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름은 헨리에타 랙스다!
오늘날 의학과 생물학의 눈부신 발전의 밑바탕에는 헬라(HeLa) 세포가 있다. 최초로 실험실에서 인공배양에 성공한 세포주다. 이 세포가 없었다면 소아마비 백신도, 클로닝도, 유전자 매핑도, 시험관 아기도 가능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은 물론 과학계에 몸담은 사람들조차 헬라는 알아도 그 세포주가 한 사람의 이름을 딴 것임은 모른다. 그 세포는 한 흑인 여성의 자궁경부암 조직에서 떼어낸 것이었다. 의사들은 가난한 담배 농부였던 그녀의 조직을 허락도 받지 않고 떼어내 배양했다. 그녀는 암으로 죽었고, 지금은 찾을 수도 없는 무덤에 묻힌 후 잊혔다. 아무도 헬라 세포의 주인이 누군지 묻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그녀 이름은 헨리에타 랙스다!
가족은 눈부신 과학의 발전 속에서 가장 후미진 곳에 소외되었다.
헬라 세포는 무한 증식했다. 지금까지 복제 증식된 세포의 무게는 5천만 톤. 부피로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00채 분량이다. 지구를 세 번 덮고도 남을 정도다. 불멸의 세포는 생물학과 의학의 혁명을 일으키고 수백억 달러 규모의 산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헨리에타 랙스의 가족은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빈곤층으로, 노숙자로, 범죄자로 살며, 의료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했다. 10년에 걸쳐 이렇듯 기막힌 사실을 추적한 이 책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과 함께 수많은 의문을 던지면서 21세기 최고의 논픽션의 위치에 올랐다. 미국에서는 7년 넘게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수백만 부가 필렸고, 오프라 윈프리가 주연을 맡아 전격 영화화되기도 했다.
우리가 답해야 할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이 책은 수많은 문제를 제기한다. 의학/과학 발전을 위해 인간의 권리를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가? 또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과학 발전을 미룰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이용과 착취이고, 어디부터 숭고한 희생과 양보인가? 피험자가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설명과 동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인간에게서 유래한 것으로부터 개발된 모든 제품과 기술의 상업적 가치는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가? 이런 과정에 기여한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대우해야 하는가? 그런 과정을 통해 빈부, 장애, 인종 등 차별과 혐오를 줄일 수는 없을까? 이런 모든 질문이 갈수록 중요한 의미를 갖는 까닭은 이제 우리가 인간의 모든 것이 정보화되어 가공되고 저장되고 이용되는 시대의 문턱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진정한 의미는 앞으로 끊임없이 발굴되고, 해석되고, 적용되면서 새로운 빛을 던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