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지 않은 것들의 존재감
타라 미치코는 유튜브를 시작하고 책을 내게 된 것을 ‘87년간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이겠지’라고 생각한다. 어마어마한 성과를 내면서 살아온 것이 아니라 그저 일상을 소중하게 살아온 것, 시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누구보다 사랑한 보상일 것이다.
그녀는 뜨개질을 하듯 살아온 듯하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보기 좋은 천을 사다가 둘러놓은 것이 아니라 87년 동안 조금씩 한땀 한땀 촘촘히 얽어낸 일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55년 된,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아파트, 1평도 되지 않을 법한 아파트 단지의 좁디좁은 화단, 오랫동안 모아온 예쁜 그릇, 직접 바느질하고 뜨개질한 침대 시트, 손수 그린 그림,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물건이 없다. 그녀는 15평 좁은 아파트가 좋은 이유를 모든 공간이 자신의 눈길이 닿는 거리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 시간 자신이 살아가는 것을 느끼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눈길을 주고 손길을 닿게 하며 살아왔다. 그만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이다.
무맛 오트밀 같기도, 톡 쏘는 레몬 같기도 한 일상
타라 미치코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체조를 하고 아침을 먹고 집안일을 하고 뭔가를 배우러 나가고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전부다. 가끔 화단을 가꾸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뜨개질을 하고, 좋아하는 오래된 영화를 보고, 올드팝송을 들으면서 청소를 한다. 그녀가 매일 먹는 오트밀처럼 무미건조하고 무맛인 일상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저 그런 일상에서 그녀의 세련된 취향과 감성이 엿보인다. 그녀의 머리칼 색인 그레이와 달리 집 안은 알록달록 총천연색이지만 자연스럽고 조화롭다. 저녁에는 젊은이들처럼 간단한 안주에 혼술을 즐긴다. 일본 술, 소주, 그리고 가끔은 위스키를 마신다. 그것도 딱 한 잔. 기분 좋을 정도로, 몸이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가 적당하다. 노인들의 취향처럼 불경 필사를 하지만, 또 가끔은 ‘베토벤 합창교향곡’을 부르는 합창단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현대인은 반복된 일상에서 불안감을 느낀다.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할 것 같은 조급증을 가지고 있다. 특히 SNS가 일상이 된 시대에는 특별한 것에 대한 강박증을 가지고 타인의 삶과 비교하면서 자존감은 한없이 떨어진다. 이것은 일상과 이벤트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87세 타라 미치코의 일상에는 그 어떤 꾸밈이나 거창한 이벤트도 없다.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에서 편안함을 찾으며 가끔 톡 쏘는 레몬맛 같은 즐거움을 즐긴다. 평범한 식탁에 우드 트레이를 놓는 것, 어두운 화장실에 화려한 들꽃을 꽂아두는 것, 밋밋한 주방에 빨간 주전자를 놓는 것, 무맛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하는 것, 딱 그 정도다. 그 사소하지만 절묘한 균형에 일상이 반짝거린다. 젊은이들은 흉내 낼 수 없는 낭만이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타라 미치코의 삶은 세상의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그래, 특별하게 살지 않아도 돼’,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성공한 삶만이 진짜 삶이 아니야’라고 말이다. 삶의 90퍼센트는 일상이다. 기나긴 인생에서 특별한 이벤트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한순간이 지나면 또다시 일상이다. 그래서 타라 미치코는 원하는 삶을 살아왔고, 돌아보면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87세의 일상은 무너지기 쉽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고 힘에 부친다. 몸이 그러하니 마음은 더욱 무너지기 쉽다. 그래서 어묵 세 조각도 예쁜 그릇에 담아 먹는 그녀의 삶이 특별해 보인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기 쉬운 나이, 몸은 혼자이지만 마음은 홀로임을 이겨내지 못하기 쉽다.
이 책은 진정으로 홀로 사는 삶의 가치와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에서 만족을 느낄 줄 알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혼자서도 당당히 해낸다. 지금 이 순간을 가장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적은 삶에서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를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