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습관을 고칠 수 있듯이
고통스러운 감정도 바꿀 수 있습니다”
습관은 참으로 무서운 면모가 있다. 그 습관이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해도, 우리는 그것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파괴적인 습관으로는 흡연, 음주 등이 있다.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자신과는 멀게 느껴진다면 짜게 먹는 습관 등은 어떠한가? 머리로는 잘못된 것임을 잘 알아도, 나아가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임을 알아도 습관은 쉽게 멈추기 어렵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를 만났다. 저자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좋은 감정보다는 익숙한 감정에 빠져 힘든 상황이 좋아지고 걱정거리가 없어져도 마음이 편안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불안과 우울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걱정거리가 없으면 일부러라도 걱정할 일을 만들어 내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불안해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자신을 비하하며 슬퍼했던 것이다. 때로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스타일의 사람을 반복해서 찾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행동뿐만이 아니라 감정도 습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감정습관’이라고 부르게 된다.
감정습관이란 한마디로 ‘뇌가 이전의 익숙한 감정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습관은 정말 큰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감정도 습관이 된다는 것은 고통인 동시에 희망이 될 수도 있다. 금연과 금주를 하고 싱겁게 먹는 습관을 새롭게 들일 수 있는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 역시 긍정적인 감정으로 새롭게 습관을 들일 수 있다.
좋은 것보다 익숙한 것을 유지하려는
감정의 법칙
“오늘 기분이 어떠십니까? 혹시 기분이 나쁘신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오늘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부터 살펴본다. 그런 뒤 ‘아, 그래!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이렇구나.’ 하고 판단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지금의 내 기분을 현재의 상황이나 오늘 일어난 일들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뇌의 원리: 뇌는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이로운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평소에 유지했던 익숙한 상태를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한다.
(본문 22쪽에서)
이러한 뇌의 원리 때문에 오늘 내가 느낀 감정은 실제 오늘 일어난 사건들과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익숙한 감정을 어디서 다시 느낄지 주위를 살핀다. 오늘 일어난 수많은 일 중에 익숙한 감정에 어울리는 일을 찾아 의미를 부여하고 확대한다. 그렇다면 우울이, 걱정이, 불안이, 슬픔이 습관화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왜 어떤 감정은 오래가고 어떤 감정은 금세 사라지는지 감정습관의 정체를 알아보고, 뇌가 어떻게 우리를 속이고 있었는지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뇌는 반복된 감정에 습관이 들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하기보다는 평소에 자주 느꼈던 감정 쪽으로 가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쓴다. 아무 일이 없어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불안을 느끼거나 화낼 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화를 내는 사람들이 왜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끼는지 감정습관의 측면에서 알아본다.
둘째, 감정습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방식을 알아본다. 트라우마를 느낄 때 어떻게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체의 통증을 함께 느끼는지,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이 어떻게 분노로 변하는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들이 정말 그를 해소시키고 있는지 감정습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셋째, 대인관계에서 수많은 감정이 어떻게 작용하며, 우리가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상처받는 이유를 알아본다. 친밀감을 다루는 왜곡된 방식을 친밀감 폭식형, 친밀감 포기형, 친밀감 거식형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며, 이런 나쁜 대인관계습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설명한다.
넷째, 상황별로 존재하는 감정습관을 살펴보고 잘못 습관화된 감정습관을 바로잡는 법을 알아본다. 새로운 감정을 상상해 보는 상상 노출법, 자극과 감정의 연결고리를 찾는 생각습관 수정법,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을 바꾸는 회피 요법, 부정적인 자극을 최소화하는 자극 통제법, 유쾌한 기분을 습관화하는 감정 스위치 만드는 법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감정습관에서 벗어나 어떻게 긍정적인 감정습관을 굳힐지, 나아가 어떻게 하면 감정 조절을 잘하여 내 삶의 무기로 만들 수 있을지 알아본다. 총 7가지 방법을 통해 작은 행복과 소소한 즐거움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제안한다.
한국에서 운전하다 영국에 가면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무척 익숙한 일임에도 당황하게 된다. 이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새롭게 몸에 익히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머리로 생각하고 더디더라도 계속해서 노력해야만 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머리로 차근차근 생각하며 신경 써야 한다. 무척 느리고 답답해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많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힘들게 익힌 긍정의 감정습관은 마침내 우리를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도록 할 것이며,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지금 낯선 행복과 익숙한 불행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가? 지금이 바로 파괴적인 감정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습관의 문을 열어야 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