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에 대한 나의 사랑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사랑은 식지 않고 나를 달뜨게 한다.”
우리 옛것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열정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 강인한 여성들의 땅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주변의 예쁜 것들을 오동나무 서랍에 모아두었다가 시간이 날 때마다 정리하며 그 아름다움을 가만히 음미하던 섬세한 소녀였다. 그 열정은 공부를 위해서 육지로 올라오자 날개를 단 듯이 더욱 활짝 펼쳐졌다. 저자는 언론인이자 민속문화 연구자였던 예용해 선생 아래에서 예술 이론을 공부했고, 안동, 순천, 강릉, 미국에 이르기까지 장인들과 공예품들을 찾아 현장을 누비며 그 아름다움을 몸소 경험했다. 1970년대 중반 서울 아현동에 조그마한 공간을 마련하면서부터는 고미술품의 매력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좀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서 고민해왔다.
이 책에는 섬이라는 변방에서부터 우리나라의 미학에 매료되어 누구보다도 그 가치를 치열하게 탐구해오며 한국 공예에 대한 평가를 드높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저자의 인생 이야기가 곳곳에 녹아 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미감이 담긴 민예품들을 때로는 다정하게, 또 때로는 날카롭게 바라보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모른 채 지나쳤던 민예품들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민예품에는 우리네 선조들의 삶의 냄새가 담겨 있다.
그러기에 볼수록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다.”
고미술품은 역사의 비밀을 간직한 채 우리 곁에서 묵묵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특히 고미술품 중에서도 달항아리, 등잔, 목침, 궤 등의 민예품들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삶과 밀접하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제작된 이유나 방법, 또는 더욱 중요하게는 그 의미와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민예품의 역사와 미학 등 이론을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전국 방방곡곡의 수많은 고미술품들을 직접 만나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공예품들만의 아름다움과 그 이면의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세월 속에 묻혀 있던 진품, 명품을 발굴하여 민예품에 담긴 삶의 향기와 그 진면목을 입체적으로 펼쳐낸다.
국내 유일의 고미술 감정 프로그램인 「TV쇼 진품명품」에 1995년 3월 5일 첫 방송 때부터 현재까지 참여해온 원년 멤버인 저자는 그 경험을 살려 민예품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들을 쉽고도 흥미진진하게 전한다. 저자는 민예품의 제작 방법과 그 과정,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장인들의 고유한 미학과 철학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며 그 가치를 길어올린다. 또한 공예품에 첫눈에 반한 순간을 소개하거나 정확한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감정의 정밀한 과정 등을 흥미롭게 전달하기도 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안목도 높아지고 넓어져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옛 물건들을 골동품이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