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슨 의미일까?
가업을 계승하고 새로운 가족 관계를 이루어낸 한 소녀 이야기
제163회 나오키상 후보작
『대나무 숲 양조장집』의 등장인물은 모두 세상의 잣대로 봤을 때 한없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처자식이 있는 가장임에도 마땅한 벌이도 없이 생활비를 본가에서 받아 쓰던 나오타카, 음식 솜씨는 요리사 못지않지만 도벽이 있어 어린 딸을 힘들게 하는 미노리, 어떤 상황에서도 밝게 웃으려 노력하는 한편 속으로는 엄마를 누구보다 원망하는 긴카, 엄격하고 반듯한 성품과는 달리 엄청난 비밀을 간직한 다즈코, 예쁜 외모와 달리 마음속에 남모를 열등감을 품고 엇나가기만 하는 사쿠라코,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는 쓰요시까지.
그러나 긴카는 양조장을 지키겠다는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간장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살인자인 쓰요시와 결혼하고 고모인 사쿠라코의 아이들을 거두어 새로운 가족을 꾸린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자신과 엄마를 거둬주었던 아빠의 강인함을 어쩌면 그대로 물려받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나오키상 심사위원이었던 미우라 시온은 흥미진진한 전개와 흡입력 덕분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인간의 가혹한 운명을 드라마틱하게 그리기로 유명한 도다 준코의 작품인 까닭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이 소설은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가장 궁극적인 목적인 ‘재미’와 ‘감동’이 보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가족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해준다.
비밀과 거짓으로 점철된 밤을 견뎌내고
오늘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한 소녀 이야기
선물 고르기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것이 분명한 아버지의 선물은 항상 긴카의 마음을 저격하곤 한다. 다정한 아버지의 표본같던 그는 화가의 길을 걷고자 하나, 그림으로 빛을 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조장의 당주의 길을 걷길 마음 깊은 곳에서 거부하며 항상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갈 날을 고대하며 긴카의 응원과 염려를 동시에 받는다.
긴카의 어머니는 한 떨기 아름다움 꽃과 같은 외모와 성격을 가졌지만 치명적인 독이 있다. 바로 손이 ‘저절로’ 움직여버린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남의 물건을 훔치는 병을 앓고 있어 긴카는 이런 자신의 어머니가 한심하기도, 불쌍하기도 하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긴카는 어느 날 가업을 잇기 위해 아버지의 본가로 이사를 한다. 아버지의 본가는 대대로 당주의 눈에만 보인다는 집안의 수호신 좌부동자가 나온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유서 깊은 간장 양조장이다. 이렇게 양조장을 물려받아 당주가 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세 가족은 숨겨진 과거와 직면하며 고난을 겪게 된다.
공사 중 발견된 오래된 어린 아이의 백골
좌부동자가 사는 오래된 간장 양조장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누구나 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 하지 못하고 삭힌 말. 그것은 크냐 작냐의 차이일 뿐 누구나 마음속에 크고 작은 뱀을 품고 산다고 한다. 아버지가 떠난 스즈메간장에는 네 명의 여자가 있다. 늘 엄격한 얼굴의 ‘빠득빠득’ 할머니 다즈코, 꿈에 젖어 ‘둥실둥실’ 떠다니는 엄마 미노리, 여왕처럼 도도한 ‘삐죽삐죽’ 고모 사쿠라코, 그리고 만사태평한 ‘헤실헤실’ 긴카.
겉에서 바라본 그들의 외형은 이렇든 간단명료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이 품고 있는 마음속의 뱀은 어떤 형태일지 알 수 없다. 약한 사람을 비난하기는 쉽고, 나쁜 사람을 비난하는 것도 쉽지만 스스로가 품어온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속의 뱀은 계속해서 품고 있다간 재앙을 내리는 원령이 될 수도 있다. 뱀이 살아있는 한, 스스로의 불행을 원망하고 있는 한, 아마 이 불쌍하고 꺼림칙한 일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 긴카와 좌부동자는 집안의 원령이 될지, 수호신이 될지 선택해야만 한다. 작품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좌부동자의 감을 따서 가족 모두 나눠 먹음으로써 과거와 이별하고 미래로 나가는 장면은 이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안도의 미소를 짓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