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무용을 ‘조선무용’이라고 부르자
간장도 전통식 간장을 한국간장이라고 하지 않고 조선간장이라고 부른다. 토종 무도 조선무라고 하지 한국무라고 하지 않는다. 전통이나 토종을 가리킬 때는 그것이 살아 있었던 시대의 국호인 조선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16쪽)
저자는 우리 전통무용에 대한 구체적 논의에 앞서, 다의적인 뜻을 함축하고 있던 한국무용이라는 용어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단어 사용을 제시한다. 한국무용이라는 단어는 한국의 전통무용, 한국적 무용, 한국인이 공연하는 무용 등 그 뜻이 넓고 방대하다. 그는 한국의 전통무용에 대한 논의를 위해 우선 전통무용을 1910년 이전 조선이 멸망하기 전까지 조선 반도에서 창작된 무용으로 한정하고, ‘조선무용’이라고 바꾸어 부르자고 이야기한다. 이와 더불어 전통의 요소를 담고 있는 신무용 또한 조선무용에 포함시키고, 조선무용의 특징인 정중동, 음양의 순환, 맺고 풀기의 교대 등의 용어를 설명하고 해설하며 조선무용의 뜻을 확고히 한다.
▶ 조선무용에 대한 해석의 오류를 바로잡다
저자는 조선무용에 내재해 있는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등 춤의 이름에 담긴 뜻을 밝히고, 춤이 연행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떻게 해당 조선무용이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주로 공연을 하였는지, 어떤 무용수가 어떤 장단에 맞춰 팔을 뻗었는지, 누가 그 춤을 계승하였는지 등 조선무용의 성립과 발전을 상세히 기술하고 그 과정에서 생긴 해석의 오류도 바로잡는다. 살풀이는 사실 한을 풀기 위해 연행된 것이 아니라 자유의 신명을 표현하는 춤이었음을, 태평무를 춘 것은 조선의 왕과 왕비가 아니었다는 것을, “호남은 소리, 영남은 춤.”이라 말하지만 호남에는 없는 춤이 영남에 특별히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꼼꼼한 사료 분석과 논리적 추론을 통해 밝혀낸다. 동작에 담긴 의미와 그 상징까지 드러내며 과거와 현재에 담긴 대중의 정서까지 파악하는 저자는 동해안별신굿, 동래고무, 지전무 등 지역의 조선무용에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 춤사위에 의미를 담아
만약 무용가의 개별성에 차이가 없다면 지역 무용은 조선무용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무용수는 각자 개성적 인간이기 때문에 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형식과 내용을 통합하는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21세기 지역 무용이란 향토무용이 아니라 지역 무용가의 개성이 담겨 있는 조선무용인 것이다. (277쪽)
저자는 조선무용의 기원과 그 변천과정을 해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춤에 담긴 미학과 상징 등을 기술하며 하이데거의 예술론에 기반하여 조선무용을 해설한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동작이 고정된 하나의 의미로 귀결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다른 무용들에 비해서 조선무용은 유독 그 동작의 의미가 고정되어 있다. 조선무용의 안무자나 무용수 그리고 연구자들이 동작을 폐쇄적 방식으로만 바라보고 해석해왔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와 현대에 연행되는 조선무용의 의미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무용을 행하는 사람도 무용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도 자신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그 존재의 진리를 다르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조선무용의 고정화된 의미를 넘어서 존재의 진리를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