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보다 160여년 앞서 대서양을 건너다!!
“넬이 살아 있나요?”
1840년 한파가 몰아치던 어느 날 오후 미국 뉴욕과 보스턴 항구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그들은 당시 주간 잡지 〈마스터 험프리의 시계〉에 연재 중이던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오래된 골동품 상점》의 마지막 호를 싣고 오는 영국 배를 향해 소리치며 여주인공 넬의 운명을 애타게 물었다. 2007년 많은 신문은 역사적으로 이 소동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해리포터의 마지막 이야기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출간되었을 때뿐이라고 했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출간되었을 때 몰려든 독자들로 서점은 자정에 문을 열어야 했기 때문이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독자들은 어린 넬이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런던의 도덕적 타락과 물질화, 그리고 악랄한 악당 난쟁이 퀼프를 피해 떠난 모험을 장장 수개월간 동행했다. 모험을 함께하는 동안 헌신적인 독자들은 서커스 공연과 펀치 인형극, 밀랍인형의 흥겨운 이야기가 나올 때는 웃기도 했고, 착한 넬이 노름 때문에 몰락한 할아버지와 지독한 가난에 맞닥뜨렸을 때는 슬픔으로 몸을 떨었다.
사실 주인공 넬은 해리포터보다 160년 앞서 연재소설의 주인공으로서는 최초로 대서양을 건넜다. 하지만 소설의 비극적 결말은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안겼다. 아일랜드 정치가 다니엘 오코너는 소설을 읽고 눈물을 흘리며 책을 창밖으로 집어던졌다고 한다. 실제로 이 비극적 종말은 독자의 염원과 기대를 거슬렀다는 점에서 영국문학상 가장 대담한 행보였다. 당시 소설의 주인공 넬을 실존 인물로 착각할 정도였던 독자들은 그녀의 운명을 걱정한 나머지 디킨스에게 넬을 불행하게 하지 말아 달라고 편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특히 『오래된 골동품 상점』의 ‘어린 넬’이 죽는 연재분이 배포되었을 때는 전 영국이 울음바다가 되었다.
독자들은 《오래된 골동품 상점》에서 이상하리만치 친숙한 빈곤과 현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작은 배려라는 영웅적 행위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디킨스의 소설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소설은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갖췄다.
**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소설!
출간 당시(1841년 단행본 출간)에만 10만부가 팔린 이 소설은 이미 20세기 초에 2편의 무성영화를 시작으로 이후 오페라, 연극, 뮤지컬, 유성영화로 제작 발표되었다. 영국의 BBC 방송은 1960년과 1979년, 디즈니는 1995년 각각 TV드라마(혹은 TV영화)로 방영하였고, 최근 2007년 ITV에서도 TV영화로 제작 방영되었다. 특히, 소설 속 악당 퀼프는 그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인지 원작의 제목 대신 〈퀼프〉라는 타이틀로도 영화가 만들어졌고,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퀼프를 소재로 한 소설『퀼프 군단』을 쓰기도 했다. BBC는 2015년 크리스마스에 새롭게 제작한 드라마를 선보였다.
《프랜들리 디킨스》의 저자 노리 엡스테인은 많은 매혹적인 이야기들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원초적인 불안들과 금기들-광기, 가학증, 분리 불안, 그리고 죽음-을 이상하리만치 유순하면서도 강렬한 무언가로 바꿔놓는 이 뛰어난 작품을 두고, 지나치게 감상적인 시대물이나 사실주의 소설이 아닌 불안 요소들, 깜짝 놀랄만한 것들, 불가해한 상징들, 그리고 내면에 드리운 사악한 의미들로 가득 찬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소설이라고 했다.
** 찰스 디킨스의 지극히 개인적인 소설!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집필하기 시작하던 1840년, 스물여덟 살의 디킨스는《픽위크 페이퍼스》(1836~7), 《올리버 트위스트》(1837~9), 《니콜라스 니클비》(1838~9)의 연이은 성공으로 이미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상태였다. 1838년 소위 ‘보즈 마니아’사이에서 그의 필명이 연신 입에 오르내리고 유명세를 타면서 어디서나 대중들의 환대와 영접을 받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일간신문에 실렸으며, 그의 소설이 여러 형태로 각색되어 연극무대에 올려지고, 사람들 사이에 그의 초상화가 보급되었다. 그야말로 당대의 아일랜드의 국민화가 다니엘 맥클리즈와 같은 위상이었다.
