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그래픽 노블로
고대 철학부터 현대 철학까지 서양 철학사를 한번에 꿰다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적으로 연구하는 인문학은 어쩌면 공기와 같아서 우리 삶 구석구석에 녹아 있다. 그럼에도 인문학이 어렵다고 하고, 인문학이 살아야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은 인문학과 어떤 관계이기에 철학이 인문학의 기초라고 할까? 철학(philosophia)은 그리스어인 필로스(philos, 사랑)와 소피아(sophia, 지혜)가 결합된 말로 그 의미는 말 그대로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다. 그러니 인간이 지혜를 얻으려 사유하고 탐구하는 학문인 철학이 인간을 주제로 하는 인문학의 시작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대 인문학 서적에도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베이컨, 칸트 같은 서양 철학자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렇지만 이 철학자들 이름만 알았지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어떻게 성장했기에 오늘날 유명한 철학자의 반열에 올랐고, 어떤 이론을 펼쳤기에 그들이 하는 말을 우리가 따라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게다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로 존재감을 뽐낸 이들은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럼 저자는 그렇게 많은 철학자 가운데 어떻게 23명을 뽑아내 이 책 한 권에, 그것도 그림과 함께 풀어냈을까?
서양 철학사에서 내로라하는 쟁쟁한 철학자들
교과서에서 본 바로 그 철학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저자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인문학을 만나고 인문학적 사고를 갖추게 될지 고민하다가 그래픽 노블에서 방법을 찾았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웹툰 형식으로 고등학교 교과서 ‘윤리와 사상’의 서양 윤리 사상 편에 나오는 철학자들을 연대 순서에 따라 정리한 것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철학자 23명의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을까?
1장에서는 인간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 아테네 시대의 철학을 다룬다. 소피스트 대표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로 시작해 악법도 법이라고 한 소크라테스, 이데아를 논한 플라톤, 다방면에서 재주가 뛰어나 천재로 평가받은 아리스토텔레스 등 ‘철학 삼대장’이 차례로 나온다. 2장에서는 혼란의 시대라고 하는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을 정리한다. 아타락시아로 대표되는 에피쿠로스, 스토아학파의 대표 제논, 황제 철학자로 알려진 아우렐리우스가 등장한다. 이 헬레니즘 시대에는 에피쿠로스학파와 스토아학파가 양대 산맥을 이루었다.
3장에서는 암흑의 시대라고 하는 중세 시대에 교부철학을 얘기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반열에 오른 스콜라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4장에서는 깨어난 이성의 시대라고 하는 근대에 활약한 철학자들을 소개한다. 넓게는 합리주의의 범주에 속하는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헤겔과 경험주의자로 묶을 수 있는 베이컨, 홉스, 흄, 벤담, 밀 등 내로라하는 철학자들이 나와 자기주장을 펼친다. 5장에서는 독일 관념론으로 완성된 이성 중심의 철학이 무너지고 개인이 탄생한 현대에 이름을 날린 철학자들, 즉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 하이데거, 사르트르와 실용주의 철학자 듀이를 소개한다.
이렇듯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의 생각의 역사는 인류 정신의 역사를 보여 주는 장편소설 같은 인상을 준다. 몇몇 철학자의 삶 또한 소설 못지않게 드라마틱하기에 흥미가 더해진다. 시공을 초월해 깊은 공감과 위로를 준 이들 철학자의 가르침과 삶을 대하는 자세에 우리도 스며들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고 철학에 흥미를 느껴 좀 더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책들로 나아가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사유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