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명쾌한 통찰, 이제 이커머스는 콘텐츠가 이끈다
이커머스의 패러다임을 잡은 플랫폼은 시장을 주도했다. 초창기에는 다양한 상품의 구색을 갖추는 데 성공한 종합몰이, 그 후에는 가격 비교를 더한 오픈마켓이, 그리고 근래에는 더 빠른 배송을 추가한 쿠팡이 시장의 룰을 바꿨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인프라 구축과 막대한 자본 투입이 필요했고, 지금도 오/오프라인의 거대 유통 공룡들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MZ세대를 열광시키는 무신사와 29CM를 비롯해 ‘SNS 대란템’으로 유명한 블랭크코퍼레이션 등 이머커스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콘텐츠 큐레이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서며 ‘신뢰 2.0’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 데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신뢰 2.0은 상품 구색, 가격, 안전 배송이란 기본적 신뢰를 넘어, 상품이나 플랫폼이 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잘’ 제안해 줄 것이라는 기대다. 그리고 그 제안은 재미, 발견, 도움이라는 3요소를 잘 갖춘 콘텐츠로 큐레이션할때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물론 과거에도 콘텐츠로 성공을 거둔 사례들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들이 일회적이었다면, 지금은 콘텐츠를 통한 큐레이션을 전략적으로 수행하며 미디어화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등장은 우연이 아니라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이들에 의해서 이뤄졌고 이 책의 저자 김현수는 여기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2010년 미디어커머스 기업을 표방한 CJ ENM, 티몬, 29CM, 무신사의 이력을 거치며 굵직한 발자취를 남겨온 저자가 이커머스 지형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이커머스에 맞는 콘텐츠 전략에 대해 들려준다.
티몬 웹드라마, 라이브커머스, 29CM 수요입점회, 무신사 숏TV의 생생한 레퍼런스
저자는 웹드라마 같은 비디오커머스부터 인플루언서 커머스, 라이브커머스를 비롯해 신규 서비스 론칭 등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 경험을 소개한다. 특히 기획부터 내부조직 구성, 협력업체 선정과 제작, 콘텐츠 배포까지 전 과정에 대한 기획자로서의 고민과 의사결정에서 고려했던 핵심 포인트를 가감 없이 밝힌다. 외부에서 보기엔 화려한 성공이었지만 막대한 제작비와 소재 고갈이라는 현실에 부딪혔던 웹드라마, 이 경험을 교훈 삼아 론칭한 티몬의 라이브커머스 이야기는 콘텐츠 제작의 애로사항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또한 29CM의 ‘수요입점회’는 ‘매대의 콘텐츠화’라는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기획 과정을 거쳤는지 1페이지 기획서와도 같이 군더더기 없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무신사의 사례를 담은 대목에서는 숏폼 콘텐츠의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어떤 고민을 거쳐 ‘숏TV"가 탄생했으며, 어떻게 ’콘텐츠의 매대화‘를 달성했는지 들려준다. 이 경험담은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할 경영진과 실무자들이 참고할 레퍼런스로 손색없다.
저자는 ‘이 책에 조회 수를 터뜨리는 노하우 같은 것은 없다’고 겸허히 말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는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하려면 넘어야 할 산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는 현장 기록들로 가득 차 있다. “모든 기업은 미디어 기업이다”라는 말의 현실화가 임박한 오늘, ‘미디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면 모두가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가야 할지는 몰라도, 길은 그 길밖에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경험담은 더욱 빛난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커머스 및 디지털 마케팅의 환경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기업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해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