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남방불교의 삼장 중 율장을 집대성한 팔리율 완역의 첫째 권
팔리경전은 부처님의 직계 제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전한 것을 토대로, 기원전 1세기에 스리랑카에서 경율론 삼장 전체를 팔리어로 엮어 전승한 경전이다. 현재 남방불교의 중심에 서있는 『팔리율』은 북방불교의 5대 광율(廣律)인 『오분율(五分律)』, 『사분율(四分律)』, 『십송율(十誦律)』, 『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 등과 같이 전체적으로 완전한 형태를 갖춘 율장이다.
이 『팔리율(Pali Vinaya)』은 19세기 말 영국의 팔리성전협회(The Pali Text Society, 약칭 PTS)에서 전체 5권으로 영역하여 결집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그 구성은 제1권은 마하박가(Mahāvagga)(출가, 구족계, 포살 등 승가의 일상계율)이고, 제2권은 출라박가(Cūlavagga)(승가에서 발생하는 처벌조항과 의무)이며, 제3권과 4권은 비구와 비구니의 수타 비방가(Sutta-Vibhaṅga)(계율 낱낱의 조문)이고, 제5권은 파리바라(Parivāra)(계율의 보충설명)로 구성하고 있다. 한역 율장과 비교하여 본다면 마하박가와 출라박가는 한역의 건도(犍度)이고, 수타 비방가는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이며, 파리바라는 부수(附隨)로서 강요(綱要)에 해당한다.
한편, 1940년대 일본에서 완역하고, 이후 대만에서 한역(漢譯)된 『남전대장경(南傳大藏經)』은 전체 5권으로 결집하고 있는데, 제1권에서는 경분별(經分別)인 비구의 계율을 1~4권에 수록하고 있고, 제2권에서는 비구의 계율을 5~8권에, 비구니의 계율을 9~15권에 수록하고 있다. 제3권에서는 대품(大品) 건도(犍度)인 마하박가를 1~10권에 수록하고 있고, 제4권에서는 소품(小品) 건도인 출라박가를 11~22권에 수록하고 있으며, 제5권에서는 부수 1~19권을 수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56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 『팔리율Ⅰ』은 그동안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십송율』, 『마하승기율』 등 초기 북방불교의 율장들을 국역하는 작업을 해 온 조계종 교육아사리 보운 스님이 남방불교 율장을 『남전대장경』의 분류체계를 인용하여 대분류로서 제1권부터 제5권으로 나누어 번역한 책 중 첫 번째 결과물이다.
『팔리율』의 결집과 서술의 형식은 한역으로 번역된 율장의 형식과는 다른 형태를 갖추고 있고, 한역 율장은 결집과 역출(譯出)의 과정에서 각 부파에 따른 형식의 분화가 뚜렷하게 일어났던 점과는 다르게 근본불교의 시대에 송출하였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또한 한역 율장에서 특정한 연기(緣起)의 내용은 중국의 문화와 정서에 알맞게 번역하였다고 추정되는 관점과 비교한다면, 오히려 옆에서 지켜보고서 서술하는 것과 같이 현실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결집하고 있는 점이다.
『팔리율』의 내용과 구성에서는 상좌부 율장인 『사분율』, 『십송율』, 『마하승기율』,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에서 결집되었던 내용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고 있으나, 한역의 율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내용도 다수가 포함되어 있어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결집의 문제는 부파불교의 시대에 각 부파의 종지(宗旨)를 따라서 율장을 결집하면서 부분적으로 발생한 변화를 남방불교의 율사들이 특정하게 수용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팔리율』 제1권과 제2권에 결집된 바라제목차인 비구의 경분별은 1권부터 8권까지로 분류되고 있다. 1권은 비구의 4바라이(波羅夷)를, 2권은 승잔(僧殘)을, 3권은 니살기바일제(尼薩耆波逸提)를, 4권은 비구의 2부정법(不定法)을, 5권은 바일제(波逸提)를, 6권은 바라제제사니(波羅提提舍尼)를, 7권은 중학법(衆學法)을, 8권은 멸쟁법(滅諍法)을 결집하고 있다. 그중 이 『팔리율Ⅰ』에서는 경분별 1~5권을 번역하였다.
특히 팔리율의 계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구 계율은 4바라이, 13승잔, 2부정법, 30니살기바일제, 92바일제, 4바라제제사니, 75중학법, 7멸쟁법 등이 있어 227계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비구니 계율은 8바라이, 17승잔, 30니살기바일제, 166바일제, 8바라제제사니, 75중학법, 7멸쟁법 등이 있어서 311계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은 한역과는 다른 형태로 결집되고 있는데, 오히려 율장의 결집에서 초기불교시대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인도 초기불교의 계율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그 핵심 사상과 내용들은 오늘날 승가에서도 여전히 지켜야 할 유용한 것임을 깊이 인식하고 실천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