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삶을 바꾸려면, 법도 바뀌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곳곳에서 계속 변화의 움직임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한 민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할 수도 있고,
한 명의 소비자로서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는 윤리적인 소비를 할 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노력과 마음이 모이면
우리 사회도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곳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020년 《동물법, 변호사가 알려드립니다》 첫 번째 책이 나온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 동물보호법이 전면 개정되고 민법 제98조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이 신설될 만큼, 그간 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해 애써온 많은 이들의 노력이 조금씩 그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큰 틀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동물보호와 동물복지 향상의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지만, 법의 내용을 세세하게 살펴보면 아쉽게도 우리 사회 반려문화의 변화 속도와 동물권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담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동물과 관련한 분쟁이나 범죄 행위가 발생했을 때 여전히 마땅한 규정이 없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비슷한 행위가 반복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반려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법의 맹점을 악용한 기형적인 반려동물 산업이 동물과 사람 모두를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직간접적으로 겪고 있는 다양한 동물 문제를 살펴봄으로써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용할 수 있는 법적 조치들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법적 한계를 짚어보며 개선 방향과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1부와 2부에서는 반려동물을 처음 맞이하는 일부터, 반려동물에게 생길 수 있는 여러 사고를 예방하고 거기에 대처하는 방안까지,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생활밀착형 분쟁에 관한 법률 지식과 해결책을 알아본다. 이어서 3부와 4부에서는 시야를 좀 더 넓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야생에서, 혹은 동물원이나 축제나 방송 촬영장에서 부당하게 이용당하고 학대받는 동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동물권’에 대해 생각한다. 마지막 5부에서는 사회적 관심이 높은 동물 관련 이슈들을 살펴보면서, 이미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동물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의 개선을 모색한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이 한 문장이 불러올 변화를 기대하며
법무부는 2021년 7월 19일, 동물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민법 제98조 2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민법에서는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고,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정의했다. 이처럼 두 법이 동물을 서로 다르게 인식함으로써, 예를 들어 동물학대 등의 범죄가 발생했을 때 처벌 수위가 낮거나, ‘혐의 없음’ 처분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므로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동물은 내 소유의 물건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거나, 길고양이처럼 소유자가 없는 동물을 함부로 다루는 것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좀 더 엄중한 처벌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민법 제98조 2의 2항에는 여전히 “동물에 관하여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동물을 물건과 유사하게 취급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어, 1항의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을 유명무실하게 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결국 개별 법률이 개정되어야만 이 1항 같은 법률이 진짜 의미를 갖고 제 구실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누구나 체감할 정도로 반려 인구가 늘었고, 앞으로도 반려동물의 수나 종류는 더 많아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행 동물보호법 체계는 이러한 현실과 변화의 속도, 반려인들의 요구와 동물의 시급한 처우 개선 현안들을 다 담아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의 동물보호법, 민법 개정은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는 아직도 출발선에서 그리 멀리 나아가지 못했다. 이 책은 이러한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법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들을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동물을 ‘물건’이 아닌 소중한 생명으로 ‘존중’하는 좀 더 성숙한 사회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