악이 선하신 하나님과 모순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악은 개인, 사회, 자연을 넘어 범지구적이고 우주적 측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신정론은 흔히 섭리론의 한 주제로 다루어졌지만, 이 책에서는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별도의 장으로 다루고 있다.
제3부 “타락: 악과 신정론”에서는 악의 기원과 더불어 신정론의 여러 모델을 보면서 왜 신정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지를 논한 다음 신정론을 재해석하고, 무엇보다 어떻게 악을 이길 수 있는지를 살핀다.
“하나님이 선하시다는 것은, 피조세계의 선하고 은혜로운 종말을 암시한다. 신정론의 마지막은 피조세계의 모든 상처와 고통이 치유되는 회복이고, 인간과 하나님의 화해의 완성이고, 인간과 피조물의 화해이다. 따라서 성서의 신정론은, 인간-사회의 범주를 넘어서는 피조세계의 회복, 치유, 화해의 신정론이다. 이는 악의 우주적 차원이 소멸되기 때문에 우주적 신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 613쪽에서
■ 제4부 계시
계시는 하나님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자기알림의 사건으로, 하나님이 피조물과 소통하고 교제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계시는 일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피조물이라는 명확한 대상을 두고 이루어진다. 대개의 조직신학 책이 계시를 앞부분에서 다루는 것과 달리 이 책에서는 마지막에 다루는데, 이는 창조와 섭리보다 앞서 다룰 경우 계시가 추상적이고 철학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제4부 “계시”에서는 우선 계시의 방법과 내용, 즉 하나님이 어떻게 피조물과 교제하시는지, 피조물에게 무엇을 알리시는지를 본다. 그다음 계시의 형태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계시론에서 다루는 특별계시와 자연계시 외에 우주계시를 다룬다. 나아가 계시론의 여러 쟁점과 해결 방안,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의 계시를 알아채고 응답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기독교라는 종교와 교회라는 조직을 넘어서 섭리하고, 피조세계에 자신을 드러내는 계시의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 삼위 하나님의 역사는 제한이 없으며, 계시 또한 전적으로 하나님의 자유에 속한다. 제도적 교회가 계시를 독점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창조자에 대한 모독이다. …피조세계 전체가 그리스도 안에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문화, 종교, 인종이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 곳에는 그의 알림, 곧 계시가 있다.” -본문 772-773쪽에서
이 책은 신학의 핵심 주제인 창조, 섭리, 타락, 계시를 21세기에 이해될 수 있는 방법으로 해석해 준다. 이 주제들은 너무나도 중요하지만 현대의 기독교인들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외면받고 있었다. 저자는 우리 시대의 언어로, 우리 시대의 관심을 반영하여 이 주제들을 해석해낼 뿐만 아니라 각 주제와 관련된 여러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창조, 섭리, 타락, 계시가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하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한 그것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신앙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 『창조 섭리 타락 계시」는 쉽고 간결하게 표현되었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각 주제를 이해하기 위한 구조, 학문적 쟁점, 새로운 해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김동건 교수만의 독특하고 탁월한 해석과 제안을 엿볼 수 있다. 그의 관심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며, 개인, 사회, 자연을 넘어 범지구적이고 우주로까지 확장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신앙과 정체성을 찾고, 21세기를 살아가는 기독교인의 삶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신학을 전문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진지한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