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글과 그림으로 그려나간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가족 여행기
특수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김주용 저자는 일 중독으로 인한 번 아웃에 직면한 후 아내, 그리고 어린 두 딸과 함께 말레이시아(랑카위 → 페낭 → 쿠알라룸푸르 → 말라카 → 조호르바루) → 싱가포르에 이르는 한 달 동안의 배낭여행을 떠났다.
바람처럼 순리 있게 흘러가자는 의미에서 여행의 명칭은 ‘바람길 여행’으로 정했다. ‘안전, 배려, 배움, 사랑’을 모토로 네 명의 가족이 함께 기획한 말레이지아 최북단에서 싱가포르 최남단까지 이어지는 장장 900km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랑카위 체낭 해변에서의 추억, 맹그로브 투어를 하면서 새롭고 신기한 것을 보는 것보다 그곳에서의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을 함께 나누는 것이 여행의 본질임을 깨닫는다.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가 공존하고 있는 올드 시티 페낭에서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경험하며, 아이들이 여러 종교와 문화에 익숙해지고 존중하는 방법을 스스로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쿠알라룸프르는 현대적인 도시이며, 쇼핑의 도시이다. 그러면서도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이 공간에서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살아가는 모습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문화에 배타적인 우리나라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식민지 시절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말라카에는 유럽식 건물과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네덜란드 광장을 비롯하여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교회, 성 바울 교회, 산티아고 성문 등 유럽 식민지 시대의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다.
조호르바루(Johor Baharu)는 말레이시아 최남단에 있는 곳으로 싱가포르 국경과 맞닿아 있다. 조호르바루는 해상 무역이 발달하고 외국인들의 잦은 왕래로 활기찬 곳이다. 쇼핑, 공부, 놀이 등 모든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도시로 가족 단위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한 달 여행의 마지막 여정인 싱가포르다. 길쭉한 말레이시아 바로 밑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부산보다 작은 도시 국가이다. 싱가포르도 말레이시아처럼 다양한 민족이 사는 나라이다. 대개의 다민족 국가가 무슬림계, 인도계, 중국계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지만, 싱가포르는 이와는 다르게 국가 주도하에 아랍 스트리트, 리틀 인디아를 개발하였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싱가포르에 어우러져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한 달의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흘러갔다. 말레이시아 최북단에서 싱가포르까지의 긴 여정 동안 저자는 번 아웃되었던 몸과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온 가족이 24시간 한 달 내내 함께 있었던 적은 처음이다. 여행의 시작 무렵에는 서로의 생각과 의견이 달라 다투기도 했고, 고단한 여정에서는 날이 서기도 했지만, 여행이 계속되면서 서로를 존중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가족 구성원 모두 모두 성장해가는 것을 느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선물은 가족이었다. 아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길을 걷고 서로의 눈을 마주 보는 순간이 행복했다. 두 딸과 매일 장난치고 가족만의 규칙을 정해 게임을 하고 손을 잡고 걸어가는 그 길이 소중했다. 내 존재의 이유가 바로 우리 가족때문임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가족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그 삶이 내가 사는 이유이다.
이제는 직장에서의 삶보다 가정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퇴근하면 온전히 가족과 함께하려고 한다. 요즘도 여행 프로그램이나 책을 보면서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이 가족의 대화 주제이다.
자 이번엔 어디로 떠나볼까?