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장착한 절대 무기인 두려움을 이기고
죽음이 주는 지혜로써 죽음을 극복하는 역설
웰빙에서 웰다잉을 거쳐 웰리빙에 이르는 길
“죽음과 싸워 이길 수 있는가?”
이 문장은 사실 의미론적인 비문(非文)이다. 이 비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인간은 결코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죽음을 극복하는 길은 있다. 그것은 ‘비문’인 질문을 올바른 문장의 다음 물음으로 바꾸는 것이다.
“죽음의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죽음은 현대사회에 특별한 재난 사태가 아닌 한 ‘병원’ 안으로 감춰지고, ‘정상적인 일반 시민의 삶’으로부터 격리된 악마적인 사태로 치부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죽음은 ‘짧은 조문’과 ‘부조금’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한 채 ‘판단정지’되고 만다. 겨우 부모님이나 배우자 또는 자식의 죽음 앞에서 새삼스레 죽음의 절대성에 절망하기도 하지만, 인류 역사 이래 모든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최대한 빠른 체념으로써 존재 위기를 모면한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무소불위의 위력을 떨치고 있다. 돈만 있으면 (인간이) 못할 것이 없는 세상으로 발전(?)해 왔다. 그에 정비례하여 ‘늙지 않기’과 ‘죽지 않기’에의 욕망도 커져만 간다. 그러나 인류의 지고한 지혜는 죽음은 필연적인 것이며, 불사의 존재가 되는 것이 오히려 삶의 의미를 해치고, 인간이 맛볼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자초하는 일임을 오랫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지시해 왔다.
죽음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인류의 오랜 꿈이라 할 수 있는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 고민을 담고 있다. 임영창 박사는 인류의 역사란 죽음과 싸워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으며, ‘모든 인간은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는 역사였음을 직시하고,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더 이상 기존의 싸움 방법이 아닌 역설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방안을 찾자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 그는 “죽음의 절대적인 무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그 실체를 밝히는 가운데, 죽음이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두려움”이라는 무기를 해부하고, 이를 무기력하게 하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죽음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또한 인류 역사 속에서 죽음이 알려 준 삶의 지혜가 오히려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을 역설하면서 죽음의 자리에 선 사람들로부터 듣게 되는 삶의 지혜를 고찰하는 가운데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길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두려움을 이겨내고 죽음이 주는 지혜를 가지고, 죽음과 부딪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죽음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웰다잉(Well-Dying) 문화에 대한 전반적 고찰을 통해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실천 방안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호스피스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가운데 나타난 긍정적 사례를 전해주고 있다.
예컨대, 코로나19 사태를 경유하면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이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이 일방적으로 자연을 정복하거나 개발하거나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행위 할 수 없으며, 인간이 가하는 만큼의 반작용을 자연이 인간에게 가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또한 한 개인은 배타적인 존재가 아니라, 나와 살과 얼굴을 맞대고 호흡의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인간조차도 나와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는 열린 존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 책이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죽음이야말로 삶의 가치를 부여하는 원소라는 점을 지시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맥락은 ‘신비한 종교적 경로’를 거쳐 사후세계의 문제에까지 이른다. 즉 저자는 목사로서 종교적 관점으로 볼 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방안을 제안한다. 죽음 공부가 공부로 그치지 않기 위하여 종교적 도움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이에 도움이 되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의학적, 죽음학적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