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이론의 칭송과 배제의 탈구축
첫 번째, 모성 이론의 접근을 시도한다. 역서 전체를 관통하는 ‘모성’, ‘어머니’의 이론은 남성 중심주의적 가부장제 속에서 성별(性別)을 출현시켰지만, 여성들의 저항도 사실은 이 남성 중심주의적 틀을 내재화하면서 권리획득이라는 로망주의 속에서 이루어져 왔던 성별(聖別)적 관행이라는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여성 중심주의를 주장하는 논리는 오히려 여성의 주변화를 강화시켰고 자기 책임의 논리나 여성, 어머니, 모성의 규범들은 오히려 여성들의 사회적 권한을 제한하게 되었다. 그것은 구조적으로 여성의 역할을 재구성하는 한계를 가졌고, 그 이분법적 틀로서는 비출산이나 저출산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냈다. 따라서 본 역서의 중심 키워드 중 하나인 모성이라는 이론의 효시(嚆矢)에서 출발하여 그 변용 논리 그리고 시대적 변화 속에서 남성과 여성이 내재한 ‘인식’을 재고하는 것에서 다시 시작한다. 특히 모성연구는 현대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여성의 일=육아’와 여성의 ‘자기 책임’의 논리를 재고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존하는 형태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사회적ㆍ정치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가를 제시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모성연구가 가진 틀을 재확인하고 이를 다시 그 속에 존재하는 불가시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와 ‘정치성’의 고정관념 재구성
여성과 어머니에게 부과된 ‘자기 책임’ 논리에 대해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운동을 전개하면 정치적인 것이라고 하며 그 문제가 갖는 공공성을 부정하고 사회적 해결이 아니라 개인적인 해결론으로 수렴되어 왔다. 그런데 그것은 정치성이라는 의미 자체가 남성 중심주의적이고 가부장제적 논리의 틀 속에 갇혀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두 번째, 출산이나 육아가 여성 혹은 어머니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공적 가치를 지닌 정치적인 문제라는 점을 새롭게 드러내어 준다. 예컨대 출산과 육아는 여성과 어머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공적 가치로서 남녀 모두가 참여해야만 하는 정치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을 통해 출산, 육아, 여성, 어머니의 문제는 기존의 정치성 또는 공공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재고할 필요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의 긍정성
세 번째, 시대적 변용에 의해 새롭게 부상되는 케어의 문제를 여성, 어머니의 역할과 연결하여 논한다. 단순히 자기희생으로 간주되어 온 케어의 의미를 재고하고 이 케어의 논리가 만들어 낸 개인 희생이라는 정당성 논리는 결국 타자에 대한 책임에 근거를 둔 ‘갈등’의 근원이었다. 이것은 희생을 통해 사회적 안정을 추구하는 가부장제적 논리가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어머니’라는 집합적 표상 속에서 케어라는 행위를 통해 개인으로서의 자신의 삶과 역할 혹은 표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한다. 타자 케어라는 희생 논리가 갖는 힘듦과 그것을 견뎌냈다는 자아 칭송의 심리가 분열된 상태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것을 ‘갈등’이라고 보고 기존의 모성, 육아, 케어, 어머니 논리의 질서를 재구성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갈등’은 자신과 타자 쌍방을 함께 생각하며 어떻게 공존할까를 구축해 낼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사는 사회는 갈등 없이는 상호 케어 관계를 만들 수 없으므로 이는 역설적으로 건강한 유대관계를 만들어가는 동력(動力)으로 작동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