하지만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여러 면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소설이었다. 그가 무척이나 사랑했던 처제 메리 호가스가 1837년 열일곱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죽은 것이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메리의 묘비 문구를 직접 작성하고, 사후 그녀 옆에 묻어달라고 선언하고, 그녀가 죽고 나서 아홉 달 동안 매일 그녀 꿈을 꾸는 등 처제의 죽음을 무척이나 슬퍼했다. 그런 의미에서 디킨스는 소설을 통해 슬픔을 예술로 승화한 유례없는 대가라 할 만하다.
〈그 밖의 추천〉
*클리프톤 페디먼(크리켓/뉴요커 편집자, ‘이 달의 책’ 수석 심사위원) 『평생 독서 계획』 추천
*닐 퍼트(록 밴드 ‘러시’의 드러머) 추천
*모든 이가 읽어야 할 200권의 책
*당신이 읽어야 할 300권의 책
〈주요 등장인물〉
넬-소설의 주인공. 절대적으로 착하고 천사 같은 모습으로 묘사됨. 할아버지를 불행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여정으로 이끈다.
넬의 할아버지-넬의 보호자. 아내와 딸을 모두 잃은 후 넬을 자신들의 선한 영혼의 화신으로 본다. 그는 가난에 빠지는 것에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이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다.
키트-넬의 친구이자 하인. 그는 넬이 밤에 혼자 남겨질 때 몰래 숨어서 보며 그녀를 지켜준다. 나중에 갈랜드 씨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그들 가족의 중요한 일원이 된다.
다니엘 퀼프-소설의 주요 악역. 그는 아내를 학대하고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가학적인 기쁨을 느끼며 그것을 즐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조종한다.
리차드 스위블러-프레데릭 트렌트에게 조정 당하는 그의 친구이자 샘슨 브라스의 직원. 그는 자신의 경험을 묘사하기 위해 문학을 인용하고 각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키트가 누명을 벗는 데 도움을 주며 소설에서 강력한 선의 힘으로 비춰진다.
독신 신사-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으로 넬의 할아버지의 소원한 동생. 그는 샘슨 브라스의 집에 하숙하고 스위블러, 키트, 갈랜드 씨와 친구가 된다.
〈그 밖의 등장인물〉
샘슨 브라스-퀼프가 고용한 변호사. 굽실거리고 비굴한 남자로 키트를 곤경에 빠뜨린다.
샐리 브라스-브라스의 여동생이자 직원. 오빠 브라스의 회사에서 실질적인 권위자. 그녀는 때때로 “용”으로 불리기도 하며, 작은 하녀를 학대한다. 퀼프가 그녀에게 이성적인 접근을 하지만 거절당한다.
갈랜드 씨-아벨 갈랜드의 아버지이자 키트의 고용주. 마음씨 좋은 사람.
작은 하녀-브라스 남매의 하녀. 스위블러는 그녀와 친구가 되고, 그녀가 자신의 나이나 이름이나 부모님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후작부인’이라는 별명을 지어준다. 샐리 브라스의 사생아로 여겨지고 퀼프가 아버지인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바바라-갈랜드 부부의 하녀이자 키트의 동료.
누블스 부인-키트의 어머니.
퀼프 부인-퀼프의 학대받는 아내. 남편을 몹시 두려워하면서도 그를 무척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니윈 부인-퀼프의 장모. 그녀는 퀼프가 자신의 딸을 대하는 방식에 분개하지만 그와 맞서는 것을 두려워한다.
프레드릭 트렌트-넬의 보잘것없는 오빠. 그는 할아버지가 부유하다고 확신한다.
아이작 리스트와 자울-전문 도박꾼.
척스터-공증인 위서든 씨의 직원. 키트를 몹시 싫어한다.
해리스-쇼트 트로터스로 불리며 펀치 인형극단의 인형 조정자.
코들린-펀치 인형극단의 주인이다.
잘리 부인-순회 밀랍인형 쇼의 주인. 친절함으로 넬과 넬의 할아버지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마튼 선생님-작은 마을 학교의 가난한 교장. 그는 넬과 넬의 할아버지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친구가 된다. 나중에 길에서 넬과 넬의 할아버지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학사-갈랜드 씨의